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윤의 과학으로 따져보기] 사촌이면 다 같은 사촌일까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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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0   |  발행일 2020-01-20 제18면   |  수정 20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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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설이다. 오랜만에 많은 친척이 모이면 멀고 가까운 촌수와 복잡한 호칭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지만 그래도 4촌 형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둥오리사촌, 부처사촌나비 같은 이름에서 보듯이 사촌은 서로 닮은 가까운 친척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사촌형제에는 친사촌, 이종사촌, 외사촌, 고종사촌이 있고 친사촌은 삼촌, 외사촌은 외삼촌, 고종사촌은 고모, 이종사촌은 이모의 자식이다.

촌수는 가족 친척이 얼마나 혈연적으로 가까운가를 나타내는 것인데 생물학에서의 유전 근연도 혹은 혈연계수와 비슷하다. 이 값은 혈연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1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이다. 유전적으로는 나와 가장 가까운 아버지라 해도 그 값은 50%이다. 나와 아버지의 유전자는 반만 일치하고 나머지는 어머니에게서 받기 때문이다. 그 외의 경우는 복잡한 계산을 해서 구한 평균적인 기댓값이 형제·자매끼리는 50%, 삼촌과 조카, 이모와 조카 사이는 조부모와 손주와 같은 25%, 사촌 간에는 12.5%이다. 8촌은 0.8% 정도로 낮아 근친혼에서 제외해 두었다.

사촌들은 나와 조부모가 같거나 외조부모가 같으므로 공통의 유전자를 가질 확률은 1/8 즉 12.5%로 같다. 그러니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모든 사촌은 같은 정도로 가깝다. 친사촌을 외사촌보다 가깝게 여기는 것은 부계중심 사회의 문화적 관습이다. 조선 초기만 해도 외가와 친가의 구분이 지금 같은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있다. 친가인 친사촌이나 고종사촌, 혹은 외사촌보다 유독 이종사촌이 생물학적으로 더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 과학적 사실이다. 이것은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결합되어 아기의 첫 세포인 수정란이 만들어질 때, 정자는 유전정보만 가져와 세포핵 속에 들어간다. 핵을 제외한 대부분은 어머니의 난자에서 전달받는다. 한 예로 세포의 에너지공장인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를 통해서만 전달되므로 외할머니, 어머니, 이모, 그리고 나와 이종사촌이 같은 것을 가진다. 사촌과 외사촌, 고종사촌의 어머니는 나의 외할머니와 상관이 없으므로 미토콘드리아가 다르다. 그래서 식당에서 '이모~여기 물 좀 주세요!'하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종과 이모는 나와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진 가까운 존재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하나의 사촌이 더 있으니 바로 이웃사촌이다. 혈연은 아니어도 같은 지역에서 같은 환경에서 살면서 세포의 구성 물질을 같이 사용한다. 같은 경험을 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멀리 있는 혈연보다도 마음이 더 잘 통할 수도 있다. 이번 설에는 여러 사촌을 구별 없이 함께 챙겨 보면 좋겠다.

〈대구 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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