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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미국 뉴욕 맨해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야경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록펠러센터 지하 식당가. 사람들이 북적거려도 테이블 매너를 워낙 잘 지켜 아무도 없는 듯 조용한 게 너무 인상적이다. |
◇ 식전주에 대한 상식
식전주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칵테일에 대한 유래를 알아보죠.
미국 독립전쟁 당시 얘기입니다. 버지니아 기병대에 페트릭 후라나간이라는 아일랜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입대 직후 전사합니다. 그에게는 아내 베티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기리기 위해 1779년 남편 부대에서 종군합니다. 그녀는 주방일을 맡습니다. 이때 그녀는 '브래이서(Bracer)'란 혼합주를 만들어 인기를 끕니다. 그런 어느 날 그녀가 반미 영국인 지주의 닭을 훔쳐내 장교들을 위로합니다. 이때 술에 취한 군인들이 닭의 꼬리 깃털로 브래이서에 장식하곤 스스로 "야, 저 콕스테일(Cock's tail) 멋진데"라며 장난을 쳤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브래이서가 칵테일로 불리게 됩니다. 오늘날에는 모든 혼합주를 칵테일이라고 하죠.
식전주는 일종의 전채 요리에 속합니다. 대표적인게 셰리(Sherry)주입니다. 셰리주는 원래 '스페인산 백포도주'를 뜻하는데 다소 곰팡내가 나는 게 특징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셰리와인을 '헤레스(Jerez)'라고합니다. 셰리는 크림과 드라이 두 종류가 있고 여성은 크림이 잘 어울립니다. 이밖에 식전주로는 마가리타, 캄파리, 듀보네, 샴페인 등이 있습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여성들은 그냥 멍하니 앉아 있지를 말고 진저엘이나 쥬스 등을 마셔주는 게 예의입니다. 참고로 위스키 알코올 80%는 도수로는 40℃입니다.
프랑스어로 전채요리는 '오르 되브르(Hors-d' oeuvres)'라 합니다. 메인요리는 '앙트레(Entree)'라고 하는데 영어의 '입구(Enterance)'란 뜻이다. 오르 되브르는 러시아인들이 식전에 보드카와 자쿠스키(Zakouski)라는 간단한 요리를 먹는 관습이 전해졌다는 설과, 13세기 마르코폴로가 중국의 냉채를 보고 창안해낸 것으로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건너갔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웨이터가 은쟁반에 일부 차가운 전채요리를 한꺼번에 갖고 나올 때 조금씩 덜어 내면 되는데 이를 '러시안 서비스'라 합니다. 전채요리는 대체로 차가운 성질의 것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캐비어와 푸아그라죠. 캐비어는 세 등급(벨루가, 오세트라, 세브루가)으로 나눠지며 벨루가가 1등급입니다. 최상급은 회색빛에 가까운 이란산입니다. 이밖에 굴, 새우, 훈제연어도 좋습니다.
달팽이요리, 즉 에스카르고에 대한 유래도 알아둡시다.
이 요리는 15세기 때 생겨납니다. 당시 프랑스 대법관이 빈민구제를 위해 자기 영지를 포도밭으로 만들어 백성들에게 포도를 재배하도록 했는데 달팽이들이 포도 잎사귀를 자꾸 갉아 먹자 이를 박멸시키기 위해 농민들로 하여금 달팽이를 잡아먹게 했습니다. 마치, 우리의 황소개구리처럼.
◇ 수프 & 빵 & 와인 이야기
미국에서는 진한 수프를 '포타주(Potage)', 맑은 수프를 '콘소메(Consomme)'라고 합니다. 수프를 스푼으로 떠먹는 것도 대륙별 방식이 다릅니다. 유럽식은 밖에서 자기 몸쪽으로, 미국식은 자기 몸쪽에서 밖으로 떠먹습니다. 먹을 때 차를 마시듯 소리를 내선 안되고 한번 뜬 수프를 여러번에 나눠 먹는 것도 예의가 아닙니다.
빵에 대한 매너를 알아 둡시다. 빵은 일본의 오차와 비슷합니다. 음식과 음식 사이 혀의 미뢰를 중립으로 만들어주는 '중화제' 구실을 합니다. 빵은 요리와 함께 시작해 디저트를 들기 전에 끝냅니다. 빵은 절대 나이프로 잘라서는 안됩니다. 빵을 떼낼 때는 부스러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접시 위에서 하는 게 좋고 이미 떨어진 부스러기를 일부러 밖으로 털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참고로 디너 파티에서는 조식에 제공되는 토스트나 크루아상 등을 요구해선 안됩니다.
다음은 와인 에티켓인데 이는 별로 아카데미에서 배워야 할 정도로 그 종류와 먹는 방식, 음식과의 조화 등에 대한 광대무변한 정보가 존재하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습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노하우,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여기서 샴페인에 대한 상식도 알아두죠. 샴페인은 '동페리뇽(Dom perignon·1639∼1715)'이라는 와인창고 담당 베네딕토파 수도원의 수도승에 의해 처음 만들어집니다. 그 수도승은 어느 날 와인 창고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가스로 인해 와인이 터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장님이었던 그는 그 거품을 병속에 보존시키기 위해 삼으로 만든 마개를 만들었는데 이게 후에 코르크 마개로 발전되는 동기가 됩니다.
와인도 먹는 순서가 있습니다.
두 종류 이상 나올 경우, 맛이 담백한 라이트에서 무거운 쪽으로, 연대가 빠른 데서 오래된 순으로, 드라이한데서 스위트한 쪽으로, 화이트와인에서 레드와인 순으로 먹습니다. 와인은 테이블 위에 놓을 때도 와인 받침대에 상표가 위로 오게 눕혀 놓습니다. 마시기 적당한 온도도 알아둬야죠. 적포도주는 대게 17~20℃, 백포도주는 10~12℃가 딱이죠. 레이디 퍼스트지만 와인 시음은 남성의 몫입니다. 주인이 여성일 경우도 동석한 남성 손님에게 시음을 의뢰합니다. OK 사인이 나면 상석의 여성부터, 그 다음은 시계바늘 도는 방향으로 여성에게만 따라줍니다. 다음에 남성 차례입니다. 마지막에 초대한 사람의 잔에 따라주며 초대자가 마시자는 신호를 주고 같이 건배를 합니다.
와인도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밀고 나서 공기와 결혼시켜야 됩니다. 이를 '메리(Marry)'라고 합니다. 와인잔은 항상 투명하게 유지해야 됩니다. 마시기 전에 냅킨으로 입술을 닦은 뒤 마셔야 합니다. 맥주의 경우 정식 만찬장에서는 마시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테이블석상의 맥주는 일종의 '물'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부 술을 못사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잔을 거꾸러 엎어놓는 데 이는 금기시 된다는 걸 아세요.
◇ 샤토브리앙 이야기
미국 속담에 '뼈에 가까운 고기일수록 맛있다(Nearer the bone, sweater the meat)'란 말이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안심은 '필레(Filet)'라고 합니다. 안심 중 최고 맛있는 부위가 바로 '샤토브리앙(Chateaubriand)'입니다. 샤토브리앙은 19세기 프랑스의 한 귀족의 이름이었죠. 그는 대단한 미식가로 자기 요리장이었던 몽미레이유에게 안심을 가장 맛있게 굽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도록 하고 항상 그걸 즐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안심을 구워 오면 항상 똑같은 부위만 먹고 다른 곳은 남겼다고 합니다. 여느 명태 정도의 크기를 가진 안심의 경우 평균 6토막이 나옵니다. 샤토브리앙은 머리 부위 다음입니다. 가장 가운데 있는 게 필레입니다. 그 다음이 투르느도(Tournedos), 다음은 필레미뇽(Filet mignon), 마지막 제일 가는 부위가 바로 프티필레(Petit filet)입니다.
참고로 쇠고기 부위 중 작위를 받은 것도 있습니다.
바로 등심(Sirloin)입니다. 유래는 이렇습니다. 영국 국왕 찰스 2세는 등심 스테이크를 즐겼습니다. 어느 날 시종에게 "내가 항상 먹는 고기가 어느 부위냐"고 물었고 시종은 "로인(Loin)"이라고 대답하자, 국왕은 그 맛을 가상하게 여겨 나이트 작위를 수여합니다. 그래서 원래 이름 앞에 'Sir'이 붙게 됩니다. 참, 스테이크를 자를 때 마치 톱처럼 써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고기용 나이프는 앞부분이 톱니같은 칼날로 되어 있으므로 앞쪽으로 당기듯 자르면 됩니다.
◇도움말=신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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