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충분히 안 보면 만화에 빠져 출생 후 문자부터 노출시켜도 안돼”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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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5-03   |  발행일 2013-05-03 제34면   |  수정 2013-05-03
그림책 전문서점 ‘강아지똥’ 장석규 대표
“그림책 충분히 안 보면 만화에 빠져 출생 후 문자부터 노출시켜도 안돼”

대구시 남구 이천동에 있는 그림책 전문서점인 ‘강아지똥’.

지역에 몇 안 되는 아동도서 전문점이다. 특히 초등학생에게 적당한 그림책은 ‘강아지똥’이 가장 두터운 장서량을 자랑한다. 한국에 내로라하는 이름난 아동도서를 한눈에 보여준다. 모두 3만여권을 갖고 있다. 초창기 지역에 7~8곳 아동도서전문점이 있었는데 현재는 시지동의 책벌레, 송현동의 호세호치 등만 남았다. 전국에는 30여곳이 있다.

장석규 ‘강아지똥’ 대표<사진>는 중구 대봉동 동아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해 책을 만진 지 올해로 29년째다. 그가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알려준다.

일단 ‘달님안녕’(한림)으로 출발한다. 이 책은 달이 뜨고 지는 과정을 통해 아이에게 자연의 신비한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태어나서 3세까지 보여주면 된다. 그럼 뇌에 지적 자양분이 공급된다. ‘신기한 주머니’(달님 출판사)는 흘린 씨앗이 이듬해 꽃길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통해 자연의 신비함을 알도록 알려준다. ‘엄마마중’(소년한길)은 3~7세가 읽으면 좋은데 부모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 다음에는 과학적 지식을 알려주는 책을 읽어야 한다. ‘우리 몸의 구멍’(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시리즈)을 통해 인체 장기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익힌다. ‘구덩이에서 어떻게 나가지’(북뱅크)에서는 지혜가 뭔지를 알려준다. 동물들이 구덩이에 빠져 벗어나려고 허우적거리다가 물이 차 자기도 모르게 올라와 놓고 자신이 어떻게 밖으로 나왔는지를 얘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동도서에서 청소년 도서로 연결해주는 브리지 책도 있다. 안도현 시인의 동화인 ‘연어’는 중학교 1학년 필독서로 인생의 본질이 뭔가를 알려준다. 그는 손님이 오면 부모와 아이의 사정에 맞도록 아동기 독서목록표를 짜주기도 한다.

◇장석규 대표 일문일답

- 요즘 모든 걸 스마트폰으로 다 해결한다.

“클릭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고 믿는다. 그런데 부정확하고 외설적·자극적·비교육적인 정보가 아이들을 노리고 있다. 자칫 덫에 걸리면 아이의 미래를 망칠 수도 있다. 책은 가장 느리고 후진 것이 아니라 가장 빠르고 가장 멋진 인생의 자양분이 그 속에 다 숨어 있다고 본다.”

-만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화 많이 보는 아이에게 ‘너 왜 이렇게 만화에 빠져 있냐’고 꾸중을 하면 그건 본인 스스로에게 꾸중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림책을 충분히 보지 못하면 만화에 빠지기 쉽다. 그림책 속에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래서 그림 한 컷을 보고도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만화의 한 컷 속에는 행동이 그려져 있다. 만화 한 컷을 볼 때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이야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것이 두 그림의 차이다. ”

- 태어나자마자 영어배우기를 강요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핀란드 등 선진국 학부모는 어린 시절 대화하고 노래하고 책을 읽어주면서 유아의 두뇌를 개발시킨다. 반면 우리 엄마들은 한글과 영어를 가르치는 문자·예능학원에 매달린다. 교육철학자는 이게 극히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를 한다.”

-어떤 아동도서를 구입해야 하는가.

“태어나서 문자부터 노출시키면 안 된다. 그림책이 좋다. 그림책은 반복해 보는 게 좋다. 돈 주고 사는 게 맞다. 글을 주로 읽는 시기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봐도 괜찮다. 특히 내용이 불순하게 고쳐진 짝퉁·해적판 도서를 조심해야 한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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