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쉼표, 이야기 따라 포항여행 .9 <끝>] 기계면 봉좌마을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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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28   |  발행일 2018-08-28 제14면   |  수정 2018-08-28
봉황 형상 산 아래 농촌체험장, 400년 넘은 고목 벗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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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좌마을체험센터 동편에 위치한 솔숲 오솔길. 솔숲에는 철기농경테마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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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좌마을 고인돌공원에 여러 기의 고인돌이 자리하고 있다. 봉좌마을 일원에는 수많은 고인돌이 산재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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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계리 봉좌마을체험센터 내 봉좌마을교류센터. 봉좌마을은 기계면 문성·고지·봉계리 주민들이 2011년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설립한 공동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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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좌마을 수변공원 데크길에서 바라본 대촌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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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좌마을체험센터 글램핑장 앞에서 한 모임의 회원들이 야유회를 가지고 있다. 체험센터에서는 오토캠핑과 글램핑을 즐길 수 있어 주말마다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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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북구 기계면 봉좌마을이 농촌체험과 인성교육의 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봉좌마을은 봉좌산 아래 문성·고지·봉계리 주민들이 2011년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설립한 공동체 마을이다. 이농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농촌에 위기가 찾아오자 마을 주민으로 구성된 380여 세대가 힘을 모은 것이다. 폐교를 주민 배움터와 농촌체험센터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마을 주변의 역사·문화·자연을 활용한 체험·관광 코스를 조성하면서 도시민들의 발걸음도 늘고 있다. 시리즈 마지막회인 9편은 농촌의 정취와 옛 사람들의 흔적이 가득한 봉좌마을에 관한 이야기다.

폐교된 기남초등 재단장해 만들어
기업체·모임 연수 장소 등으로 활용
동편 나무데크길 따라 빽빽한 솔숲
오토캠핑장·글램핑장 찾는이 많아

봉좌산 봉계리 마을에는 수변공원
곳곳에 고인돌 선사시대 흔적 남아
체험코스 중 하나 승마공원도 인기


#1. 봉좌산이 품은 농촌마을

봉좌마을의 이름은 마을 뒤편에 자리한 봉좌산에서 유래됐다. 해발 626m 높이의 봉좌산은 봉황이 내려앉은 형상을 띠고 있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맑은날 산 정상에 오르면 포항도심과 포항철강공단은 물론 동해까지 조망할 수 있다. 봉좌산 정상부의 탕건바위는 산의 상징과도 같다. 탕건바위는 조선시대 관리가 썼던 모자의 한 종류인 탕건 모양과 아주 흡사하다. 탕건바위의 영검 덕분인지 봉좌산 인근의 마을에서는 군(軍) 장성을 다수 배출했으며, 출향인 중에서는 기업 CEO도 꽤 있다고 전해진다.

봉좌마을의 중심 시설은 기계면 봉계리에 자리한 봉좌마을체험센터(이하 체험센터)다. 폐교된 옛 기남초등을 재단장해 객실과 대회의실, 식당 등을 갖췄다. 일반 리조트와 호텔 등에 비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기업체나 모임의 연수 장소로 활용되거나, 학생들의 체험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체험센터에 자리한 오토캠핑장과 글램핑장을 찾는 이들도 많다. 주말마다 체험센터 내 운동장은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려는 캠핑족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인다. 여름철 문을 여는 간이 수영장은 특히 인기다. 체험센터 내 풋살장에 마련된 수영장은 유아·초등생·성인용으로 구분된 3개의 풀을 갖추고 있다. 수영장마다 깊이가 달라 안전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는 타 수영장과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함을 선사한다. 수영장 위에는 그늘막이 설치돼 있어 따가운 여름햇살을 피할 수 있다.

체험센터의 터줏대감 격인 고목들은 짙은 녹음을 제공한다. 수십 그루의 느티나무가 체험센터를 둘러싸고 있으며, 그중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의 수령은 400년이 넘는다. 몇몇 나무에는 만국기가 걸려있어 마치 학교 운동회와 같은 들뜬 느낌마저 든다.

체험센터에서는 농촌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트랙터 리무진 타기 체험을 비롯해 메뚜기 잡기, 뻥튀기 만들기, 민속놀이 체험 등 도시에서는 좀처럼 할 수 없는 놀이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체험센터 앞에 자리한 비닐하우스에서는 방울토마토나 고추따기 등을 하면서 농촌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오는 겨울에는 체험센터 인근 논에 썰매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체험센터 동편 나무데크길을 따라가면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이 나타난다. 숲 가운데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금세 더위를 잊을 만큼 짙은 그늘을 만날 수 있다. 솔숲 한편에는 철기농경테마공원이 조성 중이다. 철기농경문화관과 체험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각종 철제농기구가 전시되고, 대장간 체험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봉좌마을은 포항에서도 외곽지에 속하지만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익산∼포항고속도로 서포항IC에서 5~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또한 2015년 포항에 KTX가 개통되면서 대도시와의 접근성은 더 개선된 상황이다. 봉좌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부산과 울산, 경남권에서도 많은 방문객이 봉좌마을을 찾고 있다.

#2.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체험센터 외에도 봉좌마을 일원에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체험센터를 지나 봉좌산 방향 봉계리 마을로 올라가다보면 고즈넉한 풍경의 수변공원이 나타난다. 봉좌산 용계계곡을 따라 흘러내려온 물이 저수지를 이루고 있으며, 정자와 함께 자리한 300년 수령의 버드나무가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수변공원의 저수지는 ‘대촌지’라 불렸으며, 인근 농경지인 말미들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면서 ‘말미평지’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수변공원에서 400m 떨어진 용계계곡에는 조선 숙종때 유학자 김계영을 기리기 위해 1820년 경주김씨 문중에서 세운 분옥정이 자리해 있다. 분옥정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丁(정)’자형 목조 기와집으로 포항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형태다. 분옥정은 용계계곡과 접한 이유 때문인지 용계정사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용계계곡에서 바라본 분옥정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다. 깎아지른 듯한 계곡의 절벽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만이 분옥정의 정적을 깰 뿐이다.

체험센터 서편에는 고려 개국공신 태사공 윤신달의 묘소와 재사가 자리한 봉강재가 위치해 있다. 파평윤씨 시조이기도 한 윤신달은 학문과 무예가 뛰어났으며, 고려 태조 왕건을 도와 후삼국 통일에 힘을 보탠 인물이다. 봉강재는 봉좌마을을 방문한 학생들이 고려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봉좌마을에는 선사시대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을 일원에는 수많은 고인돌이 산재해 있다. 체험센터 동편, 도보 5분 거리에 여러 기의 고인돌이 자리한 고인돌공원이 위치해 있다. 공원 내 고인돌 중에서는 경지정리 과정에 현재의 위치로 옮겨온 것도 있다. 아주 먼 옛날, 봉좌산 아래 기계천변의 범람이 비옥한 토지를 만들었을 것이다. 땅에 기대어 살던 선사인들의 생산력이 높아지면서, 고인돌을 세울 만한 지배세력이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체험코스 중 하나인 승마공원도 큰 인기다. 체험센터에서 도보로 10~15분 거리에 자리한 승마공원은 말 20여필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내마장과 지름 200m의 원형마장 등 체험객을 위한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문성리에 자리한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도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근대화 및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많은 자료를 전시 중이다.

봉좌마을의 일정별 맞춤 체험코스는 마을의 또다른 인기비결이다. 당일, 1박2일, 2박3일 체험코스를 마련, 방문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발맞추고 있다. 봉좌마을 허호용 대표이사는 “도시민들이 농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따뜻한 농촌의 정서가 담긴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인성교육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봉좌마을과 관련한 각종 정보는 봉좌마을 홈페이지(www.bjmu.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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