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불로소득 차단이 관건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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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4   |  발행일 2020-01-24 제26면   |  수정 2020-01-24
대통령의 부동산 투기 차단
최고 정책은 보유세를 부과
중립성·공정성 등 두루 갖춰
병 원인 제거 없인 완치 못해
끝없이 더 강한 대책은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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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취임 후 줄곧 부동산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던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전면에 나섰다. 8·2대책, 9·13대책 등 '역대 최강' 혹은 '초강력'이라는 수사가 붙은 부동산대책들을 내놓았음에도 투기 열풍이 재연되었으니 난감했을 터. 그 와중에 청와대와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아파트값 폭등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부동산문제를 그들에게만 맡겨두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대통령이 침묵을 깨고 부동산정책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발언에서 뭔가 의아하고 공허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지금의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 역설했다. 이는 물론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언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안심하기보다는 의아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특정 상품의 가격을 대상으로 더 강한 대책을 "끝없이" 낸다는 말은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슨 더 강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분명치 않았다.

그에 앞선 신년사에서는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투기의 근본 원인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만일 이것저것 되는 대로 규제책을 쏟아내서 부동산값을 잡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부동산정책은 명의가 병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찾아서 확실히 도려내듯 해야 한다.

투기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부동산 불로소득이다. 이는 보통 매입가격의 이자를 넘는 임대료와 시세 차액(자본이득)의 합으로 계산한다. 필자가 몇 사람과 수행한 공동연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불로소득은 375조원이었다. 그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가격 폭등까지 고려하면 금액은 더 커질 것이다. 땀 흘려 일하고, 위험을 무릅쓰며 투자하는 것보다 부동산을 사놓고 기다리는 쪽이 더 이익인데 누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에 가장 좋은 정책수단은 토지보유세다. 이 세금을 제대로 부과할 경우 부동산 소유자가 차지하는 임대료 소득을 줄일 뿐 아니라 부동산값을 안정시켜서 자본이득도 감소시킨다. 불로소득 차단 효과가 큰 것이다. 게다가 이 세금은 중립성, 경제성, 투명성, 공평성 등 좋은 세금의 조건을 두루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이 세금이 기득권층의 격렬한 저항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참여정부 때 토지보유세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공격을 기억해보라.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문재인정부는 내내 보유세 정책에 미온적이었다. 2018년 9·13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기는 했지만, 사후약방문식 대처였을 뿐만 아니라 극소수 집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핀셋증세'에 불과했다. 병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온갖 약을 투여해 대처했으니 완치가 될 리 없다. 9·13대책 이후 한동안 안정되었던 부동산시장이 다시 뜨거워진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부동산값 폭등으로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대통령일지 모른다. 누구보다도 문제를 해결하고 싶을 텐데 묘책이 없어서 전전긍긍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더 강한 대책을 끝없이 내겠다고 해서는 곤란하다. 위기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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