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절제된 권력이 더 강하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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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06   |  발행일 2020-06-06 제23면   |  수정 20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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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국회는 4년 임기가 시작될 때마다 개원 협상으로 갈등의 서막을 연다. 이번 국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특기할 사안은 21대 총선에서 거대여당으로 등극한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원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선출하기 때문에 표결, 즉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국회법상 하자가 없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첫 총선으로 탄생한 국회가 13대 국회이고, 이때부터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원장을 결정하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됐기 때문에 미래통합당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20대 국회는 물론이고 역대 국회에서 나타났던 공통적 문제는 야당의 발목잡기다. 13대 국회에서 20대 국회까지 원 구성에 평균 40여일이 걸렸다는 것은 분명 비정상이다. 21대 국회에서는 국회법이 정한 개원과 원 구성 일정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와 언론 등에도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겠다는 집권당 의지가 원 구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대로 하겠다는데 이를 막을 명분이 없지만 이에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다수결에 의한 국회 표결이 의미를 가지려면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들의 자유투표, 또는 교차투표(cross

voting)가 보장되어야 한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국회법 114조의 2에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당론 투표가 일상화되어 있는 정당문화에서 다수결은 국민의 대표를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지켜질 때 의미를 갖는다. 장관과 국회의원의 겸직, 당·정·청이라는 특수한 집권세력의 의사결정구조에서 승자독식은 민주적 구조라 할 수 없다.

셋째, 의석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지만 지역구 득표로 볼 때 민주당이 과다대표된 현실을 지나치면 안 된다. 정당투표에서는 더불어시민당이 미래한국당에 뒤졌다.

21대 국회에 요구되는 시대적 당위는 실질적인 협치를 지향하는 합의제 민주주의로의 변화다. 민주당 의석 177석에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이 합세하면 헌법 개정과 의원직 제명을 제외하곤 제1야당의 협력 없이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야당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된다. 압도적 승리를 거머쥔 정당이 책임정치라는 명목으로 야당을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선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보수·진보 또는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통합당으로 하여금 강경투쟁의 빌미를 주는 것이며 21대 국회 초반부터 대립과 분열을 상시화하는 것에 다름없다. 민주당은 보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포용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은 민주당이 내세우는 겸손하고 절제된 권력과 부합하지 않는다. 통합당도 상임위 배분 협상은 협상대로 임하고 정시 개원에 협조해야 한다. 민주당이 항상 여당일 수 없고 언제나 반수를 넘을 수도 없다. 이는 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여야가 기존에 국회를 운영해 왔던 구태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협치 없이 여당 단독으로 국회 운영이 가능해졌지만 권력은 절제될 때 더 강하고 목적에 맞게 쓰일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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