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병든 남북관계, 원인과 치유법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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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8   |  발행일 2020-04-08 제27면   |  수정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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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 합의했다. 우리 국민들은 핵 문제가 곧 해결되고 진정한 평화가 올 것으로 기대했다. 2011년 말 권좌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이하 김정은)은 네 차례 핵실험과 수많은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더니 2017년 11월 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당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했고, 평창올림픽 정상 개최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러던 김정은이 올림픽 참가는 물론이고,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고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 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핵없는 한반도, 전쟁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남북관계는 병들어 있다. 관계발전은 고사하고 모든 대화가 끊어졌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연락사무소도 문 닫았다. 완전한 비핵화 약속은 사라지고 북한 핵·미사일 역량은 강화되고 있다. 9·19 군사합의에서 긴장 완화와 적대행위 중단을 약속했지만, 북한은 연일 우리를 겨냥한 각종 단거리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애당초 북한은 남북관계 발전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사변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이에 우리측이 대화를 제의했고 이로써 단절되었던 남북 당국간 대화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그해 5월 판문점에서 다시 만난 남북 정상은 9월 중순 평양에서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사실상 거기까지였다. 더이상 북한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이간하고 남측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겨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의 머릿속에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고, 우선 경제적 실익을 얻고 대남전략 추진에 유리한 여건을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둘째,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등 경제협력과 관련된 합의들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물자와 자금이 들어가는 본격 공사는 대북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추진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북한은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미북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성명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해 놓고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이행 합의에는 호응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을 가져오는 이른바 선순환을 고집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한 일이다.

셋째, 북한의 대남적화전략 변화 없이는 우리가 바라는 남북관계 발전은 희망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은 바로 북한의 대남전략이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이다. 1950년 6월 북한이 옛소련과 중국의 지원으로 기습남침한 것은 공산화 통일을 기도한 것이다. 이런 그들의 전략은 지금도 전혀 변화가 없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하기 위한 각종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바로 이 전략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비핵화를 명분으로 미국에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등 대북 적대정책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한미동맹이 와해되어야 대남전략 목표 달성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병든 남북관계 원인이 이렇다면 북한 비위나 맞추고 눈치를 본다고 발전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북한 핵과 대남적화전략 포기를 강요해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치유법이다.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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