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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1시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성당못 주변. 200여명의 노인이 곳곳에서 화투판과 바둑판을 한창 벌이고 있었다.
공원 한 편에서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인 5명이 눈에 띄었다. 일명 ‘산새’라 불리는 40~60대의 아줌마들이다. 두류산 등 산을 끼고 있는 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길거리 성매매를 하거나 ‘애인노릇’을 해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은 연애장소가 여의치 않으면 심지어 산속에서도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이날 두류공원을 찾은 아줌마들은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한 채 손에는 하나같이 알록달록한 손가방을 메고 있었다.
이들 중 한 여인에게 슬며시 다가가자 “총각, 커피 한 잔 마실래” 하며 말을 걸어왔다. 경산에서 온 50대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한참 동안 기자와 대화를 하면서 어느 정도 어색함이 사라지자 은밀한 제안을 해왔다.
A씨는 “아줌마랑 연애(일명 성관계) 해본 적 있냐”고 대뜸 물었다. “여관 대실료 1만원만 주면 된다. 요즘엔 총각들도 제법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화대를 묻자 A씨는 “어제 잠을 못 자서 총각이 가고 나면 나는 방에서 좀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두류공원에서 ‘산새’로 활동 중인 아줌마는 대략 10명 정도다. 이들은 1회용 인스턴트 커피 한 잔을 1천원에 판매하며 성관계를 제안한다. 화대는 2만원 전후로 알려졌다.
A씨는 “커피값을 낼 때, 지갑을 보고 남자의 경제적 수준도 잽싸게 판단한다. 이왕이면 돈이 좀 있어 보이고, 멀끔해보이는 사람을 상대로 (은밀한) 제안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정 기간 사귀는 형식을 취할 경우, 휴식공간(여관) 제공과 더불어 함께 식사를 하는 등의 이득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두류공원 외에도 달성공원, 경상감영공원 등 노인들이 자주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간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대가성 성매매보다 장기적인 생계유지를 위해 애인을 만들려는 ‘산새’도 나타나는 추세”라며 “이들 중에는 화대 없는 성관계를 제안했다가 돈만 갖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어 노인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에 적발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6일 성관계를 미끼로 노인을 여관으로 유인한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윤모씨(여·37)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4시40분쯤 달서구 두류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던 서모씨(66)에게 성관계를 하자며 여관으로 유인한 뒤, 서씨가 샤워하는 동안 현금 40만원과 직불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훔친 직불카드로 안경과 귀금속을 구입하는 등 8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씨는 2001년부터 두류공원과 달성공원, 경상감영공원 등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길거리 성매매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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