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최고의 명약은 '긍정적 사고'

  • 입력 2010-11-05   |  발행일 2010-11-05 제36면   |  수정 2010-11-05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산중초인 김삼정씨 인터뷰
건강비결 핵심은 '좋은 물먹기'
대체의학 믿어야 암연구 진일보
86년 어렵사리 재현한 다슬기 기름
간암 등에 좋지만 전수자 거의 없어
의학계와 공동연구…임상실험 필요
이춘호 기자의 최고의 명약은

◇ 산중초인을 만나다

대구 달성군 가창면을 지켜주는 최정산.

그 한 자락인 우미산. 지난달 27일 올해 처음으로 이곳 산물이 얼었습니다. 가창면 우록리 녹동서원을 지나 남지장사 동네로 가기전 마지막 다리를 건너 좌회전, 황새골 위로 올라가면 '산중초인(山中草人)'으로 불리는 김삼정씨(62)의 초암(草庵)이 보입니다. 산세가 웅장해 꼭 강원도 오지를 방불케 합니다. 사랑방에 앉자 그가 방금 딴 달래를 건넵니다. 초암 뒤로 멋진 솔숲이 대숲처럼 걸려있습니다. 솔숲에는 그가 직접 만들어놓은 명상의 벤치가 있습니다. 솔바람이 참 맛있습니다.

평소 산을 너무 흠모했고 젊었을 때부터 약초공장까지 꾸렸던 그는 300여종의 약초를 감별할 줄 아는 약초 전문가인 아내 박필자씨(58)에게 가업을 맡겨두고 도망치듯 1984년 이 산자락으로 들어왔습니다. 물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텐트생활을 했죠. 당시 최정산 자락에는 독활, 산도라지, 시호, 새신, 백출, 산오가피 등 30여종의 약초가 있었습니다. 그걸 말려서 한약상에게 팔아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그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뭘까요.

산도 산이거니와 무엇보다 현대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말기 암환자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기 위해서죠. 일종의 숲속의 암수련원 같은 데 였습니다. 2004년 '맑고향기로운 세상 자연식의 집'을 마련했습니다. 말기 암환자들이 여기서 마련한 식단에 따라 식사를 하고 솔숲에서 명상과 기체조 등을 했습니다. 지금은 암환자 캠프는 없고 자연식 식당만 가동합니다. 그는 인터뷰 직전 기자에게 자신은 의사도 약사도 아니고 단지 산을 좋아하는 약초연구가이고 민가에서 전승되는 다슬기 기름 전문가 정도로 소개해달라고 했습니다.


◇ 바른 마음이 천하명약

-건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는 26년간 산속에 있으면서 터득한 건강법이다. 나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이곳 샘물을 먹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한 컵을 들이켠다."


-암은 뭐라도 생각하는가.

"원래 병은 하나인데 약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특히 나는 인간의 운명은 뿌린대로 거둔다고 본다. 암이 가장 좋아하는 게 뭔 줄 아는가. 바로 부정적인 생각이다. 비관하고 멸시하고 험담하고 이간질하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 반면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건강하게 오래 살 확률이 높다고 본다."


-책장에 보니 동양철학, 사주명리학, 풍주지리학 등에 관련 된 책이 많은데 운명에 대해 묻는 이들이 많을 것 같은데….

"절대 그런 걸 봐주지 않는다. 물론 30년 이상 그런 걸 공부했지만 그런 걸 보면 사(邪)가 붙는다. 더욱 당당하고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운명과 사주를 운운하지 않는다. 지난 5월 우리 딸이 시집을 갔다. 그 때 사위와의 궁합과 사주를 일절 보지 않았다."


-산 아래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생감도 떨어지고 익은 감도 떨어진다. 일찍 죽을 수도 늦게 죽을 수도 있다. 삶의 '반동의 법칙'이 있다. 선행을 시속 10㎞로 타인의 가슴에 던지면 복이 10㎞ 만큼 튕겨져 나온다. 악행을 시속 10㎞로 던지면 불행이 10㎞ 만큼 되돌아 온다. 인간의 운명은 뿌린 대로 거둔다. 시련은 삶의 약이다. 시련이 오는 걸 막을 수 없다. 물, 공기, 음식, 운동도 중요하지만 삶에 있어 최고의 명약은 바로 '바른 마음'이다."


◇ 도자기 만드는 것만큼 힘든 다슬기 기름 짜기

-당신이 만들고 있는 다슬기 기름은 직접 발명한 건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집에서 만들던 약 같은 음식이다. 다슬기는 이미 고약서에 간암 특효약이라 명시돼 있다. 나는 어릴 때 청도 이서에 살던 외할매가 다슬기 기름을 만드는 걸 지켜봤다. 86년쯤 기억을 되살려 시행착오 끝에 재현할 수 있었다."


-어떻게 만드는가.

"일단 다슬기가 좋아야 한다. 다슬기는 주름이 잡힌 식용과 그것보다 좀 작고 껍데기가 매끈한 약용으로 나눈다. 많은 이들이 수입산으로 기름을 빼는 줄 아는데 중국산은 모두 알맹이 상태로 국내로 들어온다. 따라서 살아 있는 건 모두 국내산이다. 청도와 밀양 사이를 흐르는 동창천, 충북 옥천 금강, 섬진강 등에서 갖고 온다. 다슬기는 5시간쯤 해감하고 바구니에 담아 물기를 뺀다. 단지는 공기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유약 안 바른 옹기에 15㎏을 담는다. 기름을 받을 독을 김치독처럼 땅에 파묻는다. 삼베천으로 주둥이를 묶고 다슬기가 담긴 독을 파묻힌 독위에 포갠다. 기름을 내려면 1천℃에 달하는 뭉긋하고 은은한 불길을 무려 9일간 가해줘야 한다. 물론 장작불은 대면 금세 독이 깨지고 다슬기 알맹이가 타버려 못 먹는다. 조상들의 지혜가 이 대목에서 발휘된다. 옹기는 5㎝ 두께로 경주 남산의 황토를 반죽해 하루 숙성시켜 5㎝ 두께로 바른다. 다음에는 황토 발린 옹기를 왕겨 9포대로 감싸준다. 왕겨 더미는 불이 붙을수록 부피가 줄어든다. 이때 왕겨를 보충해준다. 열받은 다슬기는 살기 위해 제 몸속에서 기름을 배출한다. 이 기름이 마치 증류식 소주처럼 방울방울 땅 속 옹기 안으로 떨어진다. 온도 차로 인해 황토 속에서도 기름기가 스며나와 함께 다슬기 기름과 섞인다. 다슬기 색깔도 다슬기 출생지별로 달라진다. 전라도 보성쪽은 회색, 청도 쪽은 참기름색, 옥천쪽은 흑갈색, 어느 곳은 찻물색도 있다. 황토를 벗겨내고 식힌다. 15㎏ 다슬기는 1.8ℓ로 변한다."


-에끼스와 농축액, 기름은 어떻게 다른가.

"흔히 다슬기 기름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건강원에서 압축기로 단시간내 추출한 에끼스와 혼돈한다. 가마솥에서 묵을 쑤듯 정제액을 빼내는 건 농축액이다. 둘 다 기름과 다르다."


-국내에 다슬기 기름 기능보유자는 많은가.

"열흘 이상 다른 생각 못하고 기름만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얼마전 한 한의사에게 이 기술을 전수했는데 너무 힘들어 포기하더라."


다슬기 기름은 약이 아니고 민가전승 건강보조식품입니다. 의사도 약사도 아닌 그로선 이 기름이 간암에 효험이 있는 지 없는 지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 기름 덕분에 궁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그게 고마워 산중초인에게 인사하러 온 자도 제법 많다고 했습니다. 그는 다슬기 기름 외에도 11~3월에는 구지뽕 기름, 그리고 산초 열매 기름도 짭니다. 아직 이 기술을 받을 전수자가 없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 이 기술도 사장될 것 같습니다. 음식 같고 약 같은 다슬기 기름. 이 기회에 우리 의학계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011)529-0077

이춘호 기자의 최고의 명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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