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밤 전화통화를 갖고 한·미 미사일지침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또 한·미 정상 간 통화 직후 백악관이 브리핑을 통해 “한국이 미국 무기 구매를 희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발표했고, 청와대는 이를 사실상 인정했다.
5일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네 번째 통화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 군은 북한군 지도부 지하벙커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진행상황을 물었고, 문 대통령은 “사드 임시배치를 한국의 국내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하겠다”고 답했다.
미 백악관은 그러나 전날 브리핑에서 한국 측 발표에는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승인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양 정상은 미국이 한국에 필요한 첨단무기 또는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시켜 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기 구매를 압박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탄두 중량 해제’가 ‘미국산 무기 구입’과 연동됐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4일 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단 “한반도 핵 문제는 외교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추가 대북 제재 조치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앞서 독일 메르켈 총리, 일본 아베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통해 대북 국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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