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달성군은 사찰음식의 메카 될 수 있을까

  • 이춘호
  • |
  • 입력 2012-05-11   |  발행일 2012-05-11 제42면   |  수정 2012-05-11
육류 부분허용이냐, 완전 채식이냐…‘사찰음식 대중화’ 그게 문제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달성군은 사찰음식의 메카 될 수 있을까
달성군 주최 제1회 전국사찰음식품평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가창면 우록리 큰나무밥집식당 조갑연 사장이 마련한 사찰음식 한상차림. 오신채를 뺀 물김치, 가죽부침개, 녹두를 넣은 연근찜, 햇쑥 완자탕, 두부된장 소스 샐러드, 표고누룽지탕수, 구운 과일 꼬치, 가죽장아찌, 톳전병, 산나물류가 보인다.

사찰음식….

웰빙·슬로푸드의 해결사 같다. 템플스테이 참가자 등 너도나도 ‘사찰음식이 좋다’고 외쳐댄다. 전통음식전문가, 궁중음식전문가, 약선음식전문가들이 사찰음식과 윈윈전략을 짜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찰음식이 처음 공론화되기 시작한 건 1990년부터.

그해 서울 리베라·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전국 비구니들이 모여 사찰음식 잔치를 벌였다. 선재스님은 94년 9월부터 불교TV에서 ‘푸른 맛 푸른 요리’란 프로를 진행하면서 공전의 히트를 친다. 같은 해 스님은 ‘선재스님의 사찰요리(디자인하우스 간)’를 펴내면서 사찰음식 개척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된다. 2010년 ‘자연을 담은 사찰음식’을 펴낸 홍승스님도 사찰음식연구소를 내면서 부산을 축으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에서도 ‘팔도사찰음식 백서’를 지역별로 취합중이다. 지난 겨울에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앞에 대안스님이 꾸려가는 ‘발우공양’이란 조계종 인가 사찰음식점이 태어났다.

이밖에 문경시 산북면 전두리 윤필암은 이미 국내 최고의 사찰음식 전통을 보유한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고령 반룡사에도 사찰음식연구소(소장 배현주)가 생겼고, 의성 고운사에도 한국사찰음식문화연구소가 생겼는데 현재 안동 선찰사 지견 주지스님과 황은경 문경대 호텔조리과 교수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달성군 사찰음식 육성위원인 대구시 수성구 범어2동 수도암 승원스님 등도 사찰음식을 알리고 있다. 김천에서는 연요리 전문점 ‘바루’가 주목을 받는다.

연잎밥 전문점들도 은근히 사찰음식 전문점으로 소개된다. 경주의 ‘하연지’와 ‘향적원’은 연요리 전문점으로 알려졌다.

대구의 동구는 전국적 연근생산지(147㏊)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동구 중대동 ‘다우산방’, 북구 구암동 ‘초당’, 동구 송정동 ‘명산식당’, 수성구 상동 ‘소담정’, 동구 도동의 ‘백림정’, 달서구 본동의 ‘연빈재’, 동구 진안동의 ‘연향이 머무는 뜨락’, 달서구 두류동의 ‘돌메꽃’, 동구 백안동의 ‘팔공산뜰안채’, 달성군 옥포면의 ‘비슬농장식당’, 달성군 가창면의 ‘소풍’, 안동의 경우 직접 연지를 가꾸고 있는 ‘안동화련’ 등이 사찰음식과 직·간접 연관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음식점에는 적잖은 육류 메뉴가 있어 사찰음식 본연의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

90년대 중반 대중화의 길을 걸은 약선(藥膳)음식도 사찰음식과 공감대를 넓게 형성하고 있다. 이제 사찰음식은 약선음식이면서 궁중음식과도 어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효음식, 산채음식, 로컬푸드, 힐링푸드, 유기농음식, 제철음식, 친환경음식, 자연식, 채식 등과도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하지만 사찰요리는 채식이어야만 하고, 수행을 방해하고 음심을 촉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향신료인 ‘오신채(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를 사용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절도 아닌 일반 식당이 품기에는 극도로 까다로운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달성군은 사찰음식의 메카 될 수 있을까
달성군 비슬산 자연휴양림 초입에 있는 연카페에서 만든 콩단백을 이용한 콩가스.


◆달성군, 사찰음식을 품다

그런데 달성군이 사찰음식에 올인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해인사를 둔 경남 합천과 통도사를 둔 경남 양산, 직지사를 둔 김천 등도 사찰음식에 관심을 두었지만, 직접 사업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그냥 사찰음식전문가와 특정 사찰이 MOU를 체결해 사찰음식 대중화에 나서고 있는 정도다.

그런데 달성군은 달랐다. 일단 한국 사찰음식의 양대산맥 스님부터 초청했다.

지난해 6월에는 선재스님을 초청, 달성군청 문화복지동 대강당에서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이란 교양강좌를 열었다.

그해 10월에는 조계종 지정 사찰음식점인 발우공양 대표로 있는 대안스님을 모셔, 달성군에서 가장 사찰음식에 관심있는 영업주 6명을 선정해 특성화교육을 실시했다. 대안스님을 비롯 정재덕 발우공양 조리이사, 전효원 이지사찰음식문화원장, 신아가 미래외식경영부설 창업아카데미 원장 등을 강사로 초빙해 사찰음식의 유래와 특징부터 약리작용, 효소, 발효음식, 현장학습, 상품화 등을 가르쳤다.

또한 연잎밥을 잘하는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수도암 주지 승원스님을 초청해 관내 음식점 영업주 40여명을 대상으로 여성문화복지센터 요리강습실에서 10주 요리강습을 실시했다. 지난해 10월 제10회 대구음식관광박람회 기간 중 EXCO 1층 전시관에서 달성군 사찰음식 품평회를 개최했다.

올해는 비슬산 참꽃축제와 연계해서 모두 52개팀이 출전한 가운데 제1회 전국 사찰음식품평회를 가졌고, 또한 사찰음식의 우수성 및 대중화 방안 토론회까지 가졌다.

달성군은 이번 품평회에서 쑥탕수·단호박찰밥·알로에오미자화채를 출품해 대상을 차지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큰나무밥집식당(조갑연), 무려 50여가지 과채류를 갖고 장아찌를 실험적으로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장아찌 전문식당인 옥포 용연사 근처의 ‘비슬농장식당’과 비슬산자연휴양림 초입 ‘장수식당’, ‘연카페’ 등 관내 10여개 유관 음식점 중 특화된 업소를 선정, 달성군 지정 사찰음식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사찰음식 대중화 논란 중

이번 달성군이 주최한 사찰음식 대중화 방안 토론회에서 흥미로운 정보가 많았다.

‘한국사찰음식의 이용실태와 대중화를 위한 방안 모색’이란 주제발표를 한 문경대 호텔조리학과 황은경 교수가 대구·경북·부산·경남 지역민 248명을 대상으로 사찰음식 관련 선호도 조사를 벌였다.

이 결과 29.9%가 연간 5번 이상 사찰음식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고, 메뉴는 34.7%가 산채모듬밥, 국의 경우 26.6%가 산초잎된장국, 24.2%가 토란탕을 선호했다. 죽은 41.1%가 들깨죽, 나물의 경우 40%가 취나물, 구이는 연근전이 26.6%, 부각은 40.3%가 다시마부각, 장아찌는 두릅장아찌, 조림은 두부와 우엉조림, 김치는 더덕물김치, 참나물김치, 연근김치, 머위김치, 과일김치, 고구마김치 순으로 선호했다.

사찰음식의 대중화 방안으로는 체험행사, 인터넷활용, 전시 및 박람회, 전문식당, 방송보도, 책자배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중화를 위해선 체험행사와 온라인 홍보가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오신채와 육류 사용 금지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육류사용이 필요하다는 비율은 33.9%였다. 그런데 남자에 비해 여자의 경우 사찰대중화를 위해 육류사용이 필요하다고 봤다. 10~20대에 비해 30대 이상이 육류사용에 관심을 보였다. 학력이 높을수록, 월수입이 높을수록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반응이었다. 오신채 금지에 대해서는 61.3%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 대중화 방안은?

승원 스님은 “종단 차원에서 가칭 사찰음식협의체 구성을 지원하고 전통사찰음식의 조리법도 체계화시키고, 사찰음식 전수자를 육성시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대구공업대 박현숙 교수는 식품 관련 학과 재학생들을 공양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육류음식을 부분적으로 허락할 건지, 아니면 수행승이 먹는 완전 채식단으로 갈 건지에 대한 합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사부대중(비구, 비구니, 우바이(남자신도), 우바새(여자신도)) 중 비구와 비구니는 수행승이라서 조계종에선 육식을 금한다. 하지만 신도들은 육식이 가능하다. 신도들도 완전 채식이라면 일반 사찰음식점도 채식으로 가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 분석해 보면 사부대중식도 채식과 육식으로 뭉쳐져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지자체 지정 사찰음식전문점을 오픈할 때는 사찰음식 취지에 맞는 어패류와 육류에 대한 부분 허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대중화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게 어려우면 지자체에서 직접 채식 전문 사찰음식점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