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앞두고 '警 출신 변호사' 몸값 오른다

  • 석현철
  • |
  • 입력 2020-05-30 07:46  |  수정 2020-05-30 08:10  |  발행일 2020-05-30 제5면
대형로펌, 경찰출신 '모셔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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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시행을 앞두고 서울·대구 등 대형 로펌(법무법인)이 경찰 출신 변호사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거나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부여받게 되면서 경찰 출신 변호사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법무법인 세종이 최근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공무원 경험이 있는 이영재 변호사를 영입한 데 이어 현재 5명 수준인 경찰대 출신 인력을 대폭 보강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화우와 광장도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광장은 변호사와 고문 등 15명의 경찰 출신 인력이 재직 중으로 올해도 경찰 출신 인력을 추가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형 로펌은 70명 수준으로 형사팀 조직을 재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계서부터 변론권 중요성 커져
내부사정 훤하고 네트워크 형성 장점

변호사자격증 소지한 警 출신 드물어
희소성 높은데 영입경쟁 치열해지자
로스쿨 찾는 경찰대 졸업생도 늘어나


형사팀 전문성 강화를 위해 포렌식팀을 신설하는 로펌도 나왔다. 디지털 포렌식이 영업비밀·특허권·상표권 등 주요 사건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일·세영·중원·어울림·효현 등 대구지역 대형 법무법인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분위기를 살피며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과는 다소 온도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다양한 수사 분야의 전문가를 수혈함으로써 사건 수임을 늘릴 수 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지역 한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피의자의 변론권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며 "앞으로 형사사건이 속된 말로 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펌들이 경찰 출신을 영입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경찰 수가 많지 않다는 데 고민이 있다. 최근 영입 경쟁 붐은 희소성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는 것. 특히 로펌들이 특수수사·금융수사·사이버수사 등 전문성이 높은 경찰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경찰대 출신으로 사법고시나 로스쿨을 거쳐 법조인이 된 이는 270여 명 정도로 알려져 로펌 입맛에 맞는 경찰 출신 변호사를 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 출신 법조인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듯 로스쿨을 찾는 경찰대 졸업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에 따르면 올해 전국 24개 로스쿨에 입학한 경찰대 졸업생은 최소 5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7명이 입학했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형사사법 체계 내 경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졌기 때문에 검경 수사권 조정이 가져올 대변혁의 전초전이 대형법무법인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출신 한 법조인은 "경찰대 출신 법조인은 경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고 끈끈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 2~3년 전부터 대형 법무법인에서 경찰 출신을 주목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여기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있어 경찰 출신 법조인이 당분간 상종가를 계속 칠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철기자 sh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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