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꽝스러운 호랑이·권력의 용…신선하고 재밌는 민화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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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23   |  발행일 2017-09-23 제16면   |  수정 2017-09-23
민화는 민화다
20170923
민화 ‘까치 호랑이’. 바보스럽지만 사랑스럽게 나타낸 호랑이 캐릭터에서 민화가의 호랑이에 대한 정서를 엿볼 수 있다.

책 제목 ‘민화(民畵)는 민화(民話)다’가 말해주듯이 민화에는 일반 서민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민화의 스토리라고 하면 그 상징을 밝히는 데 머문다. 예를 들어 모란은 부귀, 연꽃은 행복, 호랑이는 벽사, 용은 길상, 잉어는 출세, 십장생은 장수 등이다. 하지만 이런 상징은 민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회화 전반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상징이다. 중국회화에서의 모란은 부귀의 상징으로, 이는 일본이나 베트남에서도 같은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에서도 궁중회화나 문인화의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민화는 서민의 생활 속에서 탄생한 그림이다. 이 때문에 민화에는 이러한 보편적인 상징 외에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점에 주목했다. 궁중회화나 문인화에서는 고전과 정통을 중시하고 사실적인 표현을 지향하다 보니, 기존의 틀을 고수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민화에서는 저잣거리에 떠도는 이야기까지 주저 없이 그림 속에 끌어들였다. 민화에는 상징 이상의 이야기, 화가들이 전하는 서민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모란은 부귀·연꽃은 행복…
기존 민화의 보편적 상징 외
시대적 배경 해학적으로 표현
우리 민족의 유머·지혜 담아


20170923
정병모 지음/ 다할미디어/ 328쪽/ 2만원

기존의 민화 전문가들이 민화 속의 동식물 및 기물 등에 내재된 길상적 요소, 즉 상징의 문제에 천착되어 있었다면 이 책의 저자는 그 시대적 배경을 이해한 바탕 위에서 민화를 표현하고자 했던 당대 민화작가의 마음을 읽어 내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신선하고 재미있다. 민화는 삶의 이야기요, 복의 이야기요, 꿈의 이야기다. 이 책은 이러한 민화의 스토리 세계를 모티프별로 살펴보고 있다.

제1장 ‘민화란, 이런 그림이다’에서는 민화가 어떤 그림인가를 이야기하기 위해 기존의 여러 작가 및 학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민화의 정의를 인용하고 있다. 현재 103세인 김병기 화백의 ‘민화는 저절로 나온 거야’라는 말을 시작으로 ‘행복화’라고 하자는 일본학자의 말, ‘승화된 동심’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한 박대성 화백의 말 등을 인용하여 민화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제2장 ‘책의 노래, 문자의 힘’에서는 최근에 붐을 이루고 있는 책거리도를 시작으로 문자도의 핵심을 이루는 백수백복도와 유교문자도, 그리고 제사 때 사용하는 감모여재도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제3장 ‘권력, 민중들에겐 어떤 존재인가’에서는 서수도, 즉 상서로운 동물들의 숨은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최고 권력의 상징인 용의 이야기로부터 우스꽝스러운 권력자로 변모한 호랑이 이야기 등을 운룡도, 봉황도, 기린도, 까치호랑이 그림 등에서 읽어내고 있다.

제4장 ‘꽃과 새가 자아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는 아름다운 꽃들과 꽃병, 그리고 동물과 벌레들의 이야기다. 화조도, 모란괴석도, 연화도, 꽃병그림, 옥토도, 어해도, 초충도, 호접도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특히 물속의 물고기와 꽃들의 이야기는 어해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제5장 ‘삶과 꿈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고사인물도 등을 중심으로 고전소설 속의 이야기가 그림으로 표현된 민화의 이야기다. 특히 천하영웅들, 위엄 있는 인물들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우리 민족의 유머와 지혜를 살펴볼 수 있다. 삼국지연의도, 구운몽도, 호렵도, 강태공조어도, 백자도 속의 인물 캐릭터 속에 푹 빠져볼 수 있다.

마지막 제6장 ‘유토피아, 그곳을 향하여’에서는 우리 그림 속에 표현된 자연이 어떻게 창의적으로 묘사되고 이야기화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중국 풍경을 한국 산수로 승화시킨 소상팔경도와 산과 바다를 조화롭고 위트 있게 묘사한 관동팔경도 등에서는 우리 민족만의 창의적 표현을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다. 그 외에 일월오봉도, 십장생도, 금강산도 등의 이야기가 있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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