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화학조미료

  • 입력 2011-05-20   |  발행일 2011-05-20 제36면   |  수정 2011-05-20
"감칠맛 내는 너는 정말 ‘악마의 가루’냐"
다시마서 글루탐산 추출한 후 나트륨 결합시킨 일본이 원조
中 등 음식 과다사용 유해 논란…초기 국내선 밥에 뿌려 먹기도
첨가물 표기에 빠져 있다고 無MSG 뜻하진 않아 주의를
英처럼 식품신호등제 실시를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화학조미료

사람들은 그 음식이 맛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감칠맛이 있다’고 되뇐다. 하지만 그 감칠맛의 정체가 구체적으로 뭔지는 잘 모른다. 조금 속내를 아는 이는 ‘다시마를 넣어서 그렇나’ 하고 짐작한다. 이번 주에는 그 감칠맛의 주인공인 MSG를 해부해본다.


◆ 현대밥상의 폭군 MSG의 숨겨진 이야기

감칠맛의 종주국은 일본이다.

때는 1908년. 독일에서 유학을 다녀온 이케다 기쿠나에(池田菊苗) , 그는 동경제국대 화학자였다. 우연히 두부전골 육수의 맛이 왜 감칠맛이 나는지 의문을 갖는다. 또한 신체가 허약한 일본인들에게 식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양념을 개발하고 싶었다. 연구한 결과 전골에 섞인 다시마가 맛의 원천이라는 걸 알아낸다. 다시마 40㎏에서 글루탐산 30g을 추출하는데 성공한다. 그해 4월24일이었다. MSG를 처음 개발했던 이케다 박사가 처음 사용했던 ‘우마미‘(감칠맛)’는 해일을 뜻하는 ‘쓰나미’와 함께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문 과학용어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글루탐산은 여러 천연식품에 섞여 들어가 있다. 글루탐산은 20여가지 아미노산 중 하나로 다시마 100● 당 3천200㎎, 버섯은 140㎎, 토마토는 140㎎, 닭고기는 44㎎, 쇠고기는 33㎎ 정도 포함돼 있다. 이런 식품이 들어간 음식은 감칠맛이 난다. 물론 다시마가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나타낸다. 이케다 박사는 이 클루탐산을 추출해 화학조미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사실 글루탐산 자체는 아무런 맛이 없다. 음식으로 만들 때 맛이 난다. 글루탐산은 불안정한 분자다. 대체로 맛 없는 것들과 엉키려한다. 그래서 이케다 박사는 나트륨(Na·sodium)을 결합시켜 안정적인 염을 만든 게 바로 화학조미료의 원조 MSG였다.

MSG는 L-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L-Glutamate)의 약자다. 여기에는 글루탐산이 88%, 나트륨은 12% 들어가 있다. 한때 MSG가 석유에서 추출된다는 루머도 나돌았다. 초창기에는 탈지대두의 단백질을 원료로 해서 염산으로 가수분해를 시켰고, 거기서 글루탐산을 얻었으며, 다시 수산화나트륨으로 중화시킨 뒤 MSG를 만들었다.

일본의 경우 1909년 아지노모도(味の素)가 출시된다.

일제 때 MSG가 국내로 들어온다. 냉면집과 불고기에 엄청나게 투하된다. 1926년 신문 광고에 이런 문구까지 등장한다. ‘우리집 동치미 맛은 일등, 아지노모도를 쳤으니 맛이 좋지요.’

육수 맛을 내는 데 이것만큼 단시간에 효과를 내는 게 없었다. 설렁탕 국물은 물론, 각종 육수 빚는데 엄청 들어간다. 초창기 조리사들에겐 ‘신비의 백색가루’로 불려진다. 심지어 식사 중에 밥에 조미료를 듬뿍 뿌린 뒤 밥을 먹는 이도 생겨났다.

한국 화학조미료의 역사는 56년부터 시작된다. 현 대상의 전신인 동아화성공업이 아지노모도사로부터 미원을 수입했다. 미원의 독점시대에 제동을 건 것은 64년 등장한 제일제당이 민 미풍이었다. 하지만 미원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하지만 미풍은 우회작전을 동원한다. 70년대로 접어들면서 미원이 유해물질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이를 역이용한 것이다. 75년 제일제당이 천연 조미료, 다시다 시대를 연다. 한편, 중국도 화학조미료에 강력하게 매달린다. 중국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웨이징(味精)’이라 한다.

◆ 중국음식 증후군과 반 MSG 바람

68년 MSG의 발목을 잡는 사건이 발생한다.

중국계 미국인 의사 곽호만(로버트박)은 평소 먹던 중식을 먹고난뒤 머리가 아프고 목이 뻐근해지고 멀미 증세가 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역학조사를 했다. 그는 ‘중국음식증후군(CRS·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란 이름으로 의학잡지에 기고하며 원인을 중국음식에 과다사용된 MSG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89년 호주에서 한 여고생이 중국음식점에서 식사한 뒤 발작을 일으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호주의 언론에서는 이 여학생의 사인을 두고‘화학조미료의 영향이 90%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MSG가 중국음식점증후군의 원인이라던 곽호만의 주장도 근거가 불확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음식이 지나치게 짠 것이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사탕수수 찌꺼기와 같은 당밀(糖蜜)을 코리네박테리움과 같은 미생물로 발효시켜 생산한다. 대상측에 따르면 MSG는 우리가 전통식품으로 자랑하는 된장이나 김치와 똑같은 발효 식품을 정제한 천연농축 조미료라 주장한다.

95년의 미국실험생물학회연합(FASEB) 패널조사 방식에 따라 확립된 기준에 의거해 맹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제로 MSG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MSG를 먹으면 알레르기가 악화된다는 주장 역시 지난 수십년간의 과학적 실험 결과 명확한 연관성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 식품신호등제 실시하자

한편, 미국 내에서 ‘MSG 무첨가’라고 표기하는 것은 불법이다.

기술적으로 MSG는 식품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로 존재하는 글루탐산염(Free Glutamate)들 중 단지 하나일 뿐인데 소비자들은 글루탐산염 모두를 의미할 때 MSG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FDA에서는 MSG 무첨가라는 표기가 여러 가지로 존재하는 글루탐산염 모두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규제하고 있다.

2006년 시행된 식품완전표시제에 따르면, 개별 화학첨가물은 식품 뒷면에 전부 표기해야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을 섞은 복합원재료는 일일이 표기할 의무가 없다.

××시즈닝, ××양념, ××조미분 등으로 표기돼 있다면 ‘복합원재료’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식품 뒷면에 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는 표기가 없다고 해도 MSG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다른 화학첨가물과 결합해 몇 배나 더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시민모임 측은 “영국처럼 식품 신호등제를 실시하자"고 제안한다. 첨가물을 암호 같은 성분명으로 적는 데 그치지 말고, 위험도에 따라 녹색, 주황색, 빨간색으로 표시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MSG 유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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