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승부처] 당의 힘 對 관록의 힘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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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01   |  발행일 2016-04-01 제3면   |  수정 2016-04-01

4선(選)의 이병석 의원(전 국회 부의장)이 낙마한 지역구다. 친이(親李·친 이명박)로 분류되는 그는 정치자금 관련 으로 검찰의 수사에 시달리다 결국 불출마 선언을 했다. 5선으로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꿈도 물거품이 됐다. 장기집권에 대한 시민 피로감도 원인일 것이다. 2012년 선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포항남구-울릉’ 선거에 불출마하면서 포항은 이제 ‘이명박 색깔’을 확실히 지우게 됐다.

박승호 전 포항시장의 독주가 예상됐지만 새누리당이 이곳을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결정하면서 완전히 다른 판이 형성됐다. 포항남구-울릉을 겨냥했던 김정재 전 새누리당 중앙당 부대변인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확실한 2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략공천에 대한 반감으로 한때 벌어졌던 격차가 시간이 흐르면서 좁혀지는 양상이다. 김 부대변인이나 박 전 시장 모두 안심할 수 없는 형국이다. ‘당의 힘’과 ‘관록의 힘’으로 압축된다. 특히 60세 이상 장년층이 승부처다. 60세 이상은 새누리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연령대인데 정작 김 부대변인이 열세다.

김 부대변인으로서는 공천 이후 떨어진 새누리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당 지지세를 결집하는 것이 급선무다. 박 전 시장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시민과의 부대낌이나 감정소통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이를 상쇄할 밑바닥 훑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포항경제의 쇠락 책임을 물으며 박 전 시장을 추궁하는 전략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시장은 재선 관록을 앞세우며 시민의 힘으로 무소속 당선을 이뤄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물론 무소속은 선거전이 진행될수록 아무래도 조직의 열세가 드러난다. 이를 보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병석 의원과의 다소 불편했던 관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박 전 시장은 김정재 부대변인이 이곳으로 오기 전인 지난 1월1∼2일 영남일보 여론조사에서 34.9%로 17.9%를 얻은 이병석 의원을 크게 앞섰다. 15.8%로 3위였던 허명환 전 청와대 사회정책행정관은 새누리당이 경기 용인을에 전략공천으로 픽업해갔다. 이례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후보는 “야당 불모지 경북에서 의미있는 득표율을 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는 경북도지사 출마 경력도 있다.

포항북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5공 시절 ‘3허(許) 실세’ 중 한 명으로 유명했던 허화평 전 의원이 14·15대 재선을 한 곳이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보궐선거에서는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이 이기택 전 민주당 대표를 누르고 당선돼 정계에 복귀했고, 이어 박 전 회장은 김대중 후보와 연대해 그해 연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박재일 부국장/ 정치부문에디터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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