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생 사고직후 구조요청했지만 음악소리에 묻혔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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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8-20 07:28  |  수정 2019-08-20 08:30  |  발행일 2019-08-20 제8면
소음규제 법규정 미비로 피해 더 커진 이월드 사고

놀이공원 등 유원지의 음악 소리 크기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규정 미비가 대구 이월드 아르바이트생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구시는 지역 유원시설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나선다.

◆음악소리가 낮았다면 피해 줄일 수 있었을까

대구 이월드 ‘허리케인’ 놀이기구에서 일하다 지난 16일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아르바이트생 A씨(23)는 사고 직후 구조요청을 했다. 하지만 이월드 측은 주변 음악소리가 컸던 탓에 A씨의 목소리를 즉시 듣지 못했고, 놀이기구의 운행이 종료된 이후 사고현장을 목격,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A씨의 절단된 다리의 뼈와 근육 등이 심하게 손상됐고, 절단 부위가 오염돼 접합 수술은 어렵다고 판단해 봉합 수술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의 사고원인과 별개로 “사고 직후에 지체하지 않고 A씨를 구조할 수 있었더라면 수술 성공 가능성이 조금은 더 생기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큰 음악소리에 늦어진 구조
주변인들 A씨 목소리 듣지못해
놀이기구 운행 끝나고서야 발견
탑승객 사고나도 알리기 힘들어

경찰서·국과수 경위파악 중
매뉴얼확인·증거확보·현장감식
목격자나 사고 찍은 CCTV는 없어
市·기초단체,놀이시설 긴급점검


현행법상 놀이공원 등 유원지의 음악 소리 크기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은 없다. 관련법을 확인한 결과, 관광사업 전반에 대한 허가·안전성 검사·사고조사·영업질서 유지 등의 내용에 대해서만 규정돼 있을 뿐, 유원시설 소음 기준에 대한 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행법에는 유원지 소음 기준 등을 담고 있지는 않다. 세부적인 것까지 법에 모두 넣기는 힘들어서, 해당 사항의 경우에는 업체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만들거나 규칙을 정한다”며 “하지만 이를 의무하거나 강제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월드 측 역시 “내부에 소음 관련 매뉴얼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놀이공원 음악 소리 규제 미비는 놀이기구에 탑승한 승객 역시, 탑승 도중 갑작스러운 신체 이상을 호소한다고 해도, 놀이공원 측에서 곧바로 알아챌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을 수 있다. 담당 직원은 상호 간 연락수단이라도 갖춰져 있지만, 일반 승객의 경우 그럴 만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기환 경일대 교수(소방방재학)는 “현행법상 소음에 관련한 규정이 없다할지라도, 사고를 대비해 일정기준을 초과한 데시벨에 대해 관리자들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놨어야 했고, 실제 상황에서 이를 실천에 옮겼어야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위파악과 현장감식 나선 경찰과 국과수

대구 성서경찰서는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이월드 관계자들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상 적용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수사는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안전사고 수사팀과 합동으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 이월드 안전 수칙 매뉴얼과 사고 당일 근무 배치표 등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일 밤 A씨의 동료 근무자, 매니저, 관리팀장을 불러 관련 진술을 받았으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데는 실패했다.

사고가 놀이기구 뒤편에서 발생한 탓에 직접 목격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위치를 찍는 폐쇄회로(CC)TV 화면도 없었다.

이새롬 대구 성서경찰서 형사과장은 “다친 A씨에게 직접 경위를 물어야 하는데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 아직 조사를 못 하고 있다"며 “안정을 되찾는 대로 관련 진술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등 열차 종류의 기구에 배치된 안전요원들은 출발 때 관행처럼 열차 맨 뒤에 매달려 있다가 탑승지점으로 뛰어내리고 있고, 이번에도 이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찰이 진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9일 대구 이월드에서 현장감식을 벌였다. 감식은 낮 12시40분께부터 사고가 난 놀이기구(롤러코스터)와 선로 주변 등에서 취재진 접근을 제한한 채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감식 관계자들은 사고가 난 기구가 정상 작동하는지 2차례 이상 시운전하고 의료용 거즈가 어지럽게 널린 피해자 구조현장도 조사했다.

현장 감식과는 별도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도 이날 사고와 관련해 이월드 측의 근로기준법,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조사했다.

대구시와 8개 기초자치단체는 이월드 사고와 관련해 시내 유원시설 80여곳에 대한 긴급점검에 나선다.

유원시설은 관광진흥법상 안전성 검사대상인 놀이기구가 설치된 종합 유원시설(놀이기구 6종 이상) 2개소와 일반 유원시설 14개소, 키즈카페 등 소규모 놀이시설 67개소 등 총 83곳이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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