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조미료·고기·고추장 “NO” 달성 ‘힐링 사찰비빔밥’ 나온다

  • 이춘호
  • |
  • 입력 2013-02-01   |  발행일 2013-02-01 제42면   |  수정 2013-02-01
20130201

대한민국 비빔밥의 종장은 단연 전주비빔밥.

하지만 이건 매스컴이 불러온 ‘집단최면현상’의 하나라고 믿는다. 이미 전주에서도 전주비빔밥에 대한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안동출신의 방랑식객으로 유명해진 산당 임지호는 “순창고추장의 아우라를 역이용한 고추장 소스 전주비빔밥은 인정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주에만 비빔밥이 있는 게 아니다. 다양한 버전의 비빔밥이 시너지효과를 거둬야 할 시점이다.

특히 과도한 상추와 고추장, 꾸덕해진 계란 프라이 등이 무절제하게 들어간 시중의 비빔밥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본다. 정통 전주비빔밥도 청포묵에 치자물 들인 황포묵이 들어가야 하지만 타지 전주비빔밥에선 이런 식재료를 찾을 수 없다. 우린 ‘짝퉁비빔밥’에 놀아나고 있다.

‘삼주(三州) 비빔밥’이 있다. 전주·진주·해주비빔밥이다.

진주비빔밥은 콩나물 대신에 숙주나물, 콩나물국 대신 해물이 들어간 탕국이 있어야 진짜다. 진주에선 제일식당과 천황식당이 좌장격. 그런데 역사를 놓고 보면 전주보다 진주가 더 오래됐고, 그보다 더 오래된 한국 최고령 비빔밥집은 이상하게도 자동차 도시인 울산에 있다. 바로 함양집이다. 문경시는 산채비빔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대구도심에선 개정식당이 대구식 전주비빔밥을 내고 있다.

최근 새로운 비빔밥이 도전장을 냈다. 달성군내 16개 업소 주인이 만든 달성군 사찰음식연구회(회장 전주연)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힐링 사찰비빔밥.<사진>

기자는 지난달 30일 그 중 한 업소에서 이 비빔밥을 시식했다. 식기부터 달랐다. 그릇도 승가의 발우스타일. 무채색 계열의 식재료 매칭이 아주 토속적이었다. 화학조미료는 절대 사양. 사찰음식이니 고기도 못들어간다. 또한 마늘, 파, 부추 등 자극적인 ‘오신채(五辛菜)’도 사용 못한다. 모자반(톳)이 중심을 잡고 그 옆을 시래기, 무나물, 다진 콩잎, 김부각 등이 애워쌌다. 된장과 고추장은 금물. 비비면 간이 절로 맞다. 안동헛제사밥과 남해안 해초비빔밥을 절충한 것 같았다. 보완할 점이 드러났다. 전체 식감이 물컹거려 숙주 등으로 보강, 아삭한 식감을 주겠단다. 단맛도 더 줄인단다. 모처럼 ‘진검 비빔밥’을 만난 것 같다. 곧 완성품이 나오면 회원 식당에서 동시에 표준화된 맛의 비빔밥을 팔 계획이다.

달성군은 현재 사찰육성위원회를 결성, 달성군을 사찰음식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연차적으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찰비빔밥에 이어 사찰만두, 사찰장아찌 등 특화 메뉴를 개발할 방침.
글·사진=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