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우루과이, 임금협상으로 1년에 3개월은 일 멈춰…‘브레이크 없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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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12 07:51  |  수정 2015-11-12 07:51  |  발행일 2015-11-12 제15면
좌파정권 들어선 후 노동자권리 강화
조합결성·직장점거 횟수 꾸준히 증가
이기적 파업 제재할 방법도 없어 고민
[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우루과이, 임금협상으로 1년에 3개월은 일 멈춰…‘브레이크 없는 노조’
우루과이 고등학교 교사들의 파업으로 인해 학생들의 책상이 교실 밖으로 옮겨져 있다. <출처: The baltimore sun>
[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우루과이, 임금협상으로 1년에 3개월은 일 멈춰…‘브레이크 없는 노조’
이선원<경북PRIDE상품 우루과이 해외시장 조사원·우루과이 한인회 부회장>

남미에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외국 기업의 공통적인 애로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조와의 마찰’이다. 우루과이에서는 일단 노조와 마찰이 생기면 생산 공장이나 영업장은 모든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 업무를 중단하는 과정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지만, 파업을 한국과 같이 전체 노조회의를 거쳐서 진행하지는 않는다. 일부 노조 집행부가 파업을 확정하면 노조원에게 모이도록(일하는 시간에 모이는 것이 관례이다) 일방 통보를 하며, 노조원은 이러한 사실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런 현상은 우루과이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브라질·칠레·파라과이 등 대부분의 남미 국가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미 국가의 헌법은 대체로 유럽 국가의 헌법(특히 프랑스 헌법)을 모태로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루과이 헌법의 경우 노동조합 결성 및 파업의 권리보장, 노동조합의 활동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우루과이·아르헨티나·브라질 등 남미의 주요 국가는 국제노동기구의 노동권리 협약과 노동자 권리 및 대우를 중시하고 있어 사회복지관련 지출이 높고 고용주는 이러한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임금 부담이 30~50% 추가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법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은 44시간(공업의 경우 48시간)이지만, 추가시간 근무의 경우 법정근무시간의 약 2배의 수당을 지불해야 하며, 법정공휴일 추가 근무시에는 약 3배의 수당을 지불해야 한다. 또 고용주가 노동자를 해고할 시에는 노동자의 총 근무연수를 기준으로 1~6개월간의 임금을 계속적으로 지불한다는 조건하에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 노사간 분쟁이 발생하면 법원은 노동자측을 약자로 인정하고 노동자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 관례다.

2005년 이후 남미는 좌파정권이 집권하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면서 노동관련법이 노동자 권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됐다. 특히 노동자가 직장을 점거할 경우 고용주가 경찰을 동원하여 피고용자를 강제 해산시킬 권한을 부여한 법률을 2008년 폐지하면서 각 분야의 노동조합이 직장을 점거하는 횟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결성이 꾸준히 증가하여, 우루과이 노동조합 총연맹인 PIT-CNT에는 전체 고용자의 21%인 35만여명이 가입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좌파정권 집권 이후 우루과이 상공회의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진흥보호법’이 통과되어 △자녀를 양육할 책임이 있는 여성에게 유리한 노동 조건 부여 △실업 수당 대상 연령 연장 △산업재해 정부보상금 증액 등이 실현됐다.

그렇다면 우루과이에서 노사간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방법은 없다.

우루과이의 경우 2009년 9월 제정된 단체협상법에 의거해 노동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3단계 협상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정부 및 노사간 고위 3자 위원회 협상 △산업별 최저임금 및 노동조건 결정을 위한 임금조정위원회 협상 △기업별 일반 노사 협상으로 이루어진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정부 대표는 노사측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정권 유지의 뿌리가 노동자이므로) 사측이 노동자의 요구를 많이 들어주느냐, 적게 들어주느냐의 수위 조정만이 있을 뿐이다.

노조는 매년 정부와 연초에 기본임금의 수위 조정을 위해 협상과 파업을 하고 사업장마다 다시 임금 조정을 하기 위한 협상과 파업(주로 5월1일을 기준으로 하거나 7·8월에 다시 임금협상을 진행함)을 하기 때문에 1년에 3개월은 임금협상을 위해 일을 멈추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하곤 한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듯이 노동자들의 부당하고 이기적인 파업을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정부와 회사, 노조 사이에서 깊이 고민되어야 할 때이다.

<영남일보·경북PRIDE상품지원센터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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