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Q&A] 불경기에 집값 하락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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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2   |  발행일 2019-10-12 제12면   |  수정 2019-10-12
[머니 Q&A] 불경기에 집값 하락않는 이유

목돈이 생겨 어딘가에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A씨는 작년 8월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뛸 때 평당 5천만원을 주고 85㎡(30평형) 강남 아파트를 한 채 구입했다. 그런데 지금은 평당 4천만원으로 집값이 떨어져서 아파트를 팔려고 부동산 중개인에게 의뢰를 했다. 부동산 중개인은 앞으로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질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12억원에 집을 내놓는 게 좋겠다고 권하지만 A씨는 15억원 이하로는 집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해 보고는 집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A씨만 그런 게 아니다. 대부분 이렇게 행동한다. 크리스토퍼 메이어 박사(콜롬비아대)는 ‘손실 회피와 판매자의 행동’이라는 논문에서 1991년부터 97년까지 보스턴의 콘도 6천 채에 대한 매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값이 비쌀 때 구매한 사람들은 그 아래 값으로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는 바람에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데도 집 값을 낮추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물건이나 사회적 지위를 일단 소유하면 그것을 갖고 있지 않을 때보다 그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한다. 리처드 세일러 박사(시카고경영대학원)는 이런 현상을 ‘보유효과’라고 이름붙였다. 세일러 박사는 한 병에 5달러 주고 구매한 포도주가 50달러가 되었는데도 팔려고 하지 않는 심리 상태도 ‘보유효과’로 설명한다.

보유효과에는 집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소유한 집을 파는게 아까워서가 아니라 ‘집을 팔고난 후에 집값이 더 오르는 상황’을 두려워 한다. 흔히 ‘배 고픈건 참아도 배 아픈건 못 참는다’는 말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자신이 소유한 아이템을 팔거나 다른 것과 교환한 후에 값이 더 오르는 잠재적 손실도 사람들은 손해라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머릿속에서 이처럼 잠재적 손실을 느끼는 영역과 계속해서 집을 보유하면서 집값이 오를 때 잠재적 이익을 느끼는 영역이 뇌의 같은 보상체계라는 점이다. 그래서 일단 머릿속의 보상체계에서 손실 회피 메커니즘이 작동하면 자신이 소유한 아이템을 팔거나 다른 것과 교환하지 않으려는 행동을 보인다.

경기가 어렵지만 집 값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보유 효과에 따른 주택 소유자들의 머릿속에서 잠재적 손실을 회피하려는 반응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경제성장률이 2%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발표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포함 전세계 주요국가에서 금리 인하 소식이 들려온다. 이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경기가 어렵다는 메시지이다. 경기 하락은 자산가치 하락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집이 내가 느끼는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또한 투자를 할 때 부동산 비율과 동산 비율을 잘 배분해야 할 것이다.

박민규<금융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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