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나무의사 지망생들의 수난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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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4   |  발행일 2019-11-04 제31면   |  수정 2019-11-04

나무의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나무의사 양성교육기관에서 160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교육을 받으려면 수목보호기술자나 식물보호기사·산림기사 등 임업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하며, 교육기관마다 다르나 180만원 내외의 수강료를 내야 한다. 제1회 나무의사 시험에는 800여명이 응시했는데 대부분 50~60대였다. 81명이 합격, 10.1%의 합격률을 보였다. 이들 중 64%에 해당하는 51명만 2차 서술 및 실기시험을 통과, 최종 합격했다. 800여 명 중 6.4%만 나무의사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임학전공교수와 임학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원, 몇 대째 조경을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전문가 등 이 분야의 정상들도 줄줄이 탈락했다. 시험 출제에 문제가 없고 합격자가 있는 한 불합격은 자신의 실력 부족에 의한 것이므로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다. 산림청은 시험 시행에 앞서 ‘나무의사’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고급 인력을 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지난달 19일 치러진 제2회 1차 필기시험에서 문제가 생겼다. 시험을 주관한 한국임업진흥원에서 확인을 해 주지는 않으나 응시자 1천200여 명 중 합격자가 고작 5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사실이면 합격률은 0.4%에 불과하다. 평점 60점을 기준으로 하는 자격시험에서는 초유의 사건으로 보인다. 시험문제의 난이도 조정 실패다. 놀란 임업진흥원은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여 12월14일 추가 시험을 치르고 같은 달 20일 합격자를 발표키로 했다.

합격률 0.4%는 나무의사 양성과정의 교육이 수료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음을 방증한다. 일정 자격을 갖추고 소정의 교육을 받았는데 어떻게 합격률이 1%도 안될까? 또 하나, 이번 추가 시험은 시험을 치르고 6일 후에 합격자를 발표한다. 1회 필기시험 합격자는 43일 만에, 서술 및 실기고사는 28일 만에 발표했다. 1주일이면 합격자를 발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길게 끌어 수험생들을 애타게 만든 것이다. 문제의 난이도 조정에 실패한 이유도 의사 타이틀에 어울리는 인재 선발보다 임업진흥원이 실기시험을 치러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심도 일고 있다. 처음 시작되는 나무의사제도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시험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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