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콧등은 이상 없습니다' 길 따라 걸린 현수막 5개...누가 걸었을까?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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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1 17:59  |  수정 2020-03-12 08:41  |  발행일 202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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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9시쯤 도시철도 2호선 담티역 1번 출구 앞에 출처를 알 수 없는 현수막이 이틀째 내걸려 있다. 일부에서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출처도 밝히지 않고, 내용도 정확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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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수성구 범어동 한 도로가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이 현수막은 11일 현재까지 철거되지 않은채 걸려 있다.

10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도시철도 2호선 담티역 1번출구 앞. "제 콧등은 이상 없습니다. 보고 끝! 대구시민 필승!"이라는 내용의 불법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현수막 양쪽 끝엔 국군춘천병원 소속 간호장교 김혜주 대위가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 코로나19 격리병동에 투입돼 콧등에 밴드를 붙이고 일하고 있는 사진 두장이 인쇄되어 있었다. 출처가 없는 이 현수막은 담티역~수성구청 구간까지 길을 따라 간격을 두고 총 5개가 붙어 있었고, 수성구 시지지구와 중구 경대 사대부고 근처에서도 발견됐다. 11일 현재 여전히 현수막은 내걸려 있다.

대구 각지에 이 현수막을 붙인 사람은 과연 누구이고, 그는 무슨 의미로 이를 내걸었을까. 시민들은 이를 두고 여러 의견을 내고 있다.

A씨(28·수성구 범어동)는 "언뜻 보기엔 힘들게 일하고 있는 간호 장교가 붙인 게 아닌가 싶다"고 했지만, B씨(30·동구 신천동)는 "불법현수막인데 간호장교가 붙였다는 건 말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희생을 정당화하고 당연시하는 것 같다"고 했다.

C씨(여·27·수성구 만촌동)는 "사진을 SNS 등을 통해 자주 봤다"며 "군에서 붙인 건 아닐테고 전선에서 분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힘듦을 현수막을 붙인 사람이 멋대로 괜찮다고 단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칫 조롱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대위가 속한 육군 측은 이 같은 현수막을 내건 적 없다는 입장이다.

제2작전사령부 관계자는 "육군 공통 경례구호는 '필승'이 아닌 '충성'이다"라며 "만약 군에서 간호장교들을 독려하려는 현수막을 내걸고 싶었다면 정식 절차를 거치고 출처도 밝히는것을 경례구호도 '충성'이라 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이날 수성구청 관계자는 "앞선 지난 9일 점심시간쯤에도 구청 앞에 현수막이 내걸렸는데 내건 사람을 알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미관상 안 좋고 혐오감을 조성한다는 민원이 접수돼 직접 뗐다"라며 "수성구 뿐만아니라 대구 전역에 붙은 것 같은데 차차 철거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대위는 앞선 4일,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영상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다. 그는 국군의무사령부에서 동산의료원에 투입된 간호장교 중 최선임으로서, 영상에서 "처음엔 몰라 그냥 투입 됐는데 (마스크를 오래 써) 콧등이 벗겨지면서 외상이 발생하고 쓸려 이제는 예방차원에서 먼저 콧등에 밴드를 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위는 또 "힘을 보탤 수 있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군이 대구시민 안전을 책임져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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