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육개장 도시만들기 토론회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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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3-23   |  발행일 2012-03-23 제42면   |  수정 2012-03-23
대구육개장이냐, 대구따로국밥이냐, 대구탕이냐…그것이 문제로다
영양가 있는 웰빙 향토음식으로 인식시켜야
정확한 정체성 찾는 것도 급선무
동인동찜갈비처럼 한 곳에 모이면 홍보 쉬울텐데…
조금씩 다른 레시피도 과제

대구육개장(따로국밥)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20일 오후 대구시 북구 소상공인진흥원 교육센터에서는 대구시가 주최하고 <사>대구음식문화포럼이 주관한 ‘대구육개장 명성 찾기와 활성화를 위한 육개장 도시 만들기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가장 뜨거운 쟁점은 따로국밥과 육개장을 하나로 묶어 ‘대구탕(大邱湯)’이란 통칭을 사용하는 문제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따로국밥이란 명칭이 대구육개장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패널로 나온 정봉원 영진전문대 관광경영과 교수는 150여명의 교직원을 대상으로 ‘대구탕, 따로국밥과 육개장, 대구따로국밥과 대구육개장 중 어느 명칭이 좋으냐’는 설문 결과, 응답자의 56%가 ‘대구육개장·대구따로국밥’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드스토리텔링과 카피마케팅전문가들은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구육개장은 기존 따로국밥 수준의 반응 밖에 못 얻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자 역시 대구육개장에는 반대다. 역발상의 카피마케팅거리가 충분한 ‘대구탕’으로 가는 게 얻는 게 더 많을 것이라고 본다.

‘대구탕에 대구가 없는 이유?’

만약, 대구시가 이런 헤드카피를 서울역에 내민다면, 그리고 그 아래에 생선인 대구에는 X표, 쇠고기에는 O표를 하고 맨 아래 먹음직스러운 대구육개장 사진을 놓는다면 어떨까? 상당수 서울역 승객들은 대구탕에 대구가 없는 이유란 카피에 끌려 그 아래 메시지를 읽을 것이다. 그럼, 빙그레 웃으면서 ‘세상에 별스런 대구탕이 다있네’라면서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대구육개장은 이제 링 위에 올라왔다. 얻어 맞아 죽을 수도 있고 챔피언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지속적으로 미칠 수 있는 마케터 발굴도 절실하다. 계속 주장하면, 계속 가면 그게 길이 되는 법. 앞으로 대구시와 <사>대구음식문화포럼은 제3의 명칭 선택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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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골식 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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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식 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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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식당식 육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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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일식당식 육개장




■ 육개장 토론회 지상중계

▶▶▶ 정봉원 영진전문대 관광경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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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국밥과 대구식 육개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새로운 명칭은 없을까. 지난 20일 오후 지역민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북구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열린 ‘육개장 도시 만들기 토론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비롯해 대구육개장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향토음식 전문점 혹은 프랜차이즈 시스템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육개장 전문점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맛의 맥을 이을 수 있는 가족 중심의 전통음식 전문점으로 성장하든지, 아니면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하여 체인사업으로 성장하든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육개장은 가정음식이라는 인식이 높게 자리잡고 있어 맛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국물음식을 회피하는 고객들에게 영양가 있는 웰빙 향토음식으로 인식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표고객을 선정하여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조리능력과 주방 설비를 감안하여 1~2가지 여성 메뉴도 필요하다. 냉동·냉장·레토르트(Retort) 등의 물류시스템을 확보해야 된다. 육개장의 물리적 속성보다는 감성의 힘으로 식욕을 느끼도록 하여야 한다. 육개장의 메뉴나 서비스를 식별할 수 있도록 명칭·기호·디자인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SNS를 이용한 맛집의 이미지화가 필요하다.

▶▶▶ 황광해 맛칼럼니스트

서울 일반 소비자에게 ‘대구식 탕반음식’에 대한 개념은 없다. 대구는 ‘음식문화가 뒤처진 도시’라는 막연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적이다. 서울에 올라가서도 경쟁 메뉴가 많아 버티기 힘들 것 같다. 서울식 해장국 명가인 청진옥·대중옥·이문설렁탕(이문옥)·잼배옥·영춘옥이 건재하다. 설렁탕, 청진동 해장국, 속초식(동해안식) 해물해장국, 충무식 해장국, 여수·목포·강진식(서남해안식)해장국 등 대구육개장에 대한 대체재가 서울에는 많다. 서울의 음식점 창업 관련자들은 되레 안동음식인 간고등어, 헛제삿밥, 찜닭, 식혜 등에 더 관심을 둔다.

대구육개장을 띄우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정확한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반가음식인지, 시장통음식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된다. 정확한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대구의 스토리텔링 대상은 대구가 아니라 전국이다. 즉 정확한 자리매김이나 정체성 확보 후 전문가 집단의 인문학적 판단력과 정보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리 서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서울의 문화 소화능력을 짐작하고 설계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의제를 먼저 설정한 후, 역사적 사실로 겉옷을 입혀 전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경북 지역의 음식 중 안동음식과 대구음식의 자리매김, 대구 음식의 특장점, 차별화 포인트, 대구 탕반음식에 대한 인문과학적이고 사회학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지나친 역사성 추구는 바람직하지 않다. 어차피 현재 상업화된 음식들의 역사는 다 짧다.

▶▶▶ 박무덕 옛집육개장 3대 대표

‘대구가 육개장의 본고장’이란 건 이제 음식에 관심 있는 이들은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육개장은 싸구려 음식이 되어버린 것 같다. 용어도 제각각이다. 육개장, 소고기국밥, 따로국밥, 장터국밥…. 육개장은 말 그대로 육개장이다. 쇠고기를 주재료로 채소, 기름을 둥둥 띄워서 나오는 국이다. 쇠고기국밥은 쇠고기를 재료로 만든 모든 국들이 포함될 수 있어 범위가 너무 크고, 너무 흔한 가정식 국이다. 따로국밥은 옛날 시골장터에서 뚝배기에 밥을 말아주던 국밥을 양반들이 먹기 좋게 밥과 국을 구분해서 상에 차려 낸 것에서 유래했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대구의 자랑 대구탕은 육개장이 되어야 한다.

전통이 중요하고 정성이 중요한건 사실이지만 고객들이 그 전통과 정성을 알게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동인동찜갈비 같이 한 군데 모여 있다면 홍보도, 손님들의 주목도 쉽게 받을텐데 육개장 집은 구석구석 흩어져 있어 개별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힘드니 대구시가 나서야 될 것 같다.

▶▶▶ 하재용 음식중앙회 중구지부장 겸 교동따로 대표

따로국밥은 그 식품의 성격이나 유래, 영양적인 측면에서 우수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관이나 영업주들의 관리 및 투자 소홀로 인해 그 품격이 떨어져 큰 호응을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간 따로국밥 특유의 맛을 유지·개선하는 데 못내 아쉬운 점이 많다. 따로국밥 전문점이 영세하고 그간 지역의 경기가 어려운 탓에 전통적인 따로국밥이 아닌 다른 음식들이 따로국밥이라는 메뉴(돼지국밥, 육개장)로 영업되기도 해 소비자들의 혼선을 빚기도 하였다.

현재 지역에서 영업하는 따로국밥 전문점(국일따로·교동따로·벙글벙글식당·대덕식당·전동따로·한우장)도 그 레시피가 업소마다 약간씩 다르다. 국일과 교동따로국밥은 사골육수와 무·대파·선지로 조리하고, 벙글벙글식당은 양지머리 육수·무·대파로 조리한다. 대덕식당과 전동따로는 사골육수와 배추우거지·무·대파·선지로 조리한다. 표준 레시피 제작도 시급하다. 따로국밥은 국을 달지 않게 하기 위해 대파의 진을 뺀 뒤 솥에 넣는 등 육개장과 레시피가 좀 다르다.

▶▶▶ 안홍 대구보건대 호텔외식조리계열 교수

대구에는 현재 모두 6개 버전(대덕식당·국일식당·옛집육개장·진골목·벙글벙글·온천골식당)의 쇠고기국이 있다. 사골 육수와 우거지의 유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국일식당은 소피와 사골육수가 들어가고 우거지 대신 대파와 무만 넣는다. 사골이 들어갔다는 건 일단 장터국밥의 전통이 스며든 것이다.

옛집육개장은 처음에는 칼국수도 팔다가 나중에 육개장 전문점으로 성장한다. 초창기에는 허파, 곱창 등 온갖 소 내장 등을 푸짐하게 넣었다. 하지만 소피는 국이 탁해진다고 해서 넣지 않았다. 초창기에는 기름을 듬뿍 담았지만 이젠 건강 때문에 기름을 많이 걷어낸다. 대덕· 국일과 달리 사골육수는 사용하지 않는다. 사태 살을 1시간 삶은 물에 대파·토란대·무·고춧가루를 넣고 1시간 끓여낸다.

벙글벙글은 국일식당 스타일에 선지 대신 고기 건더기가 들어간다. 사골육수에 무와 대파를 넣고(무와 대파 비율은 1대 2) 30분 정도 쇠기름을 볶아 고추기름을 만들어 국에 넣어 양지머리와 함께 끓여낸다.

대덕식당은 예전 청도집의 우거지해장국 스타일을 이어받고 있다. 엄격히 말해 육개장과는 거리가 있다. 우거지 선지해장국이다.

진골목식당은 사골육수를 베이스로 해서 대파와 토란대, 고기는 사태와 양지머리만으로 국을 끓인다. 일명 ‘경산쇠고기국’으로 불린다. 단맛이 나는 편이고 뻑뻑한 느낌이 있으며 채소가 물러서 녹아 있다. 토란대는 빼고 무와 대파만 갖고 30~40분정도 초탕을 끓여낸다. 처음부터 너무 푹 끓이면 재료가 흐물거려 식감을 망치기 때문에 초탕 때는 75% 정도만 살짝 끓이는 게 특징이다.

정리=이춘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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