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애국지사 장언조 선생의 딸 장영옥씨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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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5 07:52  |  수정 2017-08-25 07:52  |  발행일 2017-08-25 제21면
“부끄럽지 않도록…” 깨어있는 시민 된 광복군의 딸
20170825
지난 21일 광복군의 딸 장영옥씨가 선친 장언조 애국지사가 잠들어 있는 대구시 동구 신암선열공원을 찾아 선친의 비석을 어루만지고 있다.

“찜통 더위에 얼굴이 달아올라 땀을 뻘뻘 흘리는 경비원 아저씨를 위해 경비초소에 소형 에어컨을 설치하자는데 다들 반대하더군요. 자신들은 거실과 방에 따로 에어컨 다 갖추고 있으면서 그렇게 야박해서야 되겠습니까. 아파트 동대표들을 설득해 표결에 부쳤는데 결국 7-3으로 부결됐어요. 내년엔 제가 동대표로 출마해 에어컨 설치를 관철시킬 겁니다.”

장영옥씨(54·대구시 달서구 도원동)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직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다. 30년6개월간 상인초등, 진천초등 등 대구 달서구 일대 초등학교에 근무했다. 그는 3년 전 명예퇴직한 뒤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깨어있는 시민’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달서구의회를 직접 찾아가 의원들에게 청소년인권조례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달민사랑방’(달구벌 또는 달서구 민주 사랑방)이란 모임에 들어가 성폭력피해자돕기, 투표참여운동 등을 펼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사드반대집회에도 참여했다. 지인들은 그런 그를‘장다르크’라고 부른다.


청소년인권조례 추진·투표독려 등
교사 명퇴 후 시민단체 활동 활발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도 추진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우선 관심을 갖고 잘못된 부분을 개선시키고 싶어요. 그게 생활정치 아닙니까. 우리 사회엔 아직 적폐가 많다고 봐요. 갑질하는 사람, 원칙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 등등 그게 다 친일잔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씨는 강직하고 불 같은 성격을 가졌지만 측은지심이 많다. 남에게 조금이라도 민폐를 끼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칠성시장에서 가구업을 했는데 직원이 다투다 불을 내 가게가 전소됐어요. 직원 중 한 명이 구속될 처지가 되자 ‘한 번 실수로 젊은 사람 인생을 망쳐서야 되겠나’ 하며 탄원서를 쓰는 것을 봤습니다. 의지가 굳고 속정이 깊은 분이었어요. 항상 나와 내 가정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분이셨지요.”

장씨의 선친은 광복군 출신 애국지사 장언조(張彦祚) 선생이다. 1924년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태어난 장 지사는 대구 보광학원 4학년 때 민족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퇴학당했다. 장 지사는 1943년 일제에 강제징집돼 이듬해 중국 후난성 헝산 일대에서 군사교육을 받고 충칭 주둔 중국군 공략을 목표로 한 즈장전투에 참전하기 위해 창사 상담지구에 배속돼 있던 중 목숨을 걸고 일본군대를 탈출, 사선을 뚫고 1945년 2월 광복군에 합류했다. 이어 광복군총사령부 경위대 정훈요원으로 활약하다 광복을 맞았다.

“아버지께서 중국에서 김구 선생을 직접 뵀다고 하더군요. 국내 진격을 앞두고 결사항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던 중 광복 소식을 들어 몹시 안타까웠다고 했어요. 아버지는 광복 후 국내로 돌아와 1950년 가을부터 대구에서 10년간 경찰로 근무했지요. 이후 가구업을 했는데 화재로 가세가 기울었어요. 모두 4남매인데 경제적으로 어렵게 컸습니다. 아버지께선 일찍 보훈 신청을 할 수 있었는데도 안 하시고 1990년이 돼서야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으셨어요. 지금은 신암선열공원묘역에 안장돼 있습니다.”

그가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는 생전 한번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어요. 어릴 때 같이 TV를 보다 군부독재정권을 비판하기도 했지요. 평화적으로 남북이 통일 돼야 진정한 독립이라고 하셨어요. 얼마 전 광복절 기념식 때 문재인 대통령께서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을 우리땅에서 사라지게 하겠다’는 연설을 듣고 느낀 바가 많아요. 광복군의 딸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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