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차일드 인 타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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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0 08:28  |  수정 2020-01-10 08:29  |  발행일 2020-01-10 제42면
딸 잃은 비극적 일상에서도 조금씩 찾는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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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케이트가 실종됐다. 함께 장을 보러 온 네 살배기 딸이 마트에서 계산을 하는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내 줄리(켈리 맥도날드)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유명 동화 작가 스티븐(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이후 심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이를 견딜 수 없었던 줄리는 그를 떠나 런던 교외에 있는 바닷가로 거처를 옮긴다. 혼자 지내는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스티븐은 절친 찰스(스티븐 캠벨 무어)와 델마(사스키아 리브스) 부부를 통해 줄리와의 만남을 조심스럽게 이어간다.

'어톤먼트' '체실 비치에서' '칠드런 액트' 등을 집필한 이언 매큐언의 또 다른 동명소설이 원작인 '차일드 인 타임'은 아동 실종을 다루지만 여타의 작품들과는 접근방식부터 다르다. 스릴러 장르에서 주로 차용되던 사건을 중심으로 한 긴박감과 극적 반전 대신 내적 성찰을 다룬 드라마 구도로 스티븐과 줄리를 둘러싼 인물들의 다층적인 생각과 감정에 좀 더 집중한다. 때문에 카메라는 딸을 잃어버린 두 사람의 고통과 상실감을 포착하기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그들 곁에 머문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만나는 소중한 흔적들을 통해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에 주목한다.

줄리는 실종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딸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는 스티븐을 향해 "실망만 가져다주는 일,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티븐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그녀를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 사실 줄리는 그날 이후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 스티븐을 지켜보는 일이 고통스럽다. 스티븐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기에 그가 다시 일상 속의 기쁨을 찾기를 바란다.

영화는 다양한 시점을 오가며 상실과 치유에 대한 인물 각자의 주관적인 생각을 좀 더 객관적인 문제로 넓혀나간다. 남겨진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읽히는데, 주변인물들의 생각과 감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탓에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 총리는 "육아는 정부의 책임"이라며 "경계선 안에 있으면 보호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양육비를 집세와 생활비 등과 함께 가정의 재정적 압박을 가져오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간 발언이긴 하지만 이 영화가 표방하고 있는 주제와는 다소 괴리감이 느껴진다. 이 정책을 담당하고 있던 찰스가 정부와 뜻을 같이 할 수 없다며 시골로 내려가 소년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그 저의를 확인할 수 없어 혼란스럽긴 마찬가지. 과연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인지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장르:드라마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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