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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나물과 데리야키 소스가 인상적인 남성을 위한 스테이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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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를 축으로 한 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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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가 들어간 크림 스파게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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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팔로 모차렐라를 올린 샐러드. |
누군가 기자에게 그랬다.
“요즘 너무 경력이 일천한 레스토랑 오너셰프에 치중하는 것 같다”고.
하지만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검증됐고, 유명하고, 돈을 벌 만큼 번 베테랑 셰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소림사에서 갓 검법을 배워 나와 나름 자신의 검법이 생길락 말락할 때 언론에서 조명을 해주면 더욱 욱일승천(旭日昇天)할거란 믿음이 있다.
홍중곤(28). 고르곤졸라(세계 3대 블루치즈)의 ‘곤’자가 연상된다. 현재 현대백화점에서 매주 금요일 ‘쉽고 폼나는 이탈리아 요리 코너’를 진행한다. 탤런트 장근석을 닮은 이 사내, 돈에는 좀 약하고 수완도 별로이며, 외모답지 않게 우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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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오’ 오너셰프 홍중곤씨. |
◆ 전도양양한 음식학도였다
대구 신암중 1년 때 읽은 ‘미스터 초밥왕’이란 만화책에 홀린다.
일식 요리사의 길을 꿈꾼다. 영진고로 입학한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조리고등학교가 없었다. 고3 때 요리학원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야간자습에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담임선생한테 되레 욕만 얻어먹는다. 첫 좌절이었다.
대구산업정보대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한다. 요리가 적성에 맞았는지 2년간 올 만점이었다.
일단 미국과 일본으로 가서 접시닦이 하더라도 뭔가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일 하며 여행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Work & Travel 이란 기업에 노크했다. 일요일마다 곽병원 근처에서 정기모임을 했다.
준비 완료. 미국 콜로라도로 간다. 덴버에 있는 레스토랑(찹 하우스라는 스테이크 전문점)에 가서 스테이크와 가니시(고명)를, 바로 옆에 있는 피자전문점에서 피자를 배웠다. 하루 15~16시간 일했다.
◆ 대구와 미국의 스테이크
“대구와 미국 스테이크를 비교하면 미국이 우리보다 한 레벨 덜 익히더라. 두 감각을 익혀야 비즈니스맨들에게 실수 하지 않는다.”
미국의 미디엄이 대구로 치면 거의 미디엄 레어나 레어급이었다. 한우가 가장 맛있는 줄 알았는데 실제 가서 보니 미국 고기가 정말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능히 할 수 있는 수준의 스테이크라고 믿는다.
“미국의 대표적 소스인 브라운소스는 사골 등을 4일여 고아 걸쭉하게 만들어 조금은 투박하다. 다른 소스를 응용할 수 있는 기본 소스인데 미국에서는 그 이상의 창의적인 소스법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3개월 있다가 대구로 왔다. 무얼하지? 고민하다 서울 셰라톤 워커힐 호텔로 실습 나갔다. 용인 에버랜드 식품부도 갔다.
졸업 즈음 한 교수가 그에게 지역의 한 이탈리안 식당을 소개해준다. 거기가 바로 현재의 알리오(Aglio·‘마늘’이란 이탈리아어). 올해 5년차다.
원래 주인은 청도 풍각에 있었던 갤러리 전 대표 전병화씨와 그의 여동생 경복씨였다. 기대는 했는데 막상 와보니 규모도 협소하고 후졌다. 마트 2층이란 점도 맘에 거슬렸다. 내심 1년 정도 일해 미국 가는 항공료를 벌 심산이었다. 그런데 이 첫 직장이 천직의 삶터가 됐다.
매일 알리오만의 요리 방식을 노트로 정리했다. 그런데 늘 돌아오는 말은 ‘당신이 만든 음식은 깊은 맛이 부족하다’는 지적. 엎치락뒤치락거리면서 한 달만에 파스타 14가지, 피자 6개, 샐러드 6개, 스테이크 6개를 독파했다. 다들 복덩이가 들어왔다고 좋아했다.
◆ 2년전부터 스테이크에 올인한다
2년전 이 식당의 오너가 된다.
일단 스테이크를 연마하고 싶었다. 일본의 도쿄 구치나 히라타를 견학했다. 여기는 일본적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페퍼스테이크’로 유명하다. 그 레시피를 대구로 데려오고 싶었다. 먹어봤다. 분위기는 올드하면서도 럭셔리했다. 고기를 덮을 정도로 후추를 엄청나게 많이 넣은 스테이크였는데 매운 맛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참치 뱃살만큼 기름기가 많은 고기를 극복하기 위해 후추를 많이 넣은 거라고 분석했다.
일본 견학을 마친 후 그는 알리오에서 모두 6가지 종류의 스테이크를 낸다. 이렇게 다양한 스테이크를 한 주방에서 내는 곳도 그렇게 흔치 않다. 행사별, 연령별에 맞는 다양한 라인을 형성한 것이다. 물론 전용 소스도 개발했다. 이게 알리오만의 특징이다.
△왕소금 스테이크= 고기의 맛만 즐길 때 선택하라. 최소한의 소금 후추간, 가니시는 구운 양파, 디종 머스타드를 곁들인 마늘쫑.
△홀그레인소스 스테이크= 조리용 와인을 약불에서 하루 정도 달인다. 거기에 핑크 페퍼와 디종 머스타드를 섞고, 조금 더 졸이면 농도가 뻑뻑하게 되는데 그걸 사용하기 직전에 생크림에 희석시켜 와인과 크림이 믹싱된 버전으로 내는 것이다. 가니시는 머시감자, 토마토와 채소.
△데리야키소스 스테이크= 이날 기자가 맛본 거다. 한국인, 특히 중년 남자들 정서에 맞게 했다. 구운 마늘, 볶은 숙주, 비트(무과라서 고기를 먹는데 소화에도 도움을 주고, 간장 소스로 인한 느끼함을 제거하기 위해 넣는다) 등을 베이스로 깐다.
△케이퍼소스(연어용 소스) 스테이크= 오일에 양파와 마늘을 넣고 달달 볶다가 잘게 다진 샐러리를 넣고, 숨이 죽으면 거기에 생크림을 조금 넣고, 케이퍼 즙과 함께 곱게 간다. 푸레 형태로 크림이면서도 케이퍼의 새콤한 맛이 감돌도록 한 게 특징. 가니시는 구운감자, 워터크래스(Watercress·물냉이잎으로, 유통기한은 하루이고, 200g에 4천원선에 거래된다. 칠성시장 특수야채 코너에서 구입).
△고르곤졸라 크림소스 스테이크= 다진 양파를 오일(퓨어급)에 살짝 볶다가 듬성 썬 양송이버섯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브로콜리와 볶다가 한 김 쉰 다음, 생크림을 소량 넣고, 고르곤졸라치즈를 생으로 넣어서 약불에 치즈가 다 녹을 때 까지 저어준다. 검은 통후추를 생각 이상으로 많이 넣는다. 고르곤졸라의 느끼함 때문에 매운맛으로 중심을 잡는 것. 요리시간은 5분여.
△양파와인소스 스테이크= 왕소금 구이처럼 소스의 개념이 아니고 가니시를 소스처럼 활용한 것. 양파를 슬라이스 친 뒤, 30분간 약불에서 숨을 죽인다. 수분이 나오기 시작하면 조리용 와인을 부어 30여분 더 졸인다. 보랏빛 젤리 스타일의 양파가 나온다.
◆ 홍중곤의 요리 TIP
그릴보다 팬프라이 스타일을 선호한다. 그릴 직화 후 오븐에 굽는 방법도 있지만, 호텔에서 선호되는‘메달리온(작은 햄버그형태의 스테이크)’형태는 싫어한다. 두께가 얇다. 메달리온 버전을 얇게 편 것이다. 그러면 익는 템포를 빠르고 쉽게 조절할 수 있다. 두께가 얇기 때문에 육즙을 유지시키기 위해 튀기듯 굽는다. 오일을 넉넉하게 스테이크가 반 정도 잠길 정도로 붓는다. 구울 때 팬을 200℃로 뜨겁게 유지한다. 오일에서 연기가 날 정도다. 이때 고기를 내린다. 굽는 시간은 20~30초 이상 안 간다. 1분 정도 되면 미디엄 이상 웰던으로 넘어간다. 레어급은 30초, 미디엄은 1분 미만, 웰던은 1분30초~2분. 하지만 행간의 감각을 알아야 하는데 갈길이 멀다.
손님 대다수는 ‘핏기는 없고 그대신 부드럽게 구워주세요’라고 주문한다. 이건 어불성설이다.
스테이크 본질상 핏기 없이 부드럽기가 정말 힘들다. 핏기가 있다는 건 육즙을 머금고 있다는 것이고, 육즙이 없으면 자연 부드러워지지 않는데 그걸 배제하면서 부드러운 고기를 요구하는 건 잘못이다. 웰던의 경우 ‘수비드(저온조리법)’ 버전이 요즘 서울에서 유행한다. 한 세기 전 프랑스에서 유행했다. 고온 팬에 살짝 양면을 익혀 육즙 안빠지게 코팅을 한 뒤 진공 포장을 해서 50~60℃의 미지근한 물에서 20~30분간 속을 익혀낸다.
많이 바쁜 날 크리스마스에는 50~60개 구워낸다. 스테이크용 프라이팬이 8개다. 굳이 명품 팬을 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좋은 팬이라도 흠집이 나면 계속 눌러붙는다. 코팅이 되는 부분은 달라붙지 않지만 흠집이 나면 그 부분이 달라붙게 된다. 뒤집을 때 고기가 뜯겨나간다. 저렴하더라도 괜찮은 걸로 자주 바꾸는 게 맞다. 팬은 보통 2~3개월 마다 교체한다.
파스타 졸업했냐 하는 질문은 우문이다. 여러 파스타는 거부한다. 스파게티만 판다.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파게티 하나라도 잘 해보자고 다짐한다.
조금 안타까운 건 샐러드를 겉절이로 알고 무한 리필을 바라는 이들이 있는 데 식재료 원가를 음미해줬으면 좋겠다. 코스 스테이크는 3만9천원과 4만9천원(가공 식빵, 수프, 샐러드, 파스타, 스테이크, 디저트, 차). 수성구 범어1동 899-22. (053)741-5989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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