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영암산(鈴岩山 784m) 김천시·성주군·칠곡군 경계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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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8   |  발행일 2019-11-08 제37면   |  수정 2020-09-08
톱날처럼 날세운 능선넘어…막바지 알록달록한 가을빛, 비닐하우스 출렁이는 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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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산 바위능선 중간지점을 지나는 풍경. 칠곡 북삼읍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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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산 정상을 오르면서 북봉 뒤로 보이는 금오산.

영암산으로 향하는데 때 아닌 황사에다 미세먼지까지 합세해 희뿌연 연무가 낀 것처럼 흐리다. 구미, 칠곡에 사는 지인들에게 영암산에 대한 정보를 물으니 “영암산?” 거꾸로 질문을 한다. 산 입구 숭산초등의 교가 첫 소절에 ‘금오산 높이 솟아 정기어리고~’로 시작하고 가사 어디에도 영암산은 없다. 집 주변 프랜차이즈 피자집 주인은 칠곡군 북삼읍에 현재까지도 집이 한 채 있고, 오래 살았어도 영암산이라고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영암산은 인근에서 금오산이 유명하다보니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산이다.

숲 들어서는 시작부터 만만찮은 경사
노란 생강나무·참나무 완연한 가을산
크고 작은 바위봉우리 좌우로 우회길
정상 앞, 능선·금오산 겹친 조망 일품


산 아래에 다다랐지만 정상부가 흐릿하게 보인다. 국도변에서 산 입구를 찾는데 마땅한 이정표가 없다. 숭오 1리 입구 ‘전국로지스’ 건물 앞 도로를 따라 오른다. 300m쯤 거리에 보손지를 지나고 비포장 길로 10분 정도 걸으면 보손지보다 규모가 큰 중리지 둑에 서게 된다. 산불감시초소 앞에 ‘영암산 2.4㎞’ 이정표와 산불예방 안내판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산불감시초소에 들러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입산통제기간인데 통제는 없는지 확인하니, 인화물질만 없으면 언제든 산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정표를 따라 숲으로 들어서니 시작부터 만만찮은 경사다. 간벌을 한 듯 잘려진 소나무 밑둥에 손바닥만 한 종이가 붙어있다. 소나무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잘랐다는 표식이었다. 늦가을로 들어서는 계절이지만 잠시 걸으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10분 정도 가파른 길이다가 다소 완만한 능선을 따르니 임도가 가로질러 나있고 등산로는 정면으로 표시되었다. ‘보손지 0.9㎞, 영암산 정상 1.5㎞’ 이정표가 서 있는 위치에서 임도 왼쪽은 하산해서 내려오게 되는 갈림목이다. 임도를 건너 리본이 주렁주렁 걸린 숲으로 들어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덤 한 기를 지나면서부터는 흙길이다가 바윗길이 반복한다. 생강나무며 참나무 종류들이 완연한 가을 산으로 노랗게 물들었다. 점점 바위가 많아지는가 싶더니 정면을 막아선 절벽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우회하도록 길을 내뒀다.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오르는 길인데, 중간쯤에서 조망이 궁금해 바위능선으로 올라서 본다. 뒤돌아보면 북삼읍 일대가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 금오산이 마주보고 있고 정면으로 바위능선이 톱날처럼 날을 세우고 있다. 6~7m쯤 되는 바위를 내려서야 하는데 밧줄이 매져있으나 잡고 내려서기에는 불안할 정도로 낡아있다. 안부에 내려섰다가 우회했던 길과 만나 다음 봉우리로 향하는데 웅성거리는 한 무리를 만났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체했는지 속이 좋지 않아 보조를 맞춰 천천히 오르고 있단다. 대구에서 왔다는데 일행 중에 산 아래가 고향인 친구의 안내를 받아 왔단다.

크고 작은 바위봉우리를 넘는 길이지만 대부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우회길 표시가 있다. 마지막 높은 바위 앞에서는 왼쪽으로 크게 돌아가도록 길이 나있는데 낙엽이 깔려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스틱으로 낙엽을 긁어내며 발로 더듬고, 눈의 감각으로 길을 더듬는다.

우회길을 지나 안부에 올라서니 지나온 바윗길과는 달리 다소 완만한 길로 바뀐다. 오른쪽으로 마주한 금오산 정상의 통신시설이 보일만큼 점점 맑아지고 있다. 능선 가까이에는 잎을 떨구고 있고 산 아래로 막바지 가을빛이 알록달록 번지고 있다. 올라선 봉우리에 ‘영암산(북봉)’ 안내판과 ‘부상리 2.4㎞, 영암산 정상 400m’로 적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김천, 성주 초전면, 칠곡이 갈라지는 봉우리다. 정상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내려서니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다음 봉우리로 오르도록 길이 나있다. 정상 방향은 성주쪽을 바라보며 걷게 되는데, 정상 뒤로 마치 밀물이 들어차는 바다를 보는 듯 비닐하우스들이 은빛으로 출렁인다. 아마도 참외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시설들인 듯하다.

정상 바로 앞 바위봉우리에 올라서니 지나온 바위능선과 금오산이 겹쳐 보이는 조망이 일품인 장소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무리는 아직 북봉을 오르기 전인 마지막 바위구간을 지나고 있다. 마지막 전망바위를 뒤로하고 정상을 오르면 예전에 세워둔 자그마한 정상표석과 2014년도에 새로 세운 큼지막한 정상표석이 나란히 서 있다. 새로 세운 표석에는 영암산 유래도 같이 적어두었는데 과거 성주읍지에 현령산, 방울암산으로 적고 있고 지금의 영암산은 방울 령(鈴)에서 비롯되었다고. 성주쪽에서 바라보면 3개의 바위봉우리로 이뤄진 정상부가 흡사 방울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 적고 있다.

정상에서 북쪽으로는 금오산이 마주하고 맑은 날이면 황악산이 조망되고, 남쪽으로는 ‘세종대왕자태실’을 품은 누진산(선석산)이 마주하고 있다. 정상 한쪽에 성주군을 대표하는 특산물인 참외를 캐릭터로 만든 ‘참돌이’ 벤치가 놓여있다. 하산은 마주한 누진산 방향이다. 높이 10m쯤 되는 3단으로 연결된 계단을 내려서서 작은 바위봉우리를 오른쪽으로 돌아내려가도록 길을 돌려뒀다. 우회길을 다 내려서면 ‘영암산 정상(로프구간) 270m, 보손지 2.75㎞’의 이정표가 있다. 우회길이 아니면 바위구간을 올라야 하는 갈림목이다.

5분정도 완만한 능선을 지나니 평상이 놓인 삼거리 갈림목이다. 직진은 누진산 방향이고, 하산은 왼쪽으로 평상을 지나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보손지 2.5㎞’로 적은 이정표와 함께 구급약품이 들어있는 구급함이 나란히 서 있다. 능선에서 내려서면 계곡과 나란히 걷게 되는데 가파른 데다 직선으로 쭉 내려가는 길이라 상당히 미끄럽다. 20분 정도 내려서니 경운기가 다닐 만큼 넓어지다가 임도로 연결된다. 임도 방향으로 ‘보손지 1.7㎞’ 이정표가 서 있고 정면 아래쪽으로 ‘산악자전거 2-3코스’로 적은 이정표도 같이 서 있다. 임도를 연결해 산악자전거 코스를 만들어둔 듯하다.

임도를 따라 10분쯤 걸으니 오전에 올랐던 임도 갈림목이다. ‘보손지 0.9㎞’ 이정표를 보니 오전에 올랐던 보손지에서 중리지까지 꽤 긴 거리였는데, 아마도 중리지까지 0.9㎞를 잘못 표기한 것 같다. GPS를 확인하니 산에서 보손지까지의 거리는 모두 중리지까지의 거리를 표기한 것으로 되어있다. 중리지까지 15분 정도 만에 내려서고 비포장 길을 따라 보손지를 지나 15분정도면 도로변에 닿을 수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 산행길잡이

숭오1리 입구-(15분)-중리지-(20분)-임도 갈림길-(30분)-첫 바위봉우리 전망대-(40분)-영암산 북봉-(15분)-영암산 정상-(10분)-누진산(선석산) 갈림길-(30분)-임도 갈림길-(15분)-중리지-(20분)-숭오1리 입구


영암산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으로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에 좋은 산이며, 이정표나 우회길 표기가 잘되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정상을 지나 누진산(선석산)을 연결해 코스를 잡아도 하루 산행에 무리가 없을 만큼 코스가 짧다. 소형차라면 중리지 주변까지 진입해 주차하면 원점회귀 산행 시 편리하다. 소개한 코스는 중리지에서 출발하면 약 5.5㎞, 숭오리 입구에서 왕복하면 약 7㎞로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경부고속도로 왜관IC에서 내려 우회전 해 매원교차로에서 좌회전으로 4번 국도를 따른다. 제2 왜관교를 건너 죽전교차로에서 김천, 구미 방향으로 우회전 해 칠곡대로를 따른다. 약 13㎞를 가면 왼쪽으로 동광주유소에서 좌회전으로 숭오1리 입구 소로를 따르면 보손지, 중리지가 차례로 나온다.

☞내비게이션: 칠곡군 북삼읍 칠곡대로 96-2(숭오1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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