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영종도 라이즈호' 박경익 선장의 낚시 인생

  • 임성수
  • |
  • 입력 2020-04-24   |  발행일 2020-04-24 제37면   |  수정 2020-05-29
"좋아하는 낚시로 생계 유지하며 삶 마감할 수 있는 길은 낚싯배 선장이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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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익 영종도 라이즈호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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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즈호에서 낚시를 즐기는 꾼들. 박경익 선장은 올해 주꾸미·갑오징어 등의 생활낚시와 함께 새로운 장르의 참돔 러버지깅을 개척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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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비와호 인근에 있는 루어 제조업체 아이마사의 아이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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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즈 로고



인천 영종도에는 거잠포 선착장이라는 작은 항구가 있다. 이 작은 선착장에 있는 유일한 루어 낚싯배, 라이즈호. 다이와 필드스태프이자 월간낚시21 객원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경익씨가 라이즈호의 선장이다. 전남 장흥의 작은 어촌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광주에서 다녔다. 그리고 대학교를 '인(In) 서울'했지만 그와 바다는 언젠가는 다시 만나야 할 운명이었을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잘 다니던 유명 증권회사를 박차고 나온 그가 찾은 직업은 낚싯대 제작이었다. 낚싯배를 운영하기 전 박씨의 직업은 직접 낚싯대를 만드는 '로드 빌더(Rod Builder)'였다. 지금도 그는 거잠포 선착장 근처에 작은 공방(Art & Rod Company RISE)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낚싯배 선장이 되었을까. 그에 대한 궁금증이 발동해서 지난 겨울 끝자락에 영종도를 찾았다.

20년 넘게 회사원으로 평범한 생활
현실적 어려움 많은 프로 낚시인 꿈

日 메탈지그 제조사 스태프로 활동
가나가와현 낚시점 방문 인생 전환점
낚시 열정 담아 지은 船名 '라이즈'
라이즈 브랜드로 낚싯대 제조 계획

인천권 바다 주꾸미·갑오징어 폭발
삼치 루어·덕적도 농어 지깅도 준비
영역확장 위한 꾸준한 연구·탐사계획


▶낚싯배 이름, '라이즈(RISE)'는 어떤 뜻인가.

"뜻 그대로 '솟아오름'이다. 오늘 무거운 짐이 나를 짓누른다고 해도 다음날 해는 다시 떠오른다. 그것이 선 라이즈(Sun Rise)다. 물고기가 먹이를 먹으러 솟아오르는 것도 '라이즈'이지만 내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낚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바로 라이즈다."

▶일본낚시에도 꽤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때 일본의 메탈지그 제조사인 엠지 크레프트(MG-Graft)의 스태프로 활동한 적이 있었다. 이 회사의 부장은 유명한 낚시인이자 내 친구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은 니시노(Nishino).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친분을 쌓았다. 니시노는 1년에 2~3번 추자도와 제주도를 방문해, 나와 함께 낚시를 즐겼다. 세월이 흘러 2016년 나는 한국에서, 니시노는 일본에서 함께 다이와 스태프가 되었다. 2001년 봄, 일본 낚싯대 업체인 팜스의 하라다 대표가 나를 초대했다. 그때 친구 니시노와 함께 그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때 팜스에서 만드는 루어의 제작 공정을 보았고, 팜스의 여러 낚싯대(지깅대·파핑대 등)를 테스트해봤다.룖

▶라이즈라는 브랜드의 낚시 용품을 제작할 계획도 있다고 들었다.

"어느 날 나는 하라다 대표와 함께 계획에 없던 일본의 한 낚시점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에 있는 낚시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낚시점 방문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낚시점이 바로 라이즈(Angler's Club RISE)였다. 나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친구 니시노에게 라이즈라는 로고를 내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면서 어려운 부탁을 했다. 그런데 그 낚시점 대표가 바로 팜스의 하라다 대표였다. 하라다 대표는 나에게 흔쾌히 그 로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로고의 디자인 파일까지 나에게 선물하면서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 라이즈 로고에 내 후배가 다시 디자인을 했고 지금의 라이즈 로고가 탄생했다. 아직은 아니지만 몇 년 후에는 '라이즈'라는 브랜드의 낚싯대 제조회사를 차릴 계획이다."

▶일본의 유명 낚시인들과의 교류가 꽤 깊었다는 느낌이다.

"사람의 인연이란 게 참 우습다. 2001년 그 당시 나는 낚시하는 일본 친구들과 매년 일본에서 송년회를 했다. 여러 명이 버스를 빌려 낚시를 가고 온천 관광도 했다. 그때 함께 여행하던 멤버 중 두 개의 낚시점을 운영하는 카세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지금은 일본의 낚시용품 회사 '카하라'의 대표가 돼 있다. 한 번은 일본 비와호(Lake Biwa·琵琶湖)에 간 적이 있었다. 강변을 따라 한참을 가다 보니 논 가운데 건물 한 채가 우뚝 서 있었다. 바다 루어를 만드는 유명한 회사 '아이마'였다. 이날 만난 아이마사의 대표는 남다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고 우리는 함께 술을 마시고 놀았다.룖

▶낚싯배 선장이 된 계기가 있을 텐데.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낚시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월을 보냈다. 물론 대학 졸업 후에는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20년 넘게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인생에서 뭔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나는 낚시를 택했다. 원래 목표는 전업 프로 낚시인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모든 장르의 낚시를 익혔고 로드 빌딩 공방도 20년 이상 운영했다. 다이와 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도 매일 낚시와 낚싯대 생각만 한다. 그러나 전업 프로가 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물론 일본에서도 전업 프로 낚시인이 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나는 괴로웠다. 가정에 충실하면서도 낚시로 생계를 유지하며 낚시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방법, 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다가 결국 택한 것이 바로 낚싯배 선장이 되는 것이었다. 20년 넘게 레저보트를 타면서 알게 된 나만의 영역, 바로 덕적군도를 영해로 하는 인천 영종도에 자리를 잡았다.룖

▶라이즈호의 주 활동 영역은 어디인가.

"북쪽으로는 신도·모도·장봉도, 남쪽으로는 실미도·무의도·자월도 해역이다. 멀리는 덕적도와 굴업도까지도 나간다. 이 일대 바다, 즉 인천권 바다낚시는 우럭과 광어가 주 대상어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고 있다. 기존의 대상어는 물론이고 이제는 열대성 어종, 즉 루어낚시 대상어도 부쩍 늘었다. 8년 전 덕적군도 끝자락인 상경공도에서 부시리가 무더기로 나온 적이 있고 4년 전에는 무늬오징어까지 확인했다. 3~4년 전부터는 주꾸미와 갑오징어가 폭발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마릿수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자원이 풍부한 곳이 바로 인천권이다."

▶올해 라이즈호의 계획은.

"몇 년의 탐사 끝에 나는 인천권에서도 참돔이 낚인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참돔 러버지깅(타이라바 낚시)을 시작했다. 올해는 그 영역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연구와 탐사를 할 계획이다. 지금은 삼치 루어낚시,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파이팅 넘치는 덕적도 농어 지깅도 준비하고 있다.

생활낚시로는 3월 중순부터 주꾸미낚시가 시작됐다. 4월부터 5월 말까지는 대광어 출조를 하고, 6월부터 8월까지는 참돔 러버지깅을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9월부터 11월 말까지는 다시 주꾸미와 갑오징어낚시를 한다. 시간이 되면 농어 캐스팅 게임과 외수질도 병행할 계획이다. 특별히 올해는 카프라(참돔 낚시용 루어)를 참돔 러버지깅에 접목하는 새로운 낚시도 시도해 볼 계획이다."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 영종도 라이즈호 △ risefishing.sunsang24.com △ cafe.naver.com/riseboat 010-9156-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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