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구서 20∼30대 남성들이 50대 부부 집단폭행

  •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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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4   |  발행일 2018-06-04 제8면   |  수정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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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0일 대구 동구 불로동에서 자동차 전조등 문제로 시비가 붙어 20~30대 청년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50대 주부(앞 원 점선)가 도로 위에 쓰러져 있다. 청년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주저앉은 남편(뒤 원 점선)은 기절한 아내를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제보자 제공)

 국민적 공분을 샀던 ‘광주 폭행사건’이 발생하기 전 대구에서도 50대 부부가 20~30대 청년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가해 청년 중 한 명은 ‘죽을 때까지 때려’라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가족 측에서는 경찰이 출동한 상태에서도 폭행이 이어졌고, 가해자에 대한 음주측정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 4월10일 밤 10시20분쯤 동구 불로동 한 노래방 앞에서 20~30대 청년들과 50대 부부 간 집단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퇴근길에 주차하던 차량의 전조등 때문에 불편을 느낀 부부가 이에 항의를 하고 지나간 게 발단이 됐다. 영남일보가 단독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 남편 이모씨(54)가 전조등에 항의를 하며 지나갔고 운전자 A씨(29)가 이를 들으면서 시비가 붙었다. 부인 김모씨(57)가 수차례 말다툼을 말리는 사이 A씨의 지인 등 3명이 나타났고 이들 중 한 명은 이씨를, A씨는 부인 김씨를 밀치며 몸싸움이 시작됐다. 이후 부인 김씨가 먼저 뺨을 때리자 B씨는 김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폭행은 10여분간 계속됐다. A씨 일행은 부인 김씨의 하복부를 발로 걷어차고 뺨을 수차례 가격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또 도로 위를 끌고 다니고 안면을 가격하기도 했다. 남편 역시 2명에게 붙잡힌 채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이들 부부 역시 청년들을 향해 간간이 뺨을 때리고 주먹을 날리는 등 저항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이 과정에서 부인 김씨는 바닥에 머리를 수차례 부딪혀 두 차례 실신했다. 병원 진단 결과 이씨는 코뼈가 부러졌으며 부인 김씨는 왼쪽 갈비뼈 2대가 부러져 각각 전치 3·4주의 진단을 받았다. 현장을 목격한 한 증인은 “가해자 중 1명이 ‘치료비는 얼마든지 줄테니 죽을 때까지 때려라’고 말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10일 밤 동구 불로동
부부, 전조등 항의하다 몸싸움
10여분 동안 무차별 폭행당해
남편 코뼈·부인 갈비뼈 부러져
“경찰 쌍방폭행 마무리하려 해”


가족은 경찰 수사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 정도가 다른데도 경찰이 CCTV 영상을 확보하지 않았으며, 쌍방 폭행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는 것. 가족은 “수사 초기부터 이상했다. 가해자 중 한 명은 ‘우리 아빠가 △△서에 있다’고 했다. 경찰 역시 ‘언론에 알리지 마라’ ‘형사들이 도둑놈 잡아야지 이런 사건 해결해야 하나’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고 했다. 또 “진술과정도 강압적이었다. 너무 강압적이라 느껴 청문감사실에 수사관 교체를 신청하자 다음날 해당 수사관이 엄마에게 전화해 ‘따님이 수사관 교체해 달라고 했냐’고 물어와 너무 놀랐다. 결국 수사관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족 측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현장에서 폭행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경찰관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폭행이 이어졌다는 것. 이씨의 딸은 “엄마가 경찰이 지켜보고 있는 상태에서도 맞았다. 또 차량 운전자에게서 술 냄새가 나 조사해 달라고 했으나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재 이씨 부부에 대해서도 폭행 혐의로 약식기소한 상태다. 이씨 가족은 해당 동영상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 집단폭행 사실을 알리고 시민단체와의 연계 등을 통해 경찰 수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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