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 뭉쳐야 산다…550만명이 경제공동체 되면 경쟁력”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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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26   |  발행일 2019-12-26 제12면   |  수정 2019-12-26
상생협력과 지역발전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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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정 계명대 교수(가운데)가 한국정부학회와 대구시가 마련한 공동학술대회에서 ‘상생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방향’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1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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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상생협력을 넘어 행정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역설(영남일보 12월24일자 4면 보도)하던 지난 23일 영남대 법정관에서는 대구경북지역 대학 교수들과 공무원, 전직 자치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생협력과 지역발전’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한국정부학회와 대구시가 마련한 공동학술대회로 대구경북연구원과 대구여성가족재단도 함께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국내 정치에서 이념 대립이 격화되고, 대구경북지역 간 상생협력이 절실한 현실에서 상생에 대한 이론적 논의와 국내외 실천사례를 발표하고 토론해 주목을 받았다. 이시철 한국정부학회 회장(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은 “어떤 협력이든 단기의 공동이익(Common Interest)뿐 아니라 중장기 공유가치(SShared Value)를 함께 지향해야 한다”면서 “지역끼리 펼치는 자구적 협력에 대해 중앙정부가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 주어야 나라 전체의 진정한 포용도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문 가운데 일부를 정리했다.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판단 능력 기르는 교육 하려면
잠재력 펼칠 복지 기반이 필수
재원은 특권이익 환수로 충당

◆이인선 대구경북경자구역청장
고급인력·정주환경 갖춘 대구
생산력 좋고 일자리 많은 경북
상호보완 관계 적극 활용해야

◆원소연 박사·박선주 교수
韓 규제개혁제도 평가 좋지만
부처간 협의 등 관리방안 미흡
다부처규제 해결법 강구 시점

▨김윤상 경북대 명예교수, ‘좌도우기(左道右器)’ : 상생의 길

“진정한 이념은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이념을 주창한 사람이나 깊이 있는 동조자는 입장이 다르더라도 서로 통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해관계와 정서로 뭉친 현실의 이념사단(理念師團)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 진보의 입장에서 보는 현실의 보수는, 이상사회를 향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속물이며 부당한 기득권을 누리면서 추호도 양보하지 않는 이기집단이다. 반면 보수의 입장에서 보는 현실의 진보는, 물정도 모르면서 설치는 하룻강아지이며 ‘사회정의’라는 이상한 깃발을 들고 떼를 쓰는 집단이다. 그러다 보면 인간에 대한 사랑은 사라지고 혐오만 남는다.”

평소 좌우대립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삶과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문제를 고민해온 김윤상 경북대 교수는 이날 점점 격화되고 있는 이념대립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좌파의 이상을 우파의 방법으로 달성한다는 ‘좌도우기론’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앞서 말했듯이 복지 논쟁에 대한 아쉬움 중 다른 하나는 복지 재원의 정당성에 관한 것이다. 복지 문제에서 좌도우기를 이루려면 특권이익을 환수하여 복지 재원으로 삼으면 된다. 그래서 2000년대 이후 저는 좌도우기로 시장친화적 사회보장을 이룩한다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좌도우기는 편 가르기를 해소할 수 있는 이성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교육과 복지문제에 대해 “독자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 사람은 자동인형과 다름없다. 자동인형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려면 교육과 복지가 약이다. 단순한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과 사회를 돌아볼 여유를 가지려면 기본 생활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도 정글 사회에서 살아남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삶의 보람을 위해 잠재력을 계발하는 과정이 되려면 역시 복지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교육보다 복지가 더 우선적인 약”이라면서 “개미가 베짱이를 먹여 살리는 식의 복지가 아니라 자기 돈으로 자기 삶을 보장하는 복지를 실현하려면 좌도우기 개혁이 필요하다. 정의와 복지가 공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특권 없는 세상, 정의로운 세상, 좌도우기 세상은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정의와 개혁을 추구하는 자는 기득권을 가진 강자의 탄압을 감수해야 하고 기존 질서에 젖어 있는 국민의 몰이해를 딛고 일어서야 한다.”

김 교수는 “진정한 정치인 또는 지식인이라면 당연히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 이기기 위한 토론이 아니라 좋은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토론이라면 상대방의 의견 중에 일리가 있는 점은 없는지, 쌍방의 장점을 뽑아 절충할 방법은 없는지를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현실에서는 상대방이 틀렸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자기의 주장만 펼치는 소위 진영 논리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면 화합은 없고 대결만 있는 사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인선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대구경북의 미래는?’

동북아 지식기반 제조업과 지식기반 서비스업의 허브를 구축하기 위하여 설립된 지방자치단체조합(대구시+경북도)인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Daegu Gyeongbuk Free Economic Zone Authority-DGFEZA) 이인선 청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대구와 경북이 공생을 통해 밝은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원장, 계명대 부총장, 경북도 부지사,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등 대구시와 경북도의 광역지자체 근무경력, 대구시와 경북도 협력기관 근무 등으로 대구와 경북 사정에 두루 밝은 이인선 청장은 이날 대구와 경북의 현실을 진단한 뒤 대구경북의 행복 공동체를 역설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두지역 모두 총생산이 감소 추세고 인구 또한 정체현상을 보이면서 생산인구 감소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대구와 경북의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기관이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지자체조합이다. 그러나 대구시 공무원 따로 경북도 공무원 따로, 각 지자체의 일만 하면 발전이 없다. 청장 부임 초기 이런 부분이 많이 힘들었다.”

이 청장은 “대구시민의 83.9%가 대구경북 출신으로 다른 광역시보다 동질성이 높고, 고급인력 보유와 정주환경이 좋은 대구와 생산역량이 좋고 일자리가 많은 경북은 불가분의 공생 파트너”라면서 “대구경북이 뭉쳐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또 “대구는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 16위이나 1인당 개인소득(GRNI)은 전국 7위이고, 경북은 1인당 GRDP가 전국 4위이나 1인당 GRNI는 전국 15위다. 이는 경북지역에서 돈을 벌어 대구에서 소비하는 형태 때문이다. 즉 공생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대구경북이 합치면 산업적으로는 550만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공간적으로 동북아를 비롯해 전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돼 성장지체에서 벗어나 밝은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소연 박사(한국행정연구원)·박선주 교수(경북대), 다(多)부처규제 협업강화를 위한 규제개혁제도 개선방안

이날 원소연·박선주 두 발표자는 연결성, 지능화, 융합화로 특징지어지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규제정책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규제개혁제도는 OECD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는 제도이지만, 규제개혁과정에서 부처간의 협의나 조정 등에 대한 관리방안은 매우 미흡한 편이다. 그러나 사회문제들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단일 정부기관의 경계를 넘어서는 횡단교차적(cross-cutting issues) 정책문제가 점차 많아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규제개혁제도 내에서 다부처규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본격적으로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제도개선방안으로 △부처간 협업을 통해 규제개선과제를 적극 발굴하고 부처간의 협업을 독려할 수 있도록 정부업무평가에 따른 규제혁신 평가항목의 개선 필요 △신설·강화규제 중 다부처규제를 관리하기 위한 규제개혁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OECD에서 횡단교차적 이슈에 대한 정부대응에 관심을 가지며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7가지 교훈(lessons)으로서 △일관된 리더십과 지속적 헌신 △정책 및 전략의 통합적 틀 마련 △정책과정의 주요행위자와의 공식적·비공식적 대화 참여 △실행지침(가이드라인) 마련 △성과의 명확화와 인센티브와 책무성(accountability)의 연계 △횡단교차적 이슈에 헌신할 수 있도록 인적·재정적 지원 강화 △학습문화 촉진 등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규제개혁 제도에 이러한 교훈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검토와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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