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대구 ‘부부 변호사 2호’ 백수범·양버들 변호사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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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16 08:16  |  수정 2017-02-16 09:04  |  발행일 2017-02-16 제29면
“대구 시내에 원스톱 종합법률서비스센터 만드는게 꿈”
20170216
백수범 대표 변호사와 부인 양버들 변호사 부부가 법률사무소 ‘조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이 좋은 ‘대구의 법조 1번지’ 수성구 범어동을 떠나 대구 도심 한복판에 첫 개업한 변호사 부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조은(照恩)’ 법률사무소의 백수범 대표변호사(39)와 부인 양버들 변호사(33)다. 2015년부터 범어동에 있는 한 법무법인에서 일해온 이들은 지난해 1월 결혼과 동시에 중구 반월당네거리 인근 덕산빌딩 8층에 ‘온정을 비추다’란 뜻의 조은을 차렸다.

“주변에서 말리고, 대구시내 쪽은 임차료도 높아서 부담이 있었어요. 첫해 적자까지도 각오했는데, 여태껏 적자가 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지난 9일 조은에서 만난 백 변호사는 “법조시장 불황에 사무소 운영은 무리가 없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3년 정도 고생한다고 각오했다. 개업 첫해는 적자를 보고 이듬해 본전, 3년째 들어 수익을 조금만 봐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법원 옆 떠나면 안 된다”
선배 만류에도 도심 사무소
의뢰인 찾기 편한곳에 꾸려

화재피해 서문시장 상인
무료 법률지원 나서기도
“사회 약자 위해 일할 것”



개업지를 반월당네거리 인근으로 정했을 때만 해도 선배 변호사들이 극구 만류했다. ‘변호사가 법원 옆을 떠나면 안 된다’ ‘법원 주변을 떠났다가 실패한 변호사가 여럿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 변호사 부부에게도 걱정이 컸다. 제주도가 고향인 양 변호사가 아무 연고 없는 대구에 적응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고, 대구 출신인 백 변호사도 서울에서 15년가량 지낸 탓에 대구지역 상황에 익숙하지 않았다. 양 변호사는 “남편이 노부모 가까이서 살고 싶다고 해서 대구로 오게 됐다. 처음에는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지리를 잘 몰라서 고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들의 우려는 깨졌다. 법률사무소의 매출은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며, 주변 변호사들이 대구 시내 개업에 대해 자문을 얻어갈 정도다. 사무소에는 백 변호사 부부외에 변호사 2명과 사무직원 4명 등 총 8명이 근무하고 있다.

백 변호사는 “반월당네거리는 의뢰인들이 찾아오기 편하고, 가정법원과 대구법원의 중간쯤 되다보니 업무에도 큰 불편이 없다. 법원 옆을 떠난 게 오히려 의뢰인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 셈이 됐다"고 말했다.

시내 접근성만이 법률사무소 조은의 장점은 아니다. 조은에서는 변호사들이 직접 의뢰인을 만나 사안의 법적 쟁점을 설명하고 효과적인 법적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보통 영업력이 출중한 사무장이 의뢰인 면담을 하는 법률사무소의 방식과 차별성을 둔 것이다. 백 변호사는 “법조시장이 불황이라고 해도 법률 소비자의 입장에서 변호사들은 여전히 구름 위의 존재다. 사무소에 찾아가도 만나기 어렵고, 소송을 맡길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면서 “힘들더라도 의뢰인들이 원하는 대로 변호사가 직접 상담을 하고 일을 하는 방식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애쓴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다.

야근, 주말·휴일 근무를 불사하고 온갖 모임에 부지런히 다니며 고객을 늘려온 것도 법률사무소 안착에 큰 몫을 차지했다. 양 변호사는 “평일에는 직원들을 오후 6시에 퇴근시킨 뒤 항상 밤 11시 넘어서 퇴근했다. 주말에 쉬지 않고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보고, 여름휴가도 가지 않았다. 신혼을 법률사무소에서 보낸 셈”이라면서 “결혼식 때도 전날 자정까지 일한 탓에 피부 마사지는 커녕 신부화장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혀를 찼다.

지난 연말쯤 시간 여유가 생긴 뒤로부터는 백 변호사 부부는 대외적인 공익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천만원 이상을 사회단체 등에 기탁하고, 화재피해를 입은 서문시장 4지구 상인들의 무료 법률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백 변호사 부부의 꿈은 대구 시내에 원스톱 종합법률서비스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롤모델로 삼은 곳은 대구에서 둘째로 큰 로펌인 법무법인 ‘우리하나로’(대표 변호사 남호진)다. 백 변호사는 “우리하나로의 뜻이 종합법률서비스인데, 다양한 법률서비스 지원은 물론 공익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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