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수의 인테리어 다반사] 바닥재 선택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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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08   |  발행일 2020-05-08 제37면   |  수정 2020-05-08
미끄럽지 않게… 층간소음 줄이기…
"노약자·어린이 등 가족 구성원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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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재를 선택할 때는 가장 먼저 집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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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구와 소품, 색상이 어울리게 한식 스타일로 시공된 강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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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컬러와 화이트 루버셔터로 심플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대리석 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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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지인의 소개로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을 하게 되었는데, 고객은 남편을 사별하고 어린 두 딸, 노모와 함께 낡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을 해 새 아파트로 갈 형편은 되지 않지만, 준공한 지 30년이 지난 살던 집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수차례 언급했지만, 손대지 않아도 될 만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3D 작업으로 몇 번의 디자인 협의를 하고, 공사비 조율을 거치는 과정에서 관리사무소를 통해 난방 배관이 동파이프로 시공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공 후 30년이면 동파이프의 수명이 다 되어 노후한 상황일 게 뻔했다. 동파이프를 교체를 권했으나 재정상 어렵다며 이제껏 괜찮았으니 그냥 교체 없이 공사를 진행하자고 했다.

저렴한 데코타일·PVC
본드 시공 셀프로 가능, 보행감 떨어져
난방 효율↑ 습기 강하지만 잘 찢어져

목재 바닥재-원목·온돌·강화·강마루
원목 질감으로 고급스러움, 습기취약
난방열에 의한 뒤틀림 적고 시공 간편
충격 강하고 수명 길어…열전도 낮아
강화·합판 장점 모은 강마루 대중적

세련된 느낌 헤링본…자재 로스 많아
타일, 여름 시원, 겨울은 따뜻해 장점


난방 배관이 터지는 것은 예고가 없다. 어제까지도 멀쩡하던 배관이 갑자기 터진다. 만일 공사 중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공사가 다 끝나고 나서 일이 벌어진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새로 시공한 바닥재가 손상되는 것뿐만 아니라 아랫집이 침수 피해를 입게 된다면 보수비용까지 손해가 상당할 것이다.

고민 끝에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확인 작업을 하기로 했다. 내실 한구석을 부분 철거를 해 배관상태를 확인하되 문제가 없을 경우 복구 비용을 필자가 부담하겠다는 제안을 하고 고객 입회 하에 철거를 해보니 가는 손가락 정도여야 할 동파이프가 굵은 엄지손가락 굵기의 상태로 노출되었다.

동파이프가 이미 다 부식되어 곧 터지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두세 군데를 더 철거해 봤지만 다 똑같은 상태였다. 다른 곳이 괜찮다면 부분 수리라도 해 드리려 했지만 동파이프의 상태는 이미 전부가 다 녹이 슬어 터지기 직전이었고, 고객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 작업자와 상의를 하여 실비로 전면교체를 해 드렸다.

공사를 마치고 입주를 한 날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찾아갔더니, 고객은 두 자녀와 어머니와 함께 짐 정리를 하며 환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두 딸은 그동안 장판이 더운 날엔 쩍쩍 붙는 느낌이라 안 좋았는데, 이젠 뽀송뽀송하다고 거실에서 뒹굴며 놀고 있었다. 사실 이웃 주민들로부터 동파이프가 터진 집이 많다며 교체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예산이 적기도 했고, 설마 터질까 하는 마음에 교체하지 않기로 했던 것인데 이젠 불안한 마음 없이 두 발 쭉 뻗고 자겠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강화마루나 강마루로 하고 싶었는데 혹시 난방 배관이 터지면 수리하기 좋게 우드륨(PVC 바닥재-장판)으로 하려고 했다며 이젠 걱정이 없어져서 좋단다.

고맙다는 인사를 뒤로하고 나오는데 노모가 버선발로 주차장까지 뛰어와 호주머니 속에 뭔가를 넣어 주기에 보니 봉투에 돈이…. 집도 예쁘게 해주고, 싸게, 계약에도 없는 난방 배관까지 신경 써줘서 고마운데 액수가 적어 도리어 미안하다고 했다.

공사비를 다 받았으니 괜찮다며 이러지 않아도 된다고 사양을 해도 따님이 준 용돈을 모은 거라 얼마 안 된다고 하고는 댁으로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이 돈은 그 어떤 돈보다 값진 돈이라는 생각과 인테리어라는 업종에 종사한 보람이 느껴졌다.

바닥재를 선택할 때는 가장 먼저 집의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고려해야 한다. 기존 사용하던 가구와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아니면 공간의 형태와 벽의 마감재는 어떤지를 세심하게 생각해야 한다.

또 가족 구성원이 누구인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바닥재가 미끄럽지 않아야 하고,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층간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렇듯 자재의 재질·색상 등과 함께 자재의 장단점도 잘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바닥재는 PVC 바닥재(장판·리놀륨), 데코타일, 타일(포세린·폴리싱·대리석), 원목마루, 온돌(합판)마루, 강화마루, 강마루 등이 가장 많이 시공되고 있다.

가장 저렴한 자재인 PVC 바닥재와 데코타일부터 알아보자.

데코타일은 플라스틱을 사용해 조립 및 접착으로 시공하는데, 장점은 다양한 디자인과 패턴이 있으며 본드시공으로 셀프 시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플라스틱 재질로 딱딱해 보행감이 좋지 않고, 난방 시 본드 접착제로 인한 피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친환경 접착제 사용을 권한다.

PVC 바닥재는 흔히 장판으로 알고 있는 제품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난방 효율이 좋아 널리 쓰이는 제품이며 습기에 강해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 많이 쓰이지만, 디자인과 패턴이 다양하지 못하고 표면이 약해 잘 찢어지거나 가구에 눌리면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는 단점이 있다.

장판 제품을 시공하여야 한다면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두께가 있는 제품이 쿠션감도 있고 층간 소음에도 효과가 있다.

목재 바닥재로는 원목마루, 온돌(합판)마루, 강화마루, 강마루가 있다.

원목마루는 표면에 두께 3~5㎜의 원목을 슬라이스해 붙인 제품으로 원목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나 아주 고가다. 제품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고급스럽고 촉감이 뛰어나며 열전도율이 좋다. 다만 습기에 취약하며 외부 충격에 취약하여 잘 긁히고 찍힐 수 있다.

합판(온돌)마루는 나무를 여러 겹으로 붙인 합판표면에 원목을 얇게 슬라이스한 무늬목을 접착한 제품으로, 나무 무늬의 선명한 질감이 살아있어 장판이나 강화마루보다 심미성이 뛰어나다. 바닥난방에 의한 열에 뒤틀림이 적고 원목마루보다 시공이 간편한 편이나, 흠집이 잘 나고 습기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강화마루는 원목무늬 필름지를 HDF(High Density Fiberboard)에 입혀 코팅처리한 제품으로, 변색이 없고 강도가 뛰어나 충격에 강하고 수명이 긴 장점이 있다. 가격 또한 저렴하지만 저가의 장판보다 나무 느낌이 나기에 가격대비 고급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필름지로 코팅이 되어 있어 질감이 다소 떨어지고, 보행감도 떨어지고 조금 미끄럽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 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품이 습기에 취약하여 여름에는 늘어나고 겨울에는 줄어드는 성향이 있어 시공 시 벽 쪽으로 일정 간격을 띄우고 시공을 한다. 바닥 면에 접착이 되지 않은 관계로 보행시 펌핑(Pumping) 효과가 일어나 벽 쪽의 틈새로 미세한 먼지가 발생할 수도 있어 가족 중에 기관지가 약하거나 천식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권하고 싶지 않은 제품이다. 또한 바닥에 접착 시공이 되지 않아서 열전도율이 떨어진다.

강마루는 합판 목재에 나무무늬의 강화 필름을 표면에 점착한 것으로, 강화마루와 합판마루의 장점을 모은 제품이다. 강화마루보다 디자인이 좋으며 보행감도 좋다. 원목마루보다 저렴하고 심미성이 좋아 대중적으로 사용된다.

마루 바닥재의 시공 방법 중 대청마루 모양의 한식스타일과 지그재그로 시공하는 헤링본 패턴(갈매기 시공법) 등이 있는데, 헤링본 패턴은 세련된 느낌으로 인기가 있으나 시공비가 높고 자재의 로스가 많다.

점토를 원료로 한 타일 종류로 포세린타일(무광), 폴리싱타일(유광)이 있으며 수명이 길다. 타일로 시공을 하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빨리 식지 않아 따뜻하다. 대신 가격이 비싼 편이고 폴리싱타일의 경우 모던하고 좋으나 물기가 닿았을 경우 상당히 미끄럽기 때문에 정말 주의해야 한다.

어떤 소재의 바닥재를 선택하던 바닥재가 디자인의 베이스(Base - 기초)가 되고 한 번 시공하고 나면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권한다.

본 건축 디자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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