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갈치에 미친 사나이’…직접 낚시로 잡아 들기름에 구운 통갈치구이 일품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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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13   |  발행일 2015-02-13 제41면   |  수정 2015-02-13
대구 수성구 탐라낚시갈치 윤윤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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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손가락 열 개를 합친 것보다 더 굵은 제주 은갈치. 선상낚시를 통해 잡은 이 갈치는 얼음 속에 빙장시켜 가게로 가져온다. 윤 사장은 어렵사리 주문제작한 철제 구이틀에서 15분간 구워낸 통마리갈치구이(아래)에 자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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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윤기(55). 사람들은 그를 보고 ‘갈치에 미친 사나이’라고 부른다. 형형한 눈빛, 그의 목소리에선 풍랑 이는 겨울바다의 파도 냄새가 풍긴다. 평생 ‘바다 사나이’로 살아야 할 팔자 같다. 전화를 걸면 대부분 선상에서 받기 일쑤다. 젊은 시절에는 건축 등 여러 일을 전전하다가 마음고생 끝에 인생의 벗인 갈치낚시를 ‘천직(天職)’으로 정한다. 요즘은 자신이 직접 바다에서 잡은 생갈치를 단골에게 정성스럽게 요리해 내는 걸 큰 즐거움으로 알고 살아간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자기가 직접 바다에 가서 낚시해서 생선을 잡아오고 식당에 와선 낚시꾼에서 셰프로 변신해 능수능란한 솜씨로 갈치요리를 해 올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한두 번이야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오래되면 지쳐 결국 남의 갈치를 받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팔자’라야 낚시갈치전문식당을 꿈꿀 수 있다. 그는 지난 1월23일 오전 6시30분 대구시 수성구 탐라낚시갈치전문점에서 여수항을 향해 출발했다. 오전 9시40분 현장에서 도착해 부리나케 아침을 먹고 국동항에서 피싱가이드 배를 탔다. 7시간 정도 달려 제주도 우도 근처 해역에서 갈치와 일전을 벌였다.

시행착오 거쳐 갈치회도 개발
바다에서 얼음에 저장했다가
냉장고에 하루정도 묵혀 요리

찌개가 갈치요리의 정수 인식
친구 어머니에게 비법도 배워
2인분에 4지 갈치 한 마리 사용

◆고도의 전략술 필요한 갈치낚시

승선 인원은 15명. 선상에도 고수와 하수 문화가 엄존한다. 뱃머리 선수에는 고수가 좌우에 앉는다. 나머지 자리는 추첨으로 정한다. 선주는 일단 낚시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게 사전조치를 취한다. 뱃머리 앞에는 물속 조류에 따라 배가 심하게 표류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명 ‘풍’이라는 수중 낙하산을 40m 정도 늘어뜨려 둔다. 풍은 일종의 ‘수중 방파제’인 셈. 뱃전으로 오던 조류가 풍에 부딪히면 그 언저리에 와류가 생기고 그럼 갈치가 그곳으로 먼저 몰려든다. 갈치는 일정한 어군이 없다.

집어등을 켠다. 한치와 오징어가 몰리면 갈치가 덜 잡힌다. 이 둘이 갈치의 먹이가 되는 냉동꽁치에 들러붙는다. 그럼 갈치가 안 물게 된다. 둘이 못 뜯어 먹게 만세기나 참치 등을 포로 떠서 미끼로 사용한다.

일몰 즉시 집어등을 넣는다. 1시간 정도 지나야 본격적인 낚시가 시작된다.

시즌 때는 워낙 갈치가 많이 달려들어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다. 손동작만 빠르면 된다. 하지만 시즌 초와 끝물 때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갈치는 여느 어종과 달리 서서 다닌다. 미끼를 처음부터 물지 않고 살살 갉아 먹는다. 고수는 누가 입질을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100회 이상 심해어 선상낚시를 해봐야 ‘입질 감별력’이 생긴다.

새벽에는 큰 갈치가 보통 배 밑에 망보며 숨어 있다. 짧은 대를 사용해야 배 밑의 큰 갈치를 잡을 수 있다.

◆올해 30년차 바다낚시광

올해 30년차 바다낚시광이다. 갯바위부터 선상낚시까지 다 경험해봤다. 포항 앞바다에서 지렁이를 사용하는 초보용 ‘원투낚시’부터 시작했다. 그 다음은 통영으로 가서 갯바위 낚시를 시작한다. 감성돔과 벵에돔에 미쳤다. 장비도 좋고 물때도 알아야 하고 지형도 알아야 한다. 갯바위를 거의 10년 다녔는데 최소 5년을 해야 내공이 쌓인다. 감성돔은 통영에서 조금 나가면 나오는 욕지도, 백도, 벵에돔은 대마도, 심해우럭(띠뽈락)은 동해 6, 7광구 근처로 울산에서 출발해서 3시간 30분 정도 나가야 한다. 10년전 6광구에서 72㎝짜리 일명 ‘참우럭(심해우럭)’을 대 하나로 무려 5마리까지 잡아봤다.

13년전에는 선상낚시로 돌아섰다. 찌낚시는 그만둔다.

◆갈치낚시의 뒷이야기

갈치는 미끼를 물 때 수직으로 서서 들이대기 때문에 입질이 오면 미끼를 수직으로 만들기 위해 채비를 내리거나 서서히 감아준다. 미끼가 일자가 되면서 갈치가 먹기 좋은 각도로 바뀌는 원리다. 갈치 유영층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갈치의 입질이 시작되는 수심을 파악한 후 그곳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갈치는 비린내가 심하고 아주 무르다. 잡는 것 못지않게 잘 보관해 갖고 와야 한다. 쿨러에 4분의 1 정도 얼음을 깔고 갈치가 어느 정도 모이면 바닷물을 붓고 30~40분 두면 얼음이 녹으면서 갈치에 냉기가 스며든다. 나중엔 다시 물을 뺀다. 얼음을 다시 채워놓고 스티로폼 뚜껑을 닫고 두꺼운 테이프로 봉하고 랩으로 칭칭 감으면 냉장·방수효과를 볼 수 있다.

2월말이 되면 갈치 시즌은 거의 끝난다.

5월 정도면 제주도, 4월이면 남지나, 6월이면 여수 백도 거문도, 9월과 10월에는 목포, 진해 등지에 어장이 형성된다. 4월 중순이 되면 여수에서 10시간 이상 타고나가 남지나 공해상으로 간다. 2박3일 일정이어야 가능하다.

목포 먹갈치는 주로 저인망 그물로 잡는다. 몸끼리 마찰이 심해 껍질도 벗겨져 검은빛을 띠기 때문에 일명 ‘먹갈치’라 한다. 바로 얼리기 때문에 일명 ‘선동갈치’라 한다. 우리가 접한 추억의 갈치는 대다수 먹갈치다.

제주도 은갈치는 주낚·채낚 선단이 대량으로 잡는 것으로, 육지에서 맛보려면 일부 냉동 유통되기도 하고 최대 1주일 지난 선어 갈치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선상낚시로 한 마리씩 잡아 당일 사용하는 생물갈치인 ‘당일바리’가 역시 미식가에겐 최고로 대접받는다.

◆탐라갈치 음식 이야기

그는 갈치요리집을 열기 전에 들안길에서 찜갈비부터 익혔다. 갈치는 보통 어른 손가락 하나를 기준으로 3~4지 합친 크기가 가장 맛있다. 한때 어른 양손가락을 다 합친 정도의 10지를 잡아서 찌개를 끓여봤는데 우럭 맛이 났다.

일단 다른 집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통갈치구이’를 낸다는 게 이 집의 최대 강점.

갈치 한 마디를 동시에 굽자면 일정한 크기의 틀이 필요했다. 시내 철공소를 통해 주문제작했다. 길이 70㎝, 폭 25㎝였다. 15분쯤 굽는데 잘못하면 살점이 다 흩어져버려 정말 조심해서 구워야 한다. 굽고 나면 갈치의 부피가 손가락 한 개 정도 줄어든다. 같은 기름이라도 식용유보다 들기름(한 병에 3만원)에 구우면 덜 줄어 든다. 발화점이 높기 때문이다. 올리브유 등으로도 구워봤는데 생각한 맛이 안 나왔다.

갈치회도 맛볼 수 있다.

갈치회 개발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빙장시킨 생갈치를 예전에는 냉장고에 보관해 사용했다. 살이 물러 회감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바다에서 가져온 빙장한 쿨러째 냉장고에 하루 정도 묵히면서 회를 쳐야 한다.

그는 갈치 국과 전골보다 찌개가 갈치요리의 정수라고 생각한다. 그는 평소 너무 인공적인 단맛이 나면 수저를 놓는다. 제대로 된 단맛을 위해, 그것도 설탕과 물엿을 가미하지 않은 걸 배우려고 고수를 많이 찾았다. 전라도에 있는 한 친구의 모친이 비법을 살짝 전해주었다. 친구는 여수 백야항에서 배를 3척 갖고 갈치선단을 운영한다. 좋은 양파와 파만 잘 이용해도 ‘착한 단맛’이 가능하다. 제주무를 사용한다.

일단 북어, 다시마, 무, 대파, 양파 등을 4~5시간 끓여 기본 육수를 만든다. 일반 육수용에 사용되는 건새우, 보리새우, 조개 등을 넣으면 맛을 버린다. 2인분에 4지 갈치 한 마리가 다 들어간다. 무도 미리 익혀 놓고 사용해야 한다.

생갈치찌개는 1만5천원, 통갈치구이와 갈치회는 한 접시 5만원. 둘째·넷째 일요일 휴무.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1160-42. (053)783-6668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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