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형 개헌, 새로운 대한민국 7 <끝>] 대구·경북의 지방분권 목소리

  •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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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0   |  발행일 2017-12-20 제3면   |  수정 2017-12-20
“지방분권 개헌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 들어가겠다”

영남일보는 지난 1년간 ‘지방분권 연속 기획’을 통해 비수도권 지방의 고충을 알리고 극심한 지역 불균형 현상을 지적했다. 또 국회의 개헌 논의 과정을 밀착 취재해 지역민에게 알렸다. 그동안 지방분권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해선 적지않은 논리가 축적돼 왔다. 그러나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한 고비를 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지방분권 개헌을 희망하는 대구·경북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봤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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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분권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할 때”
김관용 경북도지사

지방분권의 출발점이자 핵심은 지방분권 개헌(改憲)이다. 현행 헌법이 제117조와 제118조에서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허울뿐인 지방자치였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임이 없이는 지방자치단체가 활동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법령을 통해 전국적으로 지방에 하달한 획일화된 정책은 지방 실정에 맞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거나 지역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름은 지방자치지만 이를 수행하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법령을 집행하는 하급기관으로 전락됐다. 오늘날과 같은 다양성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중앙정부 중심의 행정과 정책으로는 지역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없으며, 더 이상 지방의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다. 그간 중앙에 집중된 권력과 권한을 나누고 갈라서 기능과 역할을 분화시키고, 이를 조화롭게 융합해 현장과 협치로 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분권 개헌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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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자 과제”
권영진 대구시장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가 본격 시작된 지 2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고 수도권 중심의 국가경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탓에 지방자치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낡은 제도와 관행으로 인해 지방은 후순위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정부들은 조직권, 입법권, 재정권의 핵심적 부분을 중앙정부에 의해 통제받고 있고, 중앙이 우월한 것으로 인식되는 문화로 인해 지방의 가치는 평가절하되고 있다. 중앙집권적이고, 수도권 중심의 국가경영방식은 개선돼야 한다.

중앙 집중에 따른 비효율과 불합리를 청산하고, 지방과 지역민으로부터 국가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지방자치의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지방분권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일이다. 권한을 지방에 분산해서 지방을 살리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살리는 지방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자 과제다.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드는 새 역사의 길에, 지역과 이념을 넘어 우리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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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지방분권 개헌이라도 국민투표해야”
최백영 대구지방분권협의의장


지방분권 개헌은 어느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요. 역사적 소명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각 정당이 개헌 관련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우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권력구조(정부형태)보다 지방분권 개헌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제왕적 대통령중심제 적폐 청산을 위한 권력구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고, 바른 정당은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

현행 헌법상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개헌 국민투표 붙일 수 있다. 정치권이 개헌에 대해 끝내 대타협하지 못하면,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쉬운 지방분권 개헌 만이라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 함께 국민투표할 수 있도록 시·도 단위 각 지역별로 지방분권운동단체, 시민단체 등이 역량을 결집해 국회의원을 설득하고 압박해야 한다. 우선 대구·경북이 1월 중순경에 모범적으로 실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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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의존 방식으론 지역발전 불가능”
이창용 지방분권대경본부 대표


30년 내에 60개 지자체가 소멸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는데, 그 절반이 경북에 있다. 비수도권 지방의 인구가 줄어들고, 성장도 그에 따라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이제는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역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게 오랜 시간 확인돼 왔다.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대구·경북이 주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각 시·도의 손발을 좀 풀어줘서 지방소멸의 해결책을 찾고, 지역의 새로운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지방분권 개헌이 절실하다. 여야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 협약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 때 지방분권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을 공히 합의했다. 개헌 일정에 대한 합의가 개헌 내용에 대한 합의만큼이나 어렵다. 이를 다시 늦추면 개헌은 물건너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년 개헌 국민투표는 지역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모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기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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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 삶 결정 권리 되돌려 받는 것”|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지방분권이라고 하면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것이라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지역주민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되돌려 받는 것이고, 그것이 지방분권의 본질이다. 지방분권이 이뤄지면 우리 지역의 문제를 우리 입맛에 맞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지방분권에는 거버넌스(민관협치)가 필수요소다. 진정한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남녀가 균등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는 성평등적 거버넌스가 기반이 돼야 한다. 특히 젠더거버넌스를 통해 여성의 참여와 역할이 확대된다면 일자리, 돌봄, 교육, 안전 등 생활현안에 대한 정책체감도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를 지켜볼 때 여성의 입장으로서는 아슬아슬한 마음이 생긴다. ‘시민’과 ‘주민’이라는 단어에 여성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지방분권 개헌이 이루어지고 권한이 지역으로 이양된다고 하더라도 여성은 여전히 주변인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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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이 필연이라면 자치분권은 필수다”
장태수 정의당 시당 위원장


개헌이 필연이라면 자치분권은 필수다. 지금의 헌법은 1987년에 만들어졌다. 민주화가 막 시작되던 30년 전과 세계가 깜짝 놀란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준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조직도, 운영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따라서 지금의 시대상과 장래의 미래상을 담은 헌법 개정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헌법 개정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고 다루는 것이 자치분권이다. 자치분권을 개헌과정에서 꼭 담아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분권은 중앙 집중의 폐해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시민의 삶의 현장에 있다는 점을 상징한다. 동시에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가 그 삶의 현장에서 보장되고 신장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과 공권력이 삶의 현장에서 얼굴을 맞대고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또 그 가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기본권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밝히는 것이 바로 분권이다. 그 정신을 새로운 헌법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 자치분권 개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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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들 소속 정당에 휘둘리지 않아야”
유병철 대구 북구의원

개헌을 미루자는 야당 대표의 발언에 동료 구의원들이 동의하는 추세다. 헌법개정은 중요한 문제이니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하자는 주장이다. 지방분권 개헌을 천천히 한다고 해서 과연 국회에서 합의가 될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앙집권주의자들의 정략적 접근에 속는 것은 아닐까.

중앙집권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들 사이의 협상에 불과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대통령중임제 등의 논의는 현재의 정치 시스템 하에서는 결코 합의될 수 없는 것들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실히 보장 받지 않는 한 헌법개정에 소극적일 것은 뻔한 일이지 않는가.

분권과 자치라는 자유 민주주의의 더욱 본질적인 가치의 지평에서 헌법개정을 추진하자. 헌법개정 우선순위를 바꿔 내년 6월에는 지방분권형 원포인트 헌법개정을 요구하자. 3천명의 지방의원들이 자신이 속한 정당 지도부의 유불리에 휘둘리지 않고 국회를 포위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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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지방자치는 개헌 통해서만 가능”
전응수 변호사


여야 모두 ‘1987년 체제’에 대한 피로감은 공감하고 있는 듯하나, 어떻게 권력구도를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과 시기에는 다들 동상이몽이라 논의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방분권형 개헌도 큰 틀에서 보자면 권력구도 재편의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앞서 지방분권에 대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의지를 지니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정책을 추진했을 때, 지방분권에 대한 중앙의 저항이 예상보다 더욱 강한 것임을 직시할 수 있었다. 또한 지방분권이 현재 헌법체계에서는 얼마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가를 느끼게 됐다.

결국 국토의 균형발전과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는 헌법 개정을 통해 이를 명문으로 명기했을 때만 가능한 것이고, 대한민국 주요 공공기관의 이전을 통해 서울에서 지방으로 권력이 이전되는 것이 향후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이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나아가 침체돼 있는 대구·경북의 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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