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재심(再審)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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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30 07:25  |  수정 2017-06-30 07:25  |  발행일 2017-06-30 제8면
[변호인 리포트] 재심(再審) 없는 세상

올봄 영화 ‘재심(New trial)’이 화제를 모았다. 범인을 잘못 지목한 뒤 자백을 강요해 얻은 조서에 따라 오판이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잘못된 사실확정은 경찰, 검사, 1심, 2심, 3심에 이르기까지 오류가 제거되지 못하고 억울한 시민을 전과자로 만들었다.

구속수사와 수감생활 과정에서 피고인은 학업중단, 가족해체, 직업과 수입 상실의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해사건은 모두 자백 강요로 누명을 쓰고 장기간의 복역생활을 해야 했던 피고인들의 이야기이며 영화의 소재가 됐다.

억울한 피고인이 나오지 않도록 할 묘책은 무엇인가. 수사는 진실을 밝히고, 범인을 발견·확보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인권침해를 지향하거나 동반하기 마련이다. 그러한 점을 고려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와 피고인을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기소자와 판단자의 분리, 무죄추정원칙, 수사기관의 유죄입증책임 부담, 불구속수사·재판 원칙, 강제수사법정주의, 체포·구속적부심과 필요적 보석원칙, 자백배제법칙 및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전문증거의 원칙적 불허, 증거조사방법의 법정화, 진술거부권, 의견개진권과 증거신청권, 이의신청권, 상소권, 상소권회복청구와 재심청구권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수많은 형사상 권리를 일반 국민이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한글을 배웠으므로 법조문을 읽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곧 법정신과 법제도의 취지·요건을 관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학해석론은 그 역사가 2천년 전후로, 로마법의 해석론을 유지하면서 독일·일본법을 기초로 영미법까지 혼합한 것이 현재 우리 형소법이다. 셀프변호가 불가능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변호인 제도의 존재 의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에서 언급된 위법수사와 오판결을 방지하기 위한 많은 법제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변호인 제도다.

재심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진실 발견의 저해요소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첫째로 범인식별절차 실패다.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이외 범행 현장과 범행도구, 피의자의 알리바이와 동선에 대한 과학적 수사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너무나 쉽게 목격자의 진술을 믿는 반면 과학수사와 피의자의 알리바이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둘째로 과학수사의 미발달과 객관의무 위반이다. 현재는 통신매체에 대한 압수·수색과 복원 등 포렌식 능력이 발달했는데, 피의자의 이익 되는 점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외면받는 점에서 객관의무는 부족하다. 셋째로 방어권 부족의 문제다. 구속된 후 또는 기소된 후 변호사 선임을 고려하는 시민이 많은데, 이는 수사단계 변호를 등한시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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