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전통방식 된장·간장 배워 직접 담그기…최고의 발효주 막걸리 '붐'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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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21   |  발행일 2020-02-21 제34면   |  수정 2020-02-21
■ 면역력 강화 전통발효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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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동명면 기성리 가좌교차로에서 동면 방면으로 300m쯤 내려가면 오른쪽 단지가 많은 마당이 보이는 '장마실'에는 요즘 장 담그기와 막바지 메주 말리기가 한창이다. 자연 발효가 되면서 메주에 흰 곰팡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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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불로동 대구탁주 제성실에서 직원이 발효된 술의 주박(술 찌꺼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불로막걸리2
대구 동구 불로동 대구탁주에서 저온숙성 과정을 거친 '불로막걸리'가 자동화된 생산 공정을 거쳐 상자에 담기고 있다.


◆ 된장
인공 발효, 가공 된장·간장 인식 변화
맛좋고 건강에 좋은 전통제조법 관심
염분 조절법 등 몰라 쉰된장 만들수도
대대로 내려온 방식 고집 '칠곡 장마실'
고추장·청국장·동치미·김치 전통음식
바이러스 차단 면역 강화 탁월한 효능



깨끗한 콩을 8시간 동안 물에 불린다→가마솥에 7~8시간 삶는다→삶은 콩을 발로 밟는다(요즘은 대부분 기계를 이용해 절반 정도를 간다)→형태를 잡기 위해 틀에 넣는다.

이렇게 완성된 메주를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 3~4일 두면 굳어지기 시작한다. 메주가 어느 정도 굳어서 형태가 잡히면 짚으로 꼰 새끼(최근 들어 길이가 긴 짚을 구하기 힘들어 새끼 대신 망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를 이용해 걸어 둔다. 40일 정도 지나 메주 상태를 확인한 뒤 발효가 잘된 메주부터 내려서 짚 위에 내려놓는다. 이렇게 2개월 정도 걸리는 메주 만들기가 완성된다.

메주가 완성되면 이제 된장과 간장을 만들 차례. 우선 물 한 말(약 18ℓ)과 소금 두 되(1천803㎤)를 잘 저어 녹여서 2일 정도 지나면 진흙 등이 가라앉는다. 이때 메주(3장)는 씻어서 하루 정도 햇빛에 건조해 둔다. 깨끗이 씻어 말린 단지에 메주를 넣은 뒤 단지 위에 천을 깐 소쿠리에 소금물을 붓는다. 소금물 위에 숯과 붉은 고추를 넣어준다. 살균 효과와 잡 냄새를 제거하기 위함이다. 마지막으로 면보를 덮어 고무줄로 꼭 맨다.

80~90일이 지나면 소금물이 메주 속 유익균과 접해지면서 소금물은 간장이 되고, 남은 덩어리는 된장이 된다.

우리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과정이다.

언젠가부터 식품회사에서 기계를 이용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그 맛이 전통방식을 따라가지 못해 아직도 이 같은 전통방식으로 된장과 간장을 만드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식품회사에서 제조한 된장과 간장을 사 먹던 주부들 사이에서 전통방식의 된장·간장 만들기 체험을 통해 직접 된장과 간장을 담가 먹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인공적으로 발효시킨 식품회사의 된장·간장과 전통방식으로 만든 된장·간장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에서 17년째 메주와 된장, 청국장, 고추장 담그기 일을 하고 있는 박동연 '장마실'(054-975-2553) 사장은 "일반 식품회사에서는 수입 콩을 압축해 식용유를 만든 뒤 남은 콩에 인공 균을 뿌리고 캐러멜을 첨가해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있다"면서 "식품회사에서는 시간적, 경제적인 제약 때문에 전통방법을 이용한 생산은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과 자연의 이치를 알게 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장 담그기를 배우려는 주부들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접 장을 담그다가 된장을 망쳤다고 찾아오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대부분 염분을 적게 하는 등 제대로 된 방식을 몰라서 그렇다"며 "된장도 쉰다. 이런 경우 우리 집에서 담근 된장·간장과 버무리면 두 달 정도 지나 제대로 된 맛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경주이씨 대종중 맏종부인 박 사장은 제사, 묘사, 차례 등 집안 대소사를 직접 관장하며 음식 만들기를 총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음식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됐다고 했다. 담근 메주가 남을 경우 주위 분들에게 나눠 주다 보니 사업이 됐다는 그는 "주위에서 전통방식을 너무 고집해 돈을 못 번다고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조금이라도 방식을 바꾸게 되면 내가 참지 못한다. 전통방식 그대로만 하면 몸에 정말 좋은 된장과 간장이 만들어진다"며 "어떤 곳에서는 황국균 같은 것을 메주에 뿌려서 인공발효시켜 건조기에 말리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일부 업체에서는 콩도 중국산을 쓴다고 한다. 내가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국산 콩이 깨끗할 뿐만 아니라 발효가 되면 중국산 콩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청을 달여 고추장을 만들고 청국장도 직접 만들고 있는 박 사장은 주부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우리나라 주부들이 삶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일본 전통음식인 낫토는 비싼 돈을 주고도 쉽게 사 먹으면서 그보다 효과가 훨씬 좋은 청국장은 비싸다고 한다. 깨끗한 국산 콩을 8시간 불려 삶은 뒤 40℃에서 48시간 짚 위에 놔두는 청국장은 낫토와는 성분 등이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보다 더 많이 알리고 싶었던 박 사장은 늦은 나이임에도 지역 대학 식품영양학과에 입학해 이론 공부도 마쳤다. 그는 "우리 전통음식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우리 전통음식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된장뿐 아니라 동치미 등 우리 음식은 세계 어느 나라 음식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면역력 강화에는 탁월한 효능이 있다. 최근 전 세계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19에 한국인들이 잘 감염되지 않는 이유도 된장뿐 아니라 평소 김치와 마늘 등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된장을 먹고 나면 다음 날 화장실에서 바로 느낌이 온다"고 우리 전통 발효식품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농협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자신이 몸소 익힌 된장과 고추창, 김치 등 우리 전통 발효식품 만드는 방법을 제대로 알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 막걸리

효모·유산균 모두 포함된 희귀한 술
와인의 산미 내는 '쿠엔산' 1.2배 많아
일본술보다 단백질 2.8배, 엽산 11배
창사 50주년 맞는 대구탁주 불로막걸리
살아있는 효모균, 막걸리 특유 감칠맛
제조 후 하루·이틀 숙성 후 최상의 맛


한국을 대표하는 술 막걸리는 이미 일본에서도 인정한 최고의 발효주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막걸리의 우수성을 조명하기 위해 일본 양조 분야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도쿄농업대학에 막걸리의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생막걸리에는 '효모'와 '유산균'이 모두 포함된 희귀한 술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일본 술(청주), 와인과 함께 막걸리(국내 11개 사 11개 제품)를 대상으로 실시한 성분 분석에서 대구탁주에서 생산하는 '불로막걸리'를 비롯한 생막걸리 4개 제품 모두에서 일본 술의 순한 맛을 내는 유산(乳酸)과 와인의 산미를 내는 '쿠엔산'이 더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술의 일부는 효모를 함유하고 있었으나 대부분 여과하기 때문에 유산균은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와인도 장기 숙성으로 미생물이 없어져 '효모'와 '유산균' 모두를 포함하지 않았다. 특히 와인의 특성 중 하나인 '쿠엔산'은 막걸리가 1.2배 많이 포함돼 있었으며, 일본 술의 특징인 '유산'은 막걸리가 1.2~1.9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막걸리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변비에 좋다는 그동안의 통설을 뒷받침했다.

뿐만 아니라 신체를 구성하는 3대 영양소의 하나인 단백질은 막걸리(생막걸리 포함 평균치)가 일본 술보다 2.8배, 와인보다 5.1~11배 많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DNA의 생합성 및 적혈구의 형성, 태아의 정상적인 발육에 필요한 영양소인 엽산은 막걸리가 일본 술보다 무려 11배, 와인보다 5.5배 많았다.

지난 14일 찾은 대구 동구 불로동 대구탁주에서는 '불로막걸리'와 '팔공산동동주'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1970년 49개 회사로 출범해 올해로 창사 50년을 맞는 대구탁주는 1980~90년대 전국 최대 판매량을 자랑하며 최고의 막걸리로 자리매김을 했다. 대구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현재는 판매량이 서울, 부산, 인천에 밀려 있지만 대구경북에서는 50년째 명실상부한 최고의 막걸리로 인정받고 있다.

막걸리 업체로는 드물게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까지 받은 대구탁주의 불로막걸리는 생막걸리로 효모와 유산균이 풍부하다. 전국 유통망을 갖춘 살균 막걸리와는 차별화된다. 특히 입맛이 까다로운 일본에까지 수출하고 있다.

대구탁주(불로막걸리) 인기의 가장 큰 비결은 효모. 대부분의 막걸리 업체들이 건조 분말효모를 사용해 맛이 비슷하지만, 대구탁주는 자체 실험실에서 배양한 최상의 효모를 사용한다. 효모균이 살아있기 때문에 막걸리 특유의 감칠맛을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구탁주는 자동화된 시설과 위생적인 공정으로 저온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생산일자에 관계없이 맛이 일정하다. 자동제어 과정을 통한 저온숙성으로 재래식 방법보다 2~3일이 더 소요돼 막걸리 생산과정이 평균 9일 걸린다.

막걸리는 통상 제조된 지 하루 이틀 숙성됐을 때 최상의 맛을 내고, 보관온도는 7~10℃가 적당하다.

최원실 대구탁주 협회장은 "불로막걸리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며 "여느 술보다 효모와 유산균이 많이 함유된 불로막걸리가 코로나19로부터 지역민들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성수기자 s01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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