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겨울 먹거리 (6·끝) 생선탕·국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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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3-01   |  발행일 2013-03-01 제42면   |  수정 2013-03-01
제대로 된 대구탕 2만원 이상 줘야…삼척 겨울곰치는 마리당 최대 20만원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겨울 먹거리 (6·끝)  생선탕·국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겨울 먹거리 (6·끝)  생선탕·국
국내 근해 명태 어장이 사라지면서 대타로 등장한 물메기.


봄이 성큼 다가왔지만 지난 겨울의 생선탕, 생선국이 아직도 입속에 여운 가득하다. 10월 말이 되면 출하되는 통영 수하식굴도 겨울의 전령사라지만 사실 곁다리 정도밖에 끼지 못한다. 서남해안에서 나는 머리카락보다 더 가는 해초인 매생이로 끓인 매생이굴국도 혀를 조금 유혹하긴 해도 속을 민트향처럼 쏴~하게 뚫어주진 못한다.

겨울 어패류의 대명사로 등극한 벌교 꼬막도 밋밋한 곁반찬 중에선 좌장 구실을 해도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 별 기별이 없다. 홍도 근해에서 잡히는 동절기 홍어는 잡은 자리에선 암모니아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청국장 띄우는 것처럼 항아리 속에 똬리를 틀고 앉은 짚 위에서 한 달 남짓 동면을 취해야 특유의 지린내가 올라온다.

탕과 국으로 요리했을 때 생선처럼 시원한 음식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동절기엔 역시 생선이 등장해야 상황이 정리된다. 생선으론 ‘해물탕’, 민물고기론 ‘매운탕’을 만든다. 같은 물고기지만 동절기 매운탕은 별로다. 하절기가 딱이다.

참, 겨울엔 송어가 제맛을 낸다. 송어는 1965년 수입돼 현재는 토종으로 사랑받고 있다. 60여만 마리를 확보하고 있는 상주시 공성면 이화리 이화정 송어장 박규형 대표가 대표적 송어 전문가. 송어회는 속리산 아랫마을에 있는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문장대 회가든이 내공 깊다. 이 집엔 특이하게 ‘송어삼합’을 낸다. 송어회, 송어무침회, 그리고 송어매운탕이다. 송어매운탕은 여느 매운탕과 달리 파와 무를 사용하지 않고 버섯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송어회와 사촌간인 민물회가 있다. 80년대 초 남구 대명동 즉결재판소 맞은편 거리에서 남지원조 등이 대박을 터뜨린 향어회인데 겨울보다 여름이 제격.



명태 국내 연안 안 잡혀…예천에도 황태덕장 생겨

아귀 닮아 못생긴 ‘삼숙이’는 강릉에선 탕으로 내

삼척 곰치탕은 신김치 넣고 끓여…수컷이 맛 좋아


◆ 속풀이국 3인방 대구·복어·생태탕

예전에는 대구탕과 복어국이 겨울 생선탕의 절정이었다.

대구탕의 경우 제대로 먹으려면 2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 대구 지역의 경우 동구 신천동 약사회길에 있는 ‘포항물회’의 경우 87년 문을 열어 지금껏 주귀술 할매(85)가 탕을 보약처럼 끓이고 있다. 한 그릇 2만5천원. 하지만 비싼 게 제값을 한다는 마니아들이 대구 대구탕 1번지로 인정한 곳이다.

경산의 경우 중방동에 있는 ‘동해식당’을 대구탕으로 알아준다. 이밖에 중구 경상감영공원 동편에 있는 ‘유경식당’, 실버 식객들에겐 시골맛을 가진 종로 ‘산호식당’ 대구탕도 선호되고 있다.

25년 전부터 명태가 전멸하다시피 해 국내 연안에서는 안 잡힌다. 요즘은 원양산 명태뿐이다. 그 명태를 말려 황태를 만든다. 강원 인제군 용대리 내설악 지역이 독보적인 주산지다. 그런데 경상도 북부지방 소백산 자락에도 황태 덕장이 생겨나 화제가 되고 있다.

예천군 상리면 용두리에서 황태덕장을 개발한 신대섭씨(55). 그는 3년간 시험 끝에 1만여㎡ 덕장에서 연인원 2천여명이 20여t의 황태를 생산했다. 부산에서 건어물 유통업을 하다 이 지역에 정착한 신씨는 소백산 기슭의 용두리는 해발 고도가 750m 정도로 겨울철 평균 일교차가 10℃ 이상이고 눈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 최고의 맛을 낸다고 말한다.

또 겨울철 20여일 정도는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5∼20℃, 나머지 기간도 영하 5∼10℃는 유지해 강원지역 황태덕장 이상의 기후조건을 자랑한다. 특히 용두리의 경우 백두대간 깊은 산속의 소나무와 잣나무 사이로 쉼 없이 부는 깨끗한 산소바람이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명태를 가장 많이 말린 걸 ‘북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북엇국도 겨울철 속풀이국으로 사랑을 받았다. 생태탕도 추억의 겨울국. 요리경력 50년을 자랑하는 최종하씨가 지키고 있는 ‘명성식당’이 지역에선 가장 깊은 맛을 내는 생태탕 전문점이다. 서구 내당동 7호광장 근처 광장복어 골목에 있는 명성은 뚝배기에 생태 한 마리를 그대로 끓여낸다. 알까지 수북하다.

생태의 내장과 알로 직접 젓갈을 담가 낸다. 오너셰프 최씨는 70년대 대구 최고의 일식집이었던 은성 출신의 조리사로 지역에서 처음으로 횟집에서 뚝배기 매운탕을 개발했다. 동태탕도 겨울에 맛이 더 난다. 대구는 KBS대구방송총국 근처에 있는 ‘똘똘이식당’이 동태탕 전문점이다.

◆ 못생긴 바다 생선

생선 중에서 가장 못생긴 어종은 뭘까.

일단 아귀, 삼숙이, 꼼치, 미거지를 들 수 있다. 남해 통영 추도 등에서 잡히는 물메기는 표준어로 ‘꼼치’라 한다. 동해에서 잡히는 물메기는 ‘미거지’라고 한다. 물론 지역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토속 명칭이 많다. 곰치(삼척), 물곰(동해·강릉·속초), 미거지·물미거지(남해), 잠뱅이, 물잠뱅이(서해) 등 여러 개다.

그중에서도 물메기가 비교적 정통성 있는 명칭인 것은 자산어보에 ‘해점어(海鮎魚)’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점어(鮎魚)는 메기이니 우리말로 풀자면 ‘바다메기’.

꼼치는 잘 잡히는 영역이 있다. 서해에서 부산까지. 미거지는 포항 이후부터 강원도 해안까지. 하지만 둘은 워낙 비슷해 구별하기 참 어렵다.

삼숙이는 아귀를 닮은 생선. 아귀가 검고 껍질이 맨질맨질한 반면 삼숙이는 색이 엷고 껍질이 까칠까칠한 것 정도가 다르다. 예전 선원들은 아귀가 잡히면 못생겨 물에 도로 던져넣었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 했단다. 삼숙이란 이름은 못생겼다고 붙인 별명.

원래 강릉 사람들은 ‘망챙이’라고 부른다. 강릉 ‘해성횟집’에서 끓여내는 삼숙이탕은 삼척항에서 들여온 생물 삼숙이에다 명태 곤이와 미나리, 대파를 넣고 직접 담근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여내는 매운탕이다. 강릉 남대천변 중앙시장 빌딩 2층에 있다.

◆ 삼척 정라항 곰치국 이야기

찬바람이 불면 강원도 삼척 근처에 곰치국 바람이 분다. 삼척은 동쪽으로 바다를, 서쪽으로 산을 끼고 발달한 어업과 농·임업이 공존하는 작은 도시. 그래서인지 주로 어류와 산나물로 만든 음식이 눈에 띈다. 대부분은 전국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지만 유독 곰치국은 내륙에서 맛보기 힘들다.

곰치는 뭉퉁한 큰 입에 머리와 같은 크기로 길게 뻗은 몸통, 미끄덩거리는 껍질, 흐물흐물한 살결을 보면 도무지 음식으로 먹을 수 없을 것 같지만 꽤 오래전부터 음식으로 즐겼다.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펴낸 시점이 1858년인 점을 감안하면 그 이전부터 조상들이 먹었던 듯하다. 어부들이 추운 겨울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들어오거나 포구에서 그물 말리는 일을 할 때 언 몸을 녹이려고 국으로 만들어 먹었던 것이 곰치국의 기원이다.

곰치는 비린 맛이 없고 담백하다. 살이 연해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 유일한 생선. 남해와 서해에서는 무와 대파 그리고 마늘만 들어간 맑은탕으로 먹지만 삼척에서는 특이하게 곰치를 신김치와 함께 넣고 끓인다. 다른 양념은 특별히 넣는 것이 없다.

곰치를 잡으려면 배를 타고 2시간 정도 나가야 한다. 400~500m 이상 수심에서 살기 때문에 항만과 가까운 바다에서는 잘 잡히지 않는다. 산란기(11월)에는 알을 낳기 좋은 바위틈이 많은 얕은 지역으로 이동해 수심 120m 정도에서도 곧잘 잡힌다.

곰치는 전문적으로 조업하는 어선이 없다. 그물을 걷어 올릴 때 대략 작은 어선은 20~30마리, 큰 어선은 100~150마리 정도를 잡지만 어획량은 날씨나 기온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의 생선은 수놈보다 암놈이 맛이 더 좋지만 곰치는 예외다.

검은 곰치(흑곰)는 수놈으로 암놈인 붉은 곰치보다 살이 단단하고 껍질이 거친 데다 암놈과 달리 알주머니가 없어 맛이 더 좋다. 같은 크기라도 흑곰이 1.5~2배 정도 비싸다. 잡히는 양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사람들이 곰치국을 즐겨 찾는 겨울에는 어획량도 줄어 평소 마리당 5만~7만원이던 것이 10만~20만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삼척 정라항에 가야 곰치국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곰치국은 본래 가정에서 겨울철 별미로 끓여 먹던 가정식이었다. 음식점에서 팔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 구 삼척 제일극장 옆에 있던 ‘금성식당’. 이 식당을 원조로 여기저기 곰치국 식당이 생기면서 삼척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게 된다.

곰치국은 김치맛이 국물맛을 좌우한다. 햇김치는 안 쓴다. 시원한 맛이 안 나기 때문. 보통은 1∼2년 이상 된 묵은지를 사용한다. 삼척의 유명한 곰치 식당 중에서 ‘바다횟집’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식당 주인 장형석씨는 각종 방송매체를 통해 곰치를 전국에 알린 주인공이다. 대구의 경우 수성구 범어1동 복개도로 중간에 있는 ‘청학식당’이 물곰탕 전문점으로, 96년부터 팔고 있다.
이춘호기자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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