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소금의 비밀

  • 입력 2011-04-29   |  발행일 2011-04-29 제42면   |  수정 2011-04-29
소금이 몸에 좋다? 나쁘다?…현재론 神도 모른다
나트륨 유해성만 밝혀진 상태…누구도 속 시원한 답 못 내놔
국내산 천일염 미네랄 등 풍부…최고價 게랑드보다 성분 우수
나트륨도 적어 일부에선 맹신…PVC장판서 채취방식 개선을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소금의 비밀
신안군 태평염전

소금은 천사이면서 악마적인 속성이 공존한다. 성서에서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식품으로 인정한 소금, 로마시대 군인들은 봉급 일부로 소금 화폐인 ‘살라리움’을 받았다. 솔저(soldier)·샐러리(salary)라는 말은 라틴어 솔트(salt·소금)에 어원을 두고 있다. 특히 공장에서 제조된 거의 모든 식품에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소금(표기상으로는 나트륨)이 첨가돼 있다. 현대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소금에 많이 노출돼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가 지켜야 될 하루 소금 권장량은 2천㎎. 소금의 위해성에 대해서는 1979년 핀란드가 국가 정책으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유통되는 소금의 95%는 공업용이며, 식용은 5% 정도밖에 안된다.


◆ 게랑드 소금과 한국의 천일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금은 프랑스산 게랑드이다. 1㎏에 8만원선. 국내 천일염 1번지 신안군 염전 소금의 경우 1㎏에 장판염은 400원선, 토판염은 4천~5천원선. 일반인들은 장판과 토판염 차이를 잘 모른다. 장판염은 천일염 결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갯벌 바닥 위에 검은색 PVC 장판을 깐다. 하지만 토판염은 천연 갯벌 위에서 소금을 만든 것이어서 더 비싸다. 육안으로 구별이 가는데 갯벌산이다 보니 좀 더 검은 게 특징이다.

오랫동안 신안군 염전 사업자들은 맘고생을 엄청 많이 했다. 천일염이 식염이 아니라 광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이젠 천일염은 식용이다. 2007년 12월28일 이전까지 국내 천일염은 천덕꾸리기 신세였으며, 관심도 없이 그냥 광물로 분류됐다. 자연 일반 식품제조에 사용할 수 없었으며, 단지 김장용 포기김치 전처리 과정에만 사용이 허가됐다.

신안군이 화학소금(현재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어필된 인조소금인 ‘꽃소금’으로 불린다)의 유해성, 중국산 소금의 국내산 둔갑 문제, 천일염 식품자원화 당위성 등을 외친 덕분에 천일염은 2008년 3월부터 식품으로 유통된다. 2008년 2월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전남 신안군청에 새로운 과가 개설된다. 천일염산업과다.

현재 국내 최고의 염전은 인천의 주안염전, 신안군의 경우 증도의 태평염전이 가장 대규모이며, 유명하다. 태평염전 입구에 국내 최초의 돌로 된 석조염창이 있다. 그 옆에 태평소금이 관리하는 소금박물관이 있다. 목포대 함경수 교수(식품영양학과)는 천일염 권위자로 목포대 천일염 생명과학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성분 분석을 해보니 우리나라의 천일염이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미네랄이 더 풍부했다. 통상 소금에는 80여가지의 각종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칼슘, 칼륨, 마그네슘의 경우 게랑드보다 무려 3∼9배 탁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연 장판염은 안전할까. 식약청에서 조사한 결과 유해한 DEHP 성분이 검출됐지만 인체에는 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안군은 올해부터 문제의 장판염을 친환경바닥재로 교체할 방침이다.


◆ 전통 자염

바닷물을 자연에서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 생산방식은 1907년 인천 주안염전이 시초다. 염전은 기온이 25℃ 이하로 내려가는 10월말이면 작업이 중단된다.

옛날에는 어떻게 소금을 만들었을까. 바닷물을 끓여서 채취했다. 써레질한 갯벌 흙을 바닷물로 걸러 만든 소금물을 솥으로 옮겨 10시간 정도 끓인다. 그래서 ‘자염(煮鹽)’이라 했다. 천일염 전 우리나라 소금은 모두 자염이었다. 자취를 감췄던 자염은 10여 년 전부터 태안지역에서 다시 생산되고 있다.

천일염 외에도 몇 가지 소금이 있다. 암염은 돌처럼 굳어진 돌소금으로, 중국이나 미국 등지 암염광산을 통해 생산된다. 정제염은 바닷물을 공장에서 전기 분해해 소금의 화학명인 염화나트륨(NaCl)으로 만든 것이다.


◆ 토판염전

전남 해남군 문내면 세광염전 김막동씨는 20여년째 토판염을 생산한다.

전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은 토판염의 간수성분이 장판염에 비해 절반 정도에 불과해 쓴맛이 덜하고 맛도 좋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맛의 비결이 뭘까. 김씨는 “갯벌 때문이다. 거기에는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유기물질이지만 장판에서는 이런 게 안 나온다”고 강조한다.

토판염전은 70년대 말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당연히 토판염도 희귀해졌다. 염부들은 이때부터 등장한 장판을 선호했다. 장판을 깔면 바닥 온도가 빨리 올라가 볕이 좋으면 2∼3일 만에 소금을 낼 수 있다. 토판염전은 빨라야 4일, 길면 7일까지 걸린다. 그나마 날씨가 좋지 않으면 소금을 못 낸다. 지금 천연 갯벌을 이용한 토판염전은 국내 천일염전의 1%선. 토판염 생산량은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1∼2%밖에 안 된다.


◆ 소금과 나트륨의 유해 논쟁

미국도 지난해부터 짜게 먹어서는 안된다면서 ‘나트륨 저감 정책’을 채택한다.

그런데 요즘 식품의학자와 천일염 전문가 사이에 난삽한 논쟁이 일고 있다. 천일염측은 “천일염이 다른 소금보다 더 좋다”고 말하고 반대측은 천일염도 일반 소금이나 다 똑 같다고 맞선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소비자들은 학자보다 업자 얘기에 더 솔깃한 게 현실이다. 중재할 세력도 없는 것 같다.

나트륨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용역조사를 이행한 동국대 일산병원 이무용 심장혈관센터장은 “동일 양 기준,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나트륨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것만 갖고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좋다고 확신해선 안된다”고 천일염 맹신문화에 일침을 가한다.

현재 식약청 영양정책과는 소금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단지 나트륨의 유해성에 대해서만 공식 입장을 밝힐 뿐이다. 전문가들은 “어쨌든 소금은 필수 미네랄 성분이지만 많이 섭취할 경우 고혈압, 심장병 등을 유발한다는 게 세계 의학계의 공인된 연구결과”라고 강조한다. 나트륨이 과도해지면 수분 섭취가 많아지고 혈액량이 많아진다. 그래서 고혈압이 발생한다는 논리.

물론 소금 속에 나트륨 성분만 있는 게 아니다. 식품의학자들도 나트륨이 위험하니 소금도 위험하다고 말 못한다. 의학계도 고작 소금 성분 중 나트륨과 건강과의 상관 관계를 밝혔을 뿐이다. 그럼, 소금은 과연 좋은가 나쁜가. 답은 없다. 1년 단위로 예산을 지급하는 현 상황에서 대동여지도의 김정호 같은 학자가 자기 사비를 들여 임상실험을 30년 정도 진행해보지 않는 이상 소금의 가치에 대해 그 어떤 확언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소금의 비밀
국내 상당수 염전은 자연 갯벌 위에서 소금을 만들지 못하고 검은색 장판을 깔아 속성 재배한다.(사진제공:태평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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