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가산 (架山·902m·칠곡군)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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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5-29   |  발행일 2020-05-29 제36면   |  수정 2020-05-29
3중 성벽 쌓은 철옹성 길따라 걸으면 꽃담으로 바뀌는 山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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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바위로 향하는 성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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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 정상 아래의 유선대.

사과 꽃 입김보다 짧다는 봄이지만 이번 봄은 지루할 만큼 길게 느껴진다. 단체 산행이나 등산대회 같은 행사도 모두 취소되고,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성이 아닌 성 안에 스스로를 가둔 탓일 게다. 마냥 웅크리고만 있을 수 없어 갑갑한 도심을 떠나 근교의 산을 찾아 나서기를 몇 달째. 이번에도 가까운 가산산성이 있는 가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도착한 진남문 주차장에는 평소와 다르게 고작 몇 대의 차량이 보일 뿐 한산하기까지 하다.

보통은 해원정사 앞 관리사무소를 지나 임도를 따라 가산산성을 가로질러 가산바위로 오르는 코스를 잡는데, 이번에는 성벽을 따라 오르는 코스를 잡았다.

가산은 팔공산도립공원에 속해 있으면서 독립된 산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산으로, 가산 정상을 중심으로 내성·중성·외성 3중으로 성벽이 쌓인 철옹성을 이루고 있다.

가산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잇단 외침에 대비하기 위해 축성한 성으로 인조 17년(1639년)에 내성, 숙종 26년(1700년)에 외성, 영조 17년(1741)에 중성을 축성하면서 완성하기까지 100여 년의 긴 세월이 소요되었다. 17~18세기에 걸쳐 정상에 내성, 중턱에 중성, 하단에 외성을 쌓은 3중의 포곡식 석성으로써 인근의 금오산성·천생산성과 더불어 영남 지방을 방비한 '영남 제1관방'의 역할을 하였다.

'영남제일관방(嶺南第一關防)' 현판이 걸린 진남문을 들어서 서 왼쪽 성벽을 따라 오른다. 반듯한 진남문 주변 성벽을 왼쪽에 두고 오솔길처럼 등산로가 나 있다. 골짜기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허물어진 성벽을 따르는데, 성벽이라기보다는 성벽의 흔적만 남아있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 사면을 따라 오르니 밧줄을 매어놓은 가파른 구간도 지나게 되고, 드러난 바윗길을 피해 안쪽으로 돌아 오르는 길이 이어진다. 30분쯤 오르니 다소 완만한 경사의 능선을 만나고부터는 다시 형태를 갖춘 성벽이 다시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절벽을 이루고 있어 자연적인 성벽을 이루는 곳도 있고, 나지막한 안부에는 석축을 쌓아 올려 성을 이어두었다.

외침대비 내성·중성·외성 100년간 축성
영남 제1관방 진남문 들면 성벽 등산로
성벽길 발 아래로 성 밖 통하는 비밀문
가는 길 잡는 멸종위기 노랑무늬붓꽃
가산바위 올라 다부동전투 유학산 조망
동문 밖 일대 세계 최대 복수초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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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따라 오르다 만난 노랑무늬붓꽃(위)과 성벽 주변에 많은 각시붓꽃.

정면 왼쪽 숲 사이로 유학산과 금오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오른쪽으로는 팔공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를 지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넓은 공터에 집터처럼 돌무더기가 둘러쳐진 지점에 처음으로 만나는 이정표가 하나 서 있다. '남포루. 가산바위 1.5㎞' 남포루가 있던 흔적인데 누각은 없고 터만 남아있다. 여기서부터는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고 우거져 있던 잡목을 제거해 시야가 탁 트인다. 오른쪽 동문에서 올라오게 되는 길에는 데크며 깔개를 깔아 편하게 오를 수 있도록 정비를 해뒀다.

성벽 위로 걷게 되는 길을 걷다 보면 발아래로 성 밖으로 통하는 좁은 문이 나 있는 곳이 몇 곳 있다. 암문(暗門)으로 바깥과 소통하는 비밀통로 같은 역할을 하는 문이다. 10분쯤 지나면 왼쪽 남원리와 학명리를 잇는 여리재에서 올라온 길과 만나게 되고, 정면으로 가산바위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멸종위기식물로 귀한 대접을 받는 노랑무늬붓꽃이 발목을 잡고, 방울방울 맺힌 은방울꽃이 코끝을 끌어당긴다. 삼월 중순이 절정인 복수초부터 산성 일대는 꽃담으로 바뀐다.

평지를 걷듯 완만하게 이어지는 성벽을 따르면 오른쪽으로 '중문'으로 적은 이정표를 지나 가산바위로 향한다. 아직도 보수가 진행 중인 성벽구간을 지나 가산바위 위에 올라선다. 100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공간의 가산바위에 서면 오른쪽으로 6·25전쟁 다부동 전투로 유명한 유학산이 지척이고, 그 뒤로 금오산이 조망된다. 정면으로는 비슬산과 가야산이, 왼쪽으로는 대구 시가지와 앞산과 대덕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탁 트인 곳이다.

북쪽 방향으로 이어진 성벽을 따르면 서문을 지나 용바위로 되돌아 가산 정상으로 오를 수 있다. 이번에는 가산바위를 내려와 중문을 지나 가산 정상, 용바위로 바로 가는 구간을 잡았다. 7분 정도 남쪽 방향으로 넓은 길을 따르면 중문을 지나고, 왼쪽 저수지를 지나면 정면은 동문, 왼쪽은 가산 정상, 용바위 이정표를 만난다. 찻길처럼 넓은 길을 오르면 가산 정상 바로 앞에 '장대 터' 가장자리에 가산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여기서 왼쪽 아래 성벽을 따라 200m 가면 용바위, 능선 끝 유선대까지의 성벽에도 잡목을 제거해 시원하게 뚫어두었다. 용바위 발아래에 내려다보이는 마을은 행정명은 응추리지만 북창으로 불리는 마을이다. 가산산성의 북쪽에 위치하면서 군수물자 등의 북쪽창고가 있었다고 붙은 이름이다.

유선대까지 갔다가 용바위를 되돌아 나와 보현산, 조림산, 화산, 팔공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가산 정상에 올라선다. 능선인 산성을 따라 진행하면 치키봉을 지나 한티재·팔공산으로 이어지고, 성곽을 따라 내려서다가 오른쪽 동문 방향으로 길을 잡아 복수초 군락지로 내려선다. 넓은 임도를 따라 동문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넓은 공터에 데크를 깔아 공원처럼 꾸며놓은 곳이 있다. 가산산성의 내성에 위치한 곳인데 '관아 터' 안내판이 있다. 한때 경상감영이 설치되기도 하였으나 6·25전쟁과 1954년 대홍수를 거치면서 모두 파괴되었으며, 2013~2016년까지 발굴조사에서 건물터 26곳을 확인하였다고 적고 있다.

관아 터에서 5분 정도 내려서면 동문을 빠져나오게 되는데 동문 밖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 해마다 3월20일경이 절정으로 샛노란 복수초가 천상화원을 이룬다. 복수초 군락을 다 지나고 임도는 산허리를 크게 돌아 지루하다 느낄 정도로 길이 나 있다. 중간쯤 내려서자 팔각정 쉼터를 지나는데 치키봉을 지나 만나게 되는 지점이다. 출발했던 진남문까지는 1.5㎞ 거리인데 40분 정도 소요된다. 진남문이 가까워지자 가볍게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산행 중에 잊고 있던 마스크를 다시 꺼내 쓴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 길잡이

진남문 주차장-(60분)-남포루-(40분)-가산바위-(25)-가산-(20분)-동문-(50)-팔각정-(40분)-진남문 주차장

팔공산도립공원에 속하는 가산은 가산산성으로 더 유명한 산이다. 진남문에서 산성을 따라 오르는 길은 비교적 찾는 사람이 적어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보다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가산산성 전체를 한 바퀴 돌면 약 15㎞이고, 복수초 군락지를 거치는 코스를 따르면 약 10㎞로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 교통

칠곡군 동명네거리에서 송림사·동화사 방향으로 79번 지방도인 순환도로를 따라 송림사를 지난다. 약 3㎞를 더 가면 기성삼거리를 만나고, 한티재 방향으로 1.5㎞ 지점 왼쪽에 해원정사 이정표를 보고 들어가면 진남문 앞 주차장이 나온다.

☞ 내비게이션: 칠곡군 동명면 남원리 626(가산산성 진남문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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