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으로 삼음교 혈자리 자극하면 갱년기 우울증 완화

  • 홍석천
  • |
  • 입력 2018-09-18 07:48  |  수정 2018-09-18 07:48  |  발행일 2018-09-18 제21면
■ 침치료의 과학적 효능
한의학연구원 류연희 박사 연구팀
우울증 쥐 대상으로 침치료 시행
뇌성장 단백질, 정상의 81% 회복
침으로 삼음교 혈자리 자극하면 갱년기 우울증 완화

한의원에서 침을 맞아본 사람이라면 침이 어떻게 우리 몸을 치료해주는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이미 수천 년의 세월 동안 임상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었지만 이런 물음에 대한 과학적 대답은 한의학이 꼭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초 침치료 효능과 그 기전을 과학적으로 답하며 한의학의 비밀을 풀어낸 논문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침이 우리 몸의 경혈을 자극하면 우리 몸속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 몸은 긴장을 하게 되면 교감신경계가 자극받아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또 음식을 먹으면 침샘에서 침이 나온다. 적절한 자극이 있을 때 우리 몸에선 대응하는 반응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경혈을 자극했을 때 우리 몸에선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먼저 그림을 살펴보자. 침 치료의 갱년기 우울증 완화 효과와 그 작용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한국한의학연구원 류연희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수록된 그림이다. 침치료를 진행한 실험군과 무처치 대조군의 차이가 뚜렷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침이 경혈을 자극하면 우리 몸에 특정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보여준다.

WHO 표준경혈위치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361개의 경혈이 존재한다. 질환에 따라 서로 다른 경혈을 자극해 필요한 치료 효과를 얻는다. 갱년기 우울증 완화 효과를 위해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혈자리는 바로 ‘삼음교’였다.

삼음교는 안쪽 복사뼈 중심에서 세 치 위쪽인 정강이뼈 안쪽에 위치한 혈자리다. 생리통, 불임, 자궁 출혈 등 여성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삼음교는 갱년기 질환에도 사용되는데, 약물치료와 달리 부작용이 없고 임상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어 한방병의원에서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난소절제술(OVX)로 여성호르몬 결핍을 유도한 갱년기 우울증 동물모델의 삼음교에 침 자극을 주었다. 그 후 우울증에 관여하는 뇌 부위인 해마에서 뇌 유래신경영양인자(BDNF)와 신경펩티드Y(NPY)의 발현량을 측정했다.

삼음교 침치료 시 뇌성장 단백질(BDNF) 발현량은 정상 쥐의 81.42% 수준까지 회복했고, 신경펩티드 Y(NPY) 발현량은 74.07% 수준까지 회복했다. 우울증 쥐의 경우 각 인자의 발현량이 정상 쥐에 비해 BDNF는 48.57% 수준으로, NPY는 33.56% 수준으로 감소한 것에 비해 상당히 회복한 수치다.

특히나 혈자리가 아닌 곳에 침 자극을 한 가짜 침 대조군의 발현량 측정 결과 우울증군의 결과보다 나아지지 않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정확한 경혈 자리에 침치료를 했을 때만 치료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한 결과다.

연구팀은 뇌 내 단백질 발현량의 확인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약물학적인 기법을 활용해 뇌기능 조절물질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경혈자극이 BDNF의 발현을 증가시켰고, BDNF의 증가가 NPY의 증가를 유도해 우울증을 완화시킨다는 뇌 작용기전을 규명했다. 즉, 경혈 자극이 호르몬 변화에 의해 파괴된 항상성을 회복하기 위해 BDNF 강화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경혈자극을 통한 침치료의 기전을 규명하면서 여성호르몬을 직접 증가시키지 않고도 BDNF와 NPY를 증가시킨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기존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준의 변화로 설명되던 우울증 연구를 뇌 내 단백질의 관여 가능성으로 확장시키는 것이기도 해 그 의미가 더 크다. 향후 우울증 외에도 연구 범위를 넓혀 다양한 정신질환 완화에 기여하는 침 치료의 작용기전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침치료 그리고 한의약 치료에 대한 질문에 과학적으로 답하기 위해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연구자들은 지금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3월 질병에 따른 피부 민감점과 경혈이 약 70% 이상 일치함을 규명하기도 해 경혈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도움말=한국한의학연구원

기자 이미지

홍석천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건강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