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16] 청송 국가지질공원 Geo-tourism <5> 청송자연휴양림 퇴적암층

  • 류혜숙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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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5-17   |  발행일 2016-05-17 제13면   |  수정 2021-06-17 16:40
퇴적암층 이어진 5.5㎞ 지질탐방로…지질학 사전을 한장 한장 넘기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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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자연휴양림 퇴적암층은 산책로를 따라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데, 일부에서는 당시의 환경을 짐작할 수 있는 다양한 지질학적 구조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곳들을 이어 5.5㎞의 지질탐방로를 개설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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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과 이암이 반복적으로 쌓인 층리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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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암층에 발달한 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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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드론으로 촬영한 청송자연휴양림 일대 전경. 삼자현으로 오르는 고개 중간쯤에 휴양림이 있고, 주변은 높은 산이 굽이치듯 늘어서 장관을 연출한다.


화산폭발로 솟은 봉우리 아래 분지에
퇴적물 층층이 쌓여 화석처럼 드러내
삼자현 쪽으로 오르는 서능골 사면엔
사암층-이암층 서로 번갈아 차곡차곡
바람골 향하는 길엔 사층리·연흔 관찰


1억년 전에도 바람은 불었다. 뜨거운 날이 지속되기도 했고 오랫동안 비가 내리기도 했다. 당연히 그랬겠지. 그러다가도, ‘그런가?’ 싶은, 너무 먼 이야기다. 그러면 확신은 불신의 손목을 잡고 공간을 가로질러 그때의 시간으로 이끌고 가 시간을 가로지르는 공간을 펼쳐 보인다. 거기에는 태백산맥이 높이 솟아오르기 전, 동해가 생기기도 전인 먼 옛날 그때의 바람이, 그때의 물길이, 그때의 목마른 나날들과, 그때의 홍수 진 나날들이 화석처럼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이, 그 증명이, 청송 자연휴양림의 퇴적암층이다.
 

 

 

#1. 중생대 백악기 퇴적층의 교본, 청송자연휴양림 지질탐방로

단풍나무 가로수가 이어지는 삼자현(三者峴) 고갯길. 험하고 좁았던 옛 길을 넓히고 닦았지만 여전한 예각의 길이다.

동북 방향으로 열린 하늘에는 먼 산들이 덩어리째로 광대하게 굽이치고, 고갯길에서 내려다 보이는 삼자현 북쪽의 오목한 골짜기는 서로 다른 녹색들이 점묘파의 그림처럼 경쾌하고 가뿐하게 내려서 있다. 이름난 봉우리들은 비교적 멀리에 있지만 이 일대는 태백산맥에 속하는 산지로 울창한 원시림이 보전되어 있는 곳이다. 청송 자연휴양림은 우듬지마다 베일 같은 빛들이 흐르는 저 풍성한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다. 청송 부남면 대전리의 서능골과 바람골 사이의 숲이다.

약 1억년 전의 일이다. 한반도에 공룡시대가 전개되었던 백악기 말, 화산 폭발과 함께 위로는 화강암 덩어리들이 산으로 솟았고 아래로는 넓은 분지가 생겨났다. 이후 오랫동안 분지에는 물이 흘러들었고 바닥에는 퇴적물이 쌓였다. 이렇게 중생대 백악기에 경상도와 전라남도에 걸쳐 형성된 큰 호수를 경상호 또는 경상분지라 한다. 경상분지에 쌓인 퇴적암층을 층서적으로는 경상누층군이라 부르는데, 암석의 특징을 기준으로 다시 여러 층군과 층으로 세분화된다. 청송 자연휴양림은 경상누층군의 하양층군 춘산층에 속한다. 이러한 지질 계통을 특징짓는 것이 사암과 이암의 퇴적층이다.

백악기의 퇴적암층은 휴양림의 산책로를 따라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대부분 풍화에 옅어지고 풀과 흙에 덮여 잘 보이지 않지만, 몇몇 곳에서는 그 당시의 환경을 알려주는 다양한 지질학적 구조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곳들을 이어 5.5㎞의 지질탐방로가 개설되어 있다. 표본을 보며 지질학 사전의 백악기 퇴적암 페이지를 읽어 나가는 것 같은 길이다.

#2. 건기·우기를 알려주는 이암과 사암의 교호

삼자현 쪽으로 오르는 서능골. 나무가 기분좋게 우거진 쾌적한 길을 잠시 오르면 첫 번째 퇴적암 층리가 오른쪽 사면에 펼쳐진다. 짙은 색과 옅은 색의 지층이 교대로 차곡차곡 밀도 있게 쌓여 있다. 먼저 밝은 색의 사암이 층을 이루고 그 위에 흑색 또는 녹색이 감도는 회색의 이암이 짙고 얇게 선을 그린다.

홍수와 범람이 반복되고 이어지는 동안 모래 퇴적물들이 운반되어 와 사암층이 되었다. 비가 오지 않는 건조한 날 동안에 물길은 흐름을 멈추었고, 물속에서 부유하던 이질(泥質)의 물질들은 그대로 가라앉아 어두운 녹회색을 띠는 이암층이 되었다. 그 위에 다시 사암층, 그 위에 이암층, 이렇게 서로 번갈아 반복적으로 쌓여 있다. 이것은 퇴적 당시 건기와 우기가 여러 번 반복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파편들의 총체가 조형해 놓은 ‘층진 과거’는 무수한 책들이 시기별로 꽂혀 있는 오래된 책장 같기도 하고,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이 큰 바위에 그어 놓은 매일 매일의 표식 같기도 하다.

#3. 물·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사층리와 연흔

삼자현을 저 위에 두고 침엽수림을 맞닥뜨린 길은 동쪽으로 꺾여 나아간다. 서능골에서 골짜기를 가로질러 바람골로 향하는 길이다. 길은 골짜기의 결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지그재그로, 오르내리기를 거듭한다. 정복해야 할 봉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을 잊을 만큼 가파른 길도 아니어서 내내 평온하고 나른한 매력이 넘친다. 숲의 상부에는 낙엽송을 비롯한 침엽수와 활엽수가 고르게 섞여 자라고 있다.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공기가 맑은 곳이라는 대기환경 측정 결과가 있다.

곧 만나게 되는 퇴적암층은 두꺼운 사암이 아래의 이암을 침식해 들어간 형태를 보여준다. 주변의 사암층보다 상대적으로 두꺼운 사암층은 퇴적 환경의 변화를 증명한다.

잠시 후 나타나는 퇴적층은 비스듬하다. 평행하지 않은 이런 퇴적층을 사층리라 하는데, 수심이 얕은 곳에서 흐르는 물에 의해 퇴적물이 경사져 쌓인 것이다. 주로 사암에 발달된 사층리는 한 방향으로 흐르는 물에 의해 만들어졌다 한다. 이 사층리에는 바람이나 물의 흐름이 새겨놓은 연흔도 나타나 있다. 살코기처럼 조밀한 표면에 그려져 있는 물결 모양은 역시 한 방향으로 흐르는 물에 의한 것이다.

1억년 전의 시공간과 현재의 시공간이 갈마들던 길이 바람골로 접어들면서 내내 하강하며 현실 감각을 조금씩 일깨운다. 왕성한 활엽수의 길에 점점 하늘이 열린다. 그러다 층층이 쌓인 퇴적암을 단칼에 잘라낸 암맥이 별사탕처럼 나타난다. 지층을 뚫고 올라온 마그마가 지금도 여전히 땅은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어디선가 딱딱딱딱 하고 나무 둥치를 두드리는 새 소리가 들린다. 대나무처럼 굵고 마디진 스트로브 잣나무가 시원스레 솟아 한동안 이어지고 그 사이 개오동나무, 미선나무, 좀작살나무, 박태기나무, 회양목, 은행나무, 느티나무들이 환송객처럼 천수(千手)를 흔든다. 그들의 손짓 너머로 청송자연휴양림의 안내사무소가 보인다. 21세기로의 회귀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초빙연구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드론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참고문헌=△한국지명유래집 △국토지리정보원 △황상구, 2015, 청송국가지질공원 추가지질명소 개발 및 인증조건 보완, 청송군
공동 기획:청송군


■ 전설 품은 삼자현>>> 세 사람 모여야 넘던 고갯길...휴게소는 커피 맛으로 명성

삼자현은 세 사람이 모여야 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삼자(三者)’ 고개다. 옛날에는 지대가 높고 울창해서 산적이나 산짐승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두 사람은 위험해 적어도 세 사람은 돼야 했다.

그때는 남쪽으로 자초산과 유현(柳峴, 버들고개)이 삼자현과 하나의 산줄기로 이어진다고 보았는데, 그곳은 청송과 포항 죽장을 잇는 고갯길로 지금도 그러하다.

이 고개에는 영천이나 대구 등지에서 시집오던 새댁이 세 번을 울며 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옛날 한 가난한 총각이 어렵게 얻은 신부를 산적에게 빼앗겨 종일 통곡하다 소나무에 목을 매어 죽었다는 전설도 있다. 숨어들기 좋았던 이곳에는 6·25전쟁 후 공비들이 자주 출몰하기도 했다 한다.

지금 삼자현은 부남면 대전리와 현동면 도평리를 연결하는 고개이고, 더 길게는 31번 국도가 이 고개를 넘고 있다. 삼자현 휴게소의 커피가 우리나라 제일이라는 ‘현대의 전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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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자연휴양림에는 통나무집을 비롯해 유아들을 위한 숲, 다목적광장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 여행정보
청송읍에서 포항방향 31번 국도를 타고 가면 부남면사무소 지나 삼자현으로 오르는 고개 중간쯤에 청송자연휴양림의 입구가 있다. 

관리사무소를 시작점으로 가장 오른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5.5㎞의 지질탐방로가 있다. 

그 외에도 짧은 산책과 조금 더 긴 길이 있어 등산을 할 수도 있다. 

휴양림에는 숙박할 수 있는 통나무집과 산막, 유아들을 위한 숲, 농구장, 족구장, 전망대, 다목적광장 등이 있고 야영장, 취사장, 샤워장 등의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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