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지방

  • 입력 2011-05-06   |  발행일 2011-05-06 제42면   |  수정 2011-05-06
“절대 나쁜 기름·절대 좋은 기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악은 트랜스지방 함유된 ‘마가린’
최선은 아마인유·들기름 꼽혀
좋다는‘오메가3’전립선엔 나빠
나쁘다는‘오메가6’고지혈증 예방 효과
문제는 적당량을 모른다는 사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지방
요즘 시중에 저마다 최고라는 각종 식용유가 즐비하지만 오메가3과 오메가6 지방 비율을 비슷하게 구성해 먹어야 좋다.

지방은 선인가 악인가.

이번 기사를 위해 국내 첫 식품의학 전문기자인 중앙일보 정책사회부 박태균씨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공중보건학 박사학위를 가진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도 출입을 하고 있다. 그에게 대뜸 “돼지와 쇠고기를 먹으면 그 속에 함유된 지방이 즉시 혈관에 축적되니 그걸 가능한 먹지 않는 게 상책인가”라고 질문을 했다. 그는 “그게 맞다느니 틀리다느니 누구도 말할 수 없다”면서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은 모두 몸에 필요하며 너무 식물로 기울어도 너무 동물로 기울어도 좋지 않은데 가장 균형된 식사는 동물과 식물을 2대 8 정도로 섭취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국내 일부 의사들은 ‘채식주의 동맹’을 맺고 이 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박 기자는 또 중요한 식품의학 정보 사이트를 알려줬다.

미국 메요클리닉의 홈페이지(www.mayoclinic.com)였다. 이 사이트의 검색란에 글루텐 같은 특정 식품 성분명을 입력하면 특정 식품과 그것과 관련된 여러 효능에 대한 의학적 평가가 일괄적으로 제시된다. 평가는 마치 대학의 학점처럼 A·B·C·D·F 등으로 등급화된다. 글루코사민은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무릎 관절염에 대한 효과 A, 류머티즘성 관절염에 대한 효과 C, 고콜레스테롤에 대한 효과는 D로 평가돼 있다. A는 강력한(strong)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B는 좋은(good) 과학적인 증거가 있다, C는 과학적인 증거가 불분명하다, D는 해당 효과가 없다는 과학적 증거가 존재한다를 각각 의미한다.

아무튼, 지금 우리는 ‘지방과의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우린 지방하면 조건반사적으로 몸에 나쁘다는 생각부터 한다. 하지만 지방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우리 몸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에너지원인 동시에 세포막의 구성성분이 된다. 또 호르몬의 원료가 되고 지용성 비타민의 운반체가 되는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그런데 최근에 국내에서 출간된 일본 교린예방의학 연구소 야마다 도요후미(山田豊文)의 ‘당신도 모르는 기름의 진실’에 따르면 최악의 기름으로 찍힌 게 바로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마가린’. 그럼 최고의 기름은 ‘오메가-3 지방’이 포함된 아마인유와 들기름으로 드러났다.

◆ 오메가3 지방과 오메가6 지방

오메가3 지방과 오메가6 지방은 몸에서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된다.

그런데 우리는 ‘오메가’란 말만 들어도 좋은 기름인 줄 안다.

지방은 다 같다고 여기기 쉽지만 각기 다른 지방산으로 구성된다. 탄소 분자의 결합 구조에 따라 어떤 지방은 포화지방, 또 다른 지방은 불포화지방 등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오메가3 지방은 생선과 해산물류, 푸른 잎 채소, 아마인유, 들기름, 호두에 많으며 일단 체내에 들어가면 생화학 반응에 의해 EPA와 DHA로 전환된다. 이게 두뇌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그러나 오메가6은 사정이 좀 다르다. 필요도 하지만 현대인들이 이 지방에 너무 편중된다는 게 문제다. 체내에서 오메가6이 많아지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염증성 화학물질, 에이코사노이드가 늘어난다는 사실. 그로 인해 인체가 염증성 질환에 취약하게 된다. 이런 오메가6을 가장 많이 함유한 식품은 뭘까. 흔히 말하는 유탕제품 등 가공식품류이다. 프라이드치킨이나 과자류 등이 대부분 중요한 오메가6의 공급이다.

◆ 그런데 최근 충격적인 연구 하나

‘오메가3 지방이 전립선에는 오히려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허친슨 암연구소 암예방프로그램의 시어도어 브래스키 박사는 ‘오메가3 지방산 주성분 중 하나인 도코사헥사엔산(DHA)의 혈중수치가 높은 남성의 경우 공격적 전립선암 위험도가 상당히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건강에 가장 나쁜 지방으로 전해진 트랜스지방의 혈중 수치가 제일 높은 그룹은 오히려 공격성 전립선암 위험이 50%나 낮았다. 식물 기름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6지방산 경우 전립선암 발병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었다. 이 연구내용은 의학지 ‘역학 저널(Journal of Epidemiology)’최신호에 게재됐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 아니라 균형식

영양학자들은 구석기 식단이 인류 최고의 식단이었다고 추정한다. 오메가 3와 6이 1대 1 균형을 이뤘기 때문이다.

식물성 기름에는 오메가 3· 6· 9 등의 불포화 지방산이 함유돼 있다. 오메가 9 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위산과다 분비를 억제하며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된다. 올리브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오메가 6 지방산은 알레르기와 염증, 혈전을 촉진시키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홍화씨유, 옥수수유, 참기름 등에 들어 있다.

오메가 3 지방산은 오메가 6 지방산과는 반대되는 역할로 알레르기, 염증, 혈전을 억제하고, 혈관을 확장시킨다. 들기름, 아마인유, 등푸른 생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오메가 6 지방산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혈전을 만들며 오메가 3 지방산이 이를 막는 것이다. 오메가 6 지방산도 고지혈증을 예방하는 기능이 있지만,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성인병과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강조하건대 양이 아니라 비율이다.

두 기름을 적정 비율로 먹었을 경우 건강에 이롭다. 보통 우리가 먹는 식단을 살펴보면 오메가 6 지방산은 과다하게 섭취하는 반면 오메가 3 지방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옥수수기름은 오메가 3과 6의 비율이 1대 59, 올리브유는 1대 8, 홍화씨유는 1대 75로 오메가 6 비율이 훨씬 높다. 오메가 3 지방산의 섭취를 늘리기 위해서는 주 2회 등푸른 생선과 신선한 들기름, 아마인유로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이 좋다.

들기름의 경우 오메가 3 비율이 70%를 넘는다. 들기름이 들어간 산촌 제철 산나물 무침의 위력을 확신하지 않을 수 없다.

◆ 식물성 스테롤을 아시는가

식물성 기름에는 오메가 3·6·9 외에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식물성 스테롤’이라는 성분이 있다.

동물성 기름에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다면, 식물성 기름에는 콜레스테롤과 구조가 비슷한 식물성 스테롤이 있다. 식물성 스테롤은 인체에 유해한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암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해바라기씨유, 참기름, 들기름, 콩기름, 옥수수유에 많이 들어 있으며, 견과류에도 함유돼 있다. 식약청에서는 공식적으로 하루에 800㎎~3g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인정했다.

반면 동물성과 달리 식물성 식품에 많은 불포화지방은 몸에 좋은 지방이다. 예를 들어 올레인산과 리놀레산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동맥경화의 촉진을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렇다면 식물성 기름은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 한때 장수식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사에서 올리브오일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본에서는 매일 한 스푼 정도의 올리브오일을 먹는 건강법이 유행한 적도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 적당히 먹어야 한다. 많이 먹으면 혈중 지질이 상승하고 1g에 9㎉의 높은 열량을 내는 만큼 고지혈증, 비만 등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적당한 지방 섭취량은 성인의 경우 총열량의 15~25% 정도. 불포화지방과 포화지방의 섭취비율은 2대 1이 알맞다.

알맞게 먹는다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그 ‘알맞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신(神)인들 알 수 있을까.


▷도움말=이무용 동국대 일산병원 심장혈관센터장·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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