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제주도 가면 무얼 먹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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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07   |  발행일 2015-08-07 제41면   |  수정 2015-08-07
제주도에서는‘줘도 안먹는’ 쇠고기…왜? 흑돼지오겹살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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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제주도다운 음식으로 손꼽히는 고사리로 만든 ‘제주도육개장’.

현재 제주도 음식문화를 움직이는 건 제주도가 아니라 육지의 작전세력이다. 육지에서 건너온 대다수 식당주는 뭐가 제주음식인지 잘 모른다. 제주 토박이도 제주음식 상식이 그렇게 풍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0여 개가 넘는 각종 박물관, 300여 개가 넘는 게스트하우스, 하루가 멀다 하고 제주도로 망명을 오는 육지의 드리머(Dreamer)…. 그 흐름은 제주도적인 게 아니고 다분히 외래적이다. 제주올레를 즐기는 것도 육지의 자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도 겨우 제주도의 맛을 지켜내려는 식당이 있어 찾아가 본다.

제주 자리물회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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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와 된장·제피 잎이 들어간 ‘자리물회’,

제주도에도 폭염이다. 물회 생각이 간절했다. 일단 ‘대한민국 4대 물회’를 알고 넘어가자. 4대 물회는 포항물회·오징어물회·울릉도꽁치물회·제주도자리물회다.

제주도 대표 물회는‘자리물회’. 웬만한 식당에서는 모두 취급한다. 어느 집이 잘할까? 관광객은 헷갈려 연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3년 전부터 제주도 서문공설시장 내 요리교실을 만들어 제주도 본토 음식을 알려주고 있고 최근 제주도공설시장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제주밥상이야기’란 책을 낸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 양용진 원장(50)이 도움말을 준다.


공항 가까운 돼지고기식당들 성황
고기는 육지보다 두툼하게 썰어내

된장·식초·제피 양념의 자리물회
1번지는 서귀포시 보목리

고메기고사리는 올레객에게 인기
걸쭉한 고사리육개장 속풀이에 딱


제주도는 익혀 먹는 ‘바릇국(생선이나 각종 해조류를 넣어 끓인 국)’이 발달했다. 날것으로는 잘 먹지 않는다. 제주물회는 선상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태어난다. 자리물회는 육지의 다른 물회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자리는 ‘자리돔’을 말한다. 꼭 손바닥만 한 참붕어 같다. 봄과 여름에 주로 먹었던 제주의 대표 어종으로 보리가 익을 무렵인 5월이 가장 맛있다. 이젠 냉동 자리돔 때문에 사철 먹을 수 있게 됐다.

된장·식초·제피가 자리물회의 3대 양념이다. 새콤달콤한 육지의 물회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자리물회는 향이 강한 게 특징이다. 제주도는 고춧가루·고추장이 아니라 된장·간장 문화가 지배적이다. 매콤한 고춧가루를 대신한 것은 추어탕에 반드시 넣는 제피 잎. 하지만 냄새가 강해 일반 관광객을 상대하는 집에서는 뺀다.

제주물회에는 식초가 중요하다. 전문식당에 가면 두 종류의 식초가 비치돼 있다. 과일식초와 빙초산이다. 흥미롭게도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건 빙초산이다. 물론 공업용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식초는 정통이 아니다. 자리물회에는 일반 식초 대신 제주도 전통 발효식초인 ‘쉰다리식초(보리막걸리를 삭혀 만든 식초)’를 사용해야 한다. 양 원장은 “자리물회의 제맛은 쉰다리식초가 들어가야 느낄 수 있다”면서 “쉰다리식초 복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리물회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70~80년대 모슬포항 ‘항구식당’(1964년 개업)의 자리물회가 크게 인기를 얻으면서부터. 물론 그 이전부터 서귀포시 보목리에서는 꾸준히 먹어왔다. 이젠 자리물회 하면 보목리를 1번지로 친다.

자리물회 잘하는 집으로는 제주시 순옥이네명가, 산지물식당, 탐라정물회, 서귀포시 보목동의 어진이네횟집, 서귀포시 남원읍의 공천포식당, 제주시 한림읍 금능포구횟집 등이 있다. 금능포구횟집에서는 쥐치물회를 취급한다. 산지물식당은 9가지 물회를 판다. 순옥이네명가는 전복물회가 주력 메뉴이다.

제주도 흑돼지 & 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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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젓(멸치젓)에 찍어 먹는 게 특징인 ‘흑돼지오겹살’.

제주도는 쇠고기가 푸대접을 받는다. 줘도 안 먹는다. 다들 돼지고기를 연호한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인분을 먹는 ‘똥돼지(일명 제주 재래 흑돼지)’를 키웠다. 반세기 전에 그 돼지가 사라진다. 그 자리를 파고든 게 흑돼지오겹살. 제주도는 육개장도 돼지고기로 끓인다. 국수 육수도 돼지사골로 장만한다. 몸(모자반)이 들어가면 몸국이 된다. 도마 위에 돼지수육을 올려내면 그게 ‘돔베고기’. 사골 육수에 중면을 풀고 그 위에 삼겹살을 올리면 ‘고기국수’가 된다.

요즘 관광객은 어김없이 공항에서 가까운 ‘흑돈가’ 아니면 마주보고 서 있는 ‘늘봄’을 찾는다. 둘은 빌딩형 삼겹살집이다. 제주도는 육지보다 고기를 더 두툼하게 썰어낸다. 일명 ‘제주도 근고기’다. 제주시 노형동 ‘돈사돈(746-8989)’. 여기서 ‘제주도 생근고기 특수’가 일어난다. 2005년쯤 문을 연 돈사돈은 2009년 방영된 강호동의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초대박을 친다. 돈사돈은 보라색 ‘제주 흑’ 자 검인이 찍힌 제주도 흑돼지를 추자도 멜젓(멸치젓갈) 소스에 찍어먹게 한 게 성공 포인트. 연이어 제주시 근익동에 ‘흑돼지 거리’가 생기고 20여 개 업소가 들어선다. 제주 흑돼지 공동 브랜드인 ‘흑다돈’까지 탄생한다. 현재 인증점은 전국에 모두 24개소. 현재 제주흑돼지는 제주시 애월읍 도축장에서 하루 3천200여 두 도축된다.

이젠 제주 전역이 흑돼지판이다. 모두 엇비슷하다. 지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식당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가시식당(064-787-1035)’. 가시식당은 지역민이 이용해 비용도 저렴하고 몸국도 판다. 두루치기의 경우 콩나물, 파채, 무생채 등이 올라간다.

성읍민속마을 근처에 가면 생고사리를 토핑해주는 양념 흑돼지두루치기가 인기몰이 중.

제주식 육개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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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에 보말을 넣어 찌개처럼 끓인 ‘고메기고사리’.

제주도에서 찾은 가장 독특한 메뉴가 있다.

‘고메기고사리’. 고메기란 ‘보말’로도 불리는 제주산 고동을 말한다. 지역민은 미역으로 보말성게국을 잘 끓여 먹는다. 고메기고사리는 서귀포시 보목동 보목올레할망집, 일명 ‘볼레낭개할매집(010-5721-5820)’에서 판다. 일반 관광객에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고메기에 고사리를 넣고 찌개처럼 끓인 건데 한 냄비에 2만5천원. 해물라면(3천원)도 올레객에게 인기다.

고메기고사리와 쌍벽을 이루는 이색 육개장이 있다. 제주시 삼도2동 ‘우진해장국(757-3393)’에서 종일 판다. 대표 메뉴는 고사리를 주재료로 한 ‘제주육개장’. 육지의 육개장에 익숙한 사람은 음식의 첫인상에 놀랄 것이다. 푹 삶은 돼지고기에서 콜라겐을 추출하고 거기에 푹 삶아 으깬 고사리를 섞어 끓여 만든다. 꼭 젓갈 같다. 걸쭉한 닭개장, 아니 해삼내장탕 같다. 머리카락을 풀어놓은 것 같아 부담도 되지만 실제 먹어보면 너무나 담백해서 속풀이 해장국으로 딱이다. 이 집은 고사리육개장 말고 몸국도 낸다.

몸국은 제주도 잔칫집에서 반드시 내놓아야 하는 제주의 얼굴 같은 국.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돼지사골로 육수를 내고 거기에 해초의 일종인 모자반을 넣고 걸쭉하게 끓이면 된다. 10년 전만 해도 일반 식당에서 볼 수 없었는데 제주도의 맛을 찾는 여행객이 늘면서 이젠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TIP

제주도에서 자연산 회를 맛보려면 1인분 10만원 정도의 출혈을 감소해야 된다. 제주도는 한 곳에서 10종 이상의 생선을 취급하는 식당이 많지 않다. 13년 역사의 제주도 용담3동 ‘삼다도 횟집(064-711-7085)’은 지역민이 외지 손님 대접할 때 자주 이용한다. 가끔은 VIP들이 잘 이용한다. 육지에서는 구경도 하기 힘든 최고급어종인 다금바리·구문쟁이·벵에돔·꽃돔·갓돔을 다 맛볼 수 있다. 취급 어종은 13종. 다금바리는 ㎏당 24만원, 전복을 먹고 사는 갓돔은 20만원, 꽃돔은 18만원, 벵에돔은 15만원. 전채로 나오는 무한리필 간장게장은 속살이 너무 푸짐해 단품 메뉴 이상의 포스를 갖고 있다. 전복 내장인 게우로 만든 돌판볶음밥도 이 집의 전매특허. 제주도 대표떡은 ‘오메기떡’이다. 공항에서는 좀 비싸다. 시내에서 사려면 가수 이효리도 이용한다는 동문재래시장 내 ‘진아떡집’을 이용하라. 한 팩(8개) 5천원. 제주음식여행의 대미는 고기국수. 가장 핫한 데는 제주시 연동에 있는 ‘올래국수(742-7355)’. 30분 이상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이 밖에 삼성혈 근처에 제주고기국수문화거리가 형성돼 있으니 공항으로 가기 전에 한 그릇 해도 좋을 듯싶다. 제주도는 소면 대신 조금 더 굵은 ‘중면’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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