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서적·녹음파일 부족…시각장애인들 직접 강의들으며 공감”

  • 이효설,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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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23  |  수정 2013-11-23 07:54  |  발행일 2013-11-23 제2면
[y스페셜] 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
20131123
지난 21일 시각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이 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에서 마련한 인문학 강좌를 듣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인문학을 배우면서 시작장애인이 좀 더 정확하고 넓게 사고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지난 21일 오후 7시. 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엔 20명이 넘는 이들이 강의실 자리를 채웠다. 시각장애인이 반, 비시각장애인이 절반이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이 시간에 대학교수들이 강의하는 인문학 강좌를 들으러 이곳을 찾는다. 이날은 영남대 허증 교수가 ‘중국철학’을 강의하는 날이다. 허 교수는 칠판에 한자를 쓸 때 일일이 음과 뜻을 반복해 알려줬으며, 중국 지도를 그릴 땐 ‘동쪽’ ‘서쪽’을 하나하나 지시하며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을 배려해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강좌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한국연구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 인문학 강좌는 지난 8월엔 우수 강좌로 채택돼 사례발표까지 했다. 철학은 물론, 문학과 예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또 이 강좌는 시각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수강할 수 있도록 했는데, 서로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김현준 대구시각장애인문화원장은 “시중에 유통되는 책의 5%만 점자책으로 나와 있다. 녹음파일로 된 것은 좀 더 많지만, 어렵다는 철학 책을 혼자 읽어내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직접 강좌를 듣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이 육안으로 읽는 것보다 10분의 1도 안 되는 속도로 점자서적을 읽어낸다. 사람의 육성으로 된 녹음파일의 경우 비전문가가 낭독한 것이 많아 이해가 안돼 어려움을 겪는다. 김 원장은 “함께 인문학을 배우며 앎의 즐거움을 누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친구가 되는 일도 잦아졌다. 인문학 강좌가 사람의 지식과 삶을 함께 이끌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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