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대구경북을 '國政의 섬'으로 만들기로 작정했나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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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20   |  발행일 2020-04-20 제26면   |  수정 2020-04-20
문재인정권 주변 사람의
잇단 코로나망언에 더해
보수당 완승 총선결과에
'눈 하나 달린 자들' 운운
정권유지용 희생양 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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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수석대변인 홍익표가 먼저 속셈을 드러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구를 덮치기 시작한 2월25일 당정청회의 브리핑에서 '대구봉쇄론'을 폈다. 사흘 후엔 친문 소설가 공지영이 등장했다. 가장 많은 확진자가 대구경북에서 발생했다는 그래픽, 2018년 지방선거 때 대구경북단체장만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된 상황판을 SNS에 함께 올렸다. 그리고 "투표의 중요성 후덜덜"이라고 썼다. 같은 날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은 방역 일선에서 고생하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갑자기 공격했다. 두 단체장이 보수당 소속이라 총선을 앞두고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겨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한다는 주장이었다. 지명도 꽤 있는 친문 사람들이 대구경북을 흔들어대니 3월1일엔 민주당 청년위원회의 이름 모를 위원이 덩달아 나섰다. SNS에 글을 올려 "지금 문재인 대통령 덕분에 다른 지역은 안전하다. 대구는 어차피 미통당(미래통합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 대구경북에 코로나 감염자가 아무리 폭증해도 타 지역까지 번지지만 않는다면 상관없는 문제"라고 했다.

홍익표, 공지영, 유시민, 청년위원은 정부 책임을 대구경북으로 돌리기 위해 억지를 썼다. 사태 확산의 1차 책임은 정치적 이유로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아 초기대응에 실패한 문재인정권에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조차 당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신천지다. 전국 곳곳에 신천지 신도가 있어서 대구와 비슷한 상황이 우려된다"며 신천지와 대구 탓으로 돌렸다. 문 대통령의 책임전가를 골수 친문들이 엄호한 셈인데, 3월6일엔 '나꼼수다'의 김어준이 쐐기를 박았다. 서울시민들이 아침 출근 시간에 듣는 tbs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던 중 대구의 확진자 수를 수도권과 비교하더니 "대구사태"란 이름을 갖다 붙였다. 확진 초기에 정권이 중국 눈치를 보느라 '우한폐렴'이란 용어도 쓰지 못하도록 했는데,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가 '대구사태'로 네이밍을 시도했다.

지금 대구경북은 시·도민과 의료진, 행정당국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확진자 수가 급감해 있다. 혼란의 끝자락에서 실시된 4·15 총선 결과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이 참패했지만 대구경북에선 완승을 거뒀다. 이를 두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지방선거와 연결시킨 친문 소설가에 이어 친문 시인이 나서서 비아냥대며 망언을 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 중 하나인 '담쟁이 포럼' 출신 상지대 명예교수 김정란이다. 노무현정부 때 국가균형발전위원이기도 했던 김정란은 선거 직후 SNS에서 대구경북을 겨냥해 "눈 하나 달린 자들의 왕국"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글에선 "대구는 독립해서 일본으로 가시는 게 어떨지. 소속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 거느리고"라며 "귀하들의 주인나라 일본, 다카키 마사오의 조국(祖國) 일본이 팔 벌려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대구경북을 대하는 자세에서 적개심을 넘어 증오마저 읽힌다. 왜 그럴까. 자꾸 선거 결과를 얘기하는 걸로 봐선 단순히 그들의 편에 서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친문 극성 지지층의 단결력을 유지하려면 반대편을 설정해놓고 끊임없이 공격해야 하는데 보수의 본산이라는 대구경북이 딱 맞아서 그럴까. 선거를 앞두고 무더기 긴급재난지원금 발표가 나왔지만 최대 피해지역인 대구경북 맞춤형이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일까.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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