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 폐지 후 중증장애인 복지혜택 소외 늘었다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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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07:06  |  수정 2019-11-08 07:06  |  발행일 2019-11-08 제7면
기존 1·2급 서비스 3급까지 확대
부름콜·활동지원 수요 늘었지만
돌보기 편한 경증장애인 선호해
정작 중증장애인 후순위 밀려나
각종 서비스 못 받는 모순 발생

[상주]“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힘들어졌고 부름콜(장애인콜택시) 이용은 아무리 애를 써도 잘 안됩니다.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것이 안 그래도 힘든데 이 정부는 탁상공론 정책으로 우리를 더욱 더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20여년간 중증장애인 아들을 돌보고 있는 P씨(여·상주시)는 장애인등급제 폐지 이후 각종 서비스를 받기가 더 힘들어졌다며 정부를 원망했다. 장애인등급제 폐지로 비교적 경증 장애인의 이들 서비스에 대한 이용이 급증해 중증장애인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것.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한 것인지 원망스럽다는 P씨는 “장애인을 위한 사회서비스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더 많은 장애인에게 혜택을 주겠다며 수혜 대상을 경증 장애인에게까지 확대하는 바람에 중증장애인이 살아가기가 더 어렵게 됐다”며 시급히 대책을 세우든지 장애인등급제로 복귀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했다. 장애 정도에 따라 1급에서 6급까지 여섯 단계로 나눴던 등급제를 폐지하고,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통합했다. 단순히 장애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그에 따른 서비스를 달리 제공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수요자인 장애인의 개별 상황이나 필요를 반영한다는 취지였다. 이와 함께 중증장애인(1·2급)에게만 제공되던 장애인활동지원 및 부름콜택시 이용 등의 서비스를 3급 장애인에게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장애인활동지원 종사자나 장애인콜택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졌다. 이 때문에 큰 문제 없이 서비스를 받던 중증장애인의 불편이 커진 것.

게다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중증장애인보다 경증장애인이 유리한 조건이어서 중증장애인은 더욱 더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증장애인 자녀를 둔 C씨(56·상주시)는 “장애인활동지원 종사자 입장에서 보면 중증장애인보다 경증장애인을 돌보기가 수월하다. 지원서비스 신청이 여러 건 들어왔을 때 똑같은 보수를 받고 누구를 돌보려 하겠는가. 활동지원 종사자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더 절실한 중증장애인이 오히려 후순위로 밀리고 서비스를 제때 못받는 모순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중증장애인 보호자는 이런 역차별이 부름콜택시에서 더 심하다고 주장했다. P씨는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해 아침 일찍부터 전화를 해도 예약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애인콜택시 예약이 안 되면 일반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휠체어를 보면 택시들이 기피한다. 그럴 때마다 눈물이 확 쏟아진다”고 했다.

중증장애인은 대게 재활을 위해 병원이나 복지관을 정기적으로 간다. 한 달 동안의 계획이 세워져 있는 것. 중중장애인 보호자는 1개월간 콜택시 이용예약을 받아주면 병원에 갈 때마다 애를 태우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상주시 관계자는 “장애인등급제 폐지로 보행 약자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부름콜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아니다”며 “부름콜택시 1대에 200명이던 기준을 150명으로 변경해 내년부터 증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보호자는 “부름콜 2대가 늘어나도 사정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증환자가 이전처럼 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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