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호의 치아 톡 투유] 임플란트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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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4   |  발행일 2020-02-14 제39면   |  수정 2020-02-14
대구서 세계 첫 '미니 임플란트 교정'…한국의 '닥터 브로네막' 지역서도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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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를 시술한 뒤 X선 촬영 모습.

1997년 여름 스웨덴의 작은 항구도시 예테보리를 방문했을 때였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 갈아탄 비행기 옆 좌석에는 모녀로 보이는 스웨덴 사람이 타고 있었다. 동양인인 나에게 자신은 딸과 함께 집으로 가는 중이라고 소개하며 왜 예테보리에 가는지를 물어왔다. 임플란트를 처음 만든 닥터 브로네막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그녀는 상기된 표정의 나에게 그분을 알고 있다고 했다. 예테보리의 모든 시민이 그를 알고 있다고, 닥터 브로네막은 아주 훌륭한 의사라고 소개했다.

임플란트에 대한 논문으로 학위과정 중이었던 나는 영광스럽게도 닥터 브로네막을 그의 연구실에서 만나고, 그의 병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후에 노벨 바이오케어라는 회사로 이름도 바뀌고 공장도 스위스로 이전했지만, 당시 예테보리에 있던 브로네막 임플란트 공장을 견학해 생산과정도 둘러보았고 수술장에서 직접 환자에게 시술하는 데 참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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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임플란트를 처음 만든 닥터 브로네막(왼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박세호 원장.

임플란트 연구소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세계 각지에서 온 치과 의사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땐 임플란트가 이토록 이른 시간에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귀국한 나는 그해부터 임플란트 환자를 보기 시작했는데, 임플란트가 어떤 것이라는 걸 설명하고 시술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전량 수입되는 부품이 너무 비싼 터라 치료비가 녹록지 않아 선뜻 권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그로부터 19년 후인 2016년 7월부터 65세 이상 환자에게 임플란트 보험 적용이 시작되었다. 본인부담금도 30%로 낮아졌다. 치과의사협회는 적용 연령을 60세로 낮추거나 보험적용 개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의료기기 생산 및 수출입실적 통계자료에 따르면 치과용 임플란트 고정체 생산액이 연간 7천500억원을 넘었다고 한다. 상부구조물과 시술기구까지 합하면 1조3천억원이 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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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연합치과 원장

아이러니하게도 닥터 브로네막은 정형외과 의사였다. 뼈를 접합시킬 때 쓰는 티타늄 나사의 크기를 줄여 구강 내에 써 본 게 바로 임플란트다. 작은 발상의 전환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틀니에서의 해방이 얼마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건강과 장수에 도움이 되는지 늘 목격하는 술자로서 그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도시 대구에는 첨단복합단지라는 2천억원을 들인 너무나 훌륭한 세계적 연구 시설이 있다. 국내 5대 임플란트 생산업체 중 2개가 대구에 있다. 임플란트 관련 유명 연구자들이 대구에 있다. 지금은 보편화된 미니 임플란트를 이용한 치아교정은 세계 최초로 대구에서 시작했다.

인구 50만명도 안되는 예테보리가 세상의 발전을 이끈 것처럼, 한국의 닥터 브로네막 같은 분이 언젠가 대구에서 나오길 희망한다. 대구가 대한민국의 희망이, 세계의 희망이 되기를 기원한다.

박세호연합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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