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니들이 피자맛을 알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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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4-06   |  발행일 2012-04-06 제42면   |  수정 2012-04-06

이탈리아에서 피자가 대중화된 것은 1830년대.

나폴리에서 ‘피체리아’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이탈리아 전역으로 번진다. 나폴리 피자는 8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지킨다. 2004년 이탈리아 농무부에서 규정을 만들었다. 나폴리 피자협회인 AVPN(Associazione Verace Pizza Napoletana)이 내건 ‘나폴리 피자의 8가지 규정’의 골자는?

전기·가스 화덕이 아닌 참나무 장작 화덕을 사용. 화덕 온도는 485℃. 예전에는 베수비오산의 뜨거운 화산암을 사용해 3분내 구워내야 하지만, 워낙 고온이다 보니 피자 밑바닥은 탄 것처럼 까맣게 되기 일쑤다. 잘 구운 감자칩 같다.

피자의 크기는 지름 33㎝, 둥근형으로 손 반죽하고, 크러스트의 두께는 2cm, 피자 가운데의 두께는 0.3cm를 넘으면 안 된다. 토핑도 토마토소스와 치즈만 인정한다. 하지만 국내는 거의 가스 화덕, 그러면서 다들 ‘본토식’이라고 외친다. 기자도 처음엔 그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미국식 피자가 너무 폼을 많이 잡고 맛을 복잡하게 왜곡시켰다. 알칼리성 피자를 산성으로 기죽여놓은 것 같다.

19세기 후반, 많은 이탈리아인이 미국행 길에 오른다. 그속에 조반니 롬바르디라는 이탈리아인도 섞여 있었다. 그가 1905년 뉴욕에 최초로 낸 나폴리 피자 집이 큰 인기. 이후 피자는 풍부한 토핑과 큰 사이즈 등 변형을 거듭한다.

이탈리아 피자가 얇고 기름기 없는 도우 위에 치즈·토마토·바질 등만 올린 가벼운 음식이라면, 미국식 피자는 두꺼운 도우 위에 페퍼로니·소시지·고기·치즈를 듬뿍 올린 무거운 음식이다. 화덕에 굽는 이탈리아와 달리 프라이팬이나 스크린(피자를 얹는 판)에 얹은 뒤 오븐에 넣어 굽는다. 타바스코 소스와 치즈가루도 미국식 피자에서 빠질 수 없는 양념이다. 시카고의 명물 딥디시 피자의 경우 두께가 3㎝ 정도.

미국식 피자는 국내로 흘러들어와 ‘코스트코 피자’로 불린다. 지름 44㎝라는 대형 사이즈에 1.3㎝의 두꺼운 두께, 빽빽할 만큼 풍부한 토핑과 짭짤한 맛이 특징이다.

이런 맛에 길들여지면 이탈리아 본토식 피자는 비스킷 같아 못 먹겠다고 반응한다. 이탈리아 본토 스파게티는 화장기 없는 ‘쌩얼’ 같다. 적당히 잘 익은 꼭 고두밥 같은 ‘알덴테’상태의 면발 앞에서 상당수 경상도 스파게티족은 덜 익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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