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환자의 57% 0~19세가 차지…스마트폰이 '용의자'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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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6-16 07:39  |  수정 2020-06-16 07:41  |  발행일 2020-06-16 제17면
■ 아이들의 '근시'실태와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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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초·중·고등학생들의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눈건강을 걱정하는 부모들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수업 이전부터 안과를 찾는 아이들의 경우 '근시'로 인한 내원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문의들은 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근시인 눈은 가까운 것은 선명하게 보이고 멀리 있는 것은 희미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에 멀리 있는 것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근시 정도에 따라서 눈 앞에 오목렌즈(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게 되는 것이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의 연령별 근시 환자수를 보면, 지난해 전체 근시환자 약 120만명 중 10~19세가 36%(43만여명)로 가장 많았고 0~9세가 21%(약 25만명)로 그 뒤를 이었다. 10명 중 6명가량이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또 2008~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부모 중 1명 또는 모두가 근시인 경우 소아청소년 자녀의 고도근시 유병률이 최고 11.4배까지 높았고, 어린이의 시력은 6~9세에 완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보다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개학 연기·비대면수업 진행으로
컴퓨터·스마트폰 보는 시간 늘어
근시진행 가능성 무시할 수 없어
전자기기 이용때 35㎝ 거리 둬야

등교후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는
창밖 멀리 산·건물 보는 게 좋아
50분 간격 5분 이상 휴식이 필요
햇빛 쬐는 것도 근시 예방에 도움

◆근시는 뭐고, 왜 오는가

친구들에게 "너 시력이 얼마니"라고 물었을 때, 어떤 친구는 "나 1.0이야." 하는가 하면 어떤 친구는 "나는 -2"라고 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때 시력은 -2가 아니다. 보통 근시를 '-'로 표현하는 만큼 본인 눈이 근시로, 2디옵터(Diopter-㎝ 처럼 특정 단위)의 렌즈가 필요한 눈이라는 의미다. 눈이 멀리 있는 것을 잘 보려면 눈 앞에 -2 디옵터의 렌즈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숫자가 커질수록 근시 정도는 커지는 것을 뜻한다. 가령 '-2'보다는 '-6'이 더 근시 정도가 큰 것이다.

이에 맞춰 렌즈의 역할을 안경이 해 줄 수도 있고, 콘택트렌즈가 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근시가 있다고 무조건 안경을 착용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근시 정도, 초등학교 입학 전인지, 아닌지 등으로 구분하는 연령, 사시 동반 유무, 교정시력 정도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안경 처방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근시는 그 정도에 따라서 고도근시, 초고도근시로 나뉜다. 사람이나 책에 따라서 약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6.00 ~ -7.00디옵터 이상이면 고도근시라 본다. 예전보다 요즘 근시 정도가 높은 경우가 많아서 초고도근시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근시 정도에 따라서 증상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근시 정도가 높을수록 안경 렌즈가 두꺼워지고, 결국 안경이 무거워진다. 또 근시도가 높은 것은 향후 눈에 관련된 녹내장, 망막병증 등 여러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근시는 굴절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다만 아이들은 조절력이 좋아서 일반 굴절검사나 자동 굴절검사(기계로 검사하는 것)를 하면 근시가 원래보다 많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정확한 근시 정도를 알아보려면, 아이들에게는 조절마비굴절검사를 진행한다. 집에서 아이들 키를 잴 때는 아이가 못 움직이게 등을 벽에 딱 붙이고 측정해야 정확하게 나오는 것처럼 아이들 눈에 점안해서 조절력을 마비시켜서 정확도를 높이는 것으로, 일반 안과의원을 통해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검사다.

◆근시는 어떻게 늦추거나 예방하나

상황이 이렇게 되면 부모들은 근시를 막는 또는 그 진행을 늦추는 방법에 대해서 궁금해 하게 된다. 특히 TV를 가까이서 봐서 근시가 생긴 것 같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의 연구를 보면 TV 시청과 근시 진행이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오히려 아이가 TV를 볼 때 자꾸 앞으로 가서 본다거나 눈을 찡그려서 본다면 근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안과 진료를 보는 것이 낫다. 아이가 TV를 제대로 보고 싶은데 이미 온 근시 때문에 잘 안 보이니 선명하게 보려고 자기도 모르게 TV 쪽으로 다가가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근시를 부르는 요인으로 TV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허나 스마트폰의 사용과 근시 진행에 대한 명확한 연구가 아직까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의 장시간 사용은 곧 근거리주시 (또는 근거리작업) 시간의 증가를 의미한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이전부터 근거리주시의 증가와 근시 진행은 여러 연구에서 강한 연관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장기 아이들의 스마트폰 장시간 사용과 근시진행의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대부분 동양인은 근시이고, 근시는 소아청소년기에 많이 진행된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한 근거리 주시가 늘어나게 된 상태라 향후 이로 인한 근시의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특히 아이들은 팔 길이가 성인보다 짧아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보면 성인보다 더 가깝게 스마트폰을 보게 되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개학 연기와 비대면수업 진행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 점도 근시를 늘리게 될 요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됐고, 따라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 하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활동이 늘어나면서 그런 상황이 더 심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만큼 비대면 수업을 하더라도 가능하면 스마트폰 외에 화면이 넓은 태블릿PC, 컴퓨터 모니터, 또는 TV의 미러링 기능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다. 또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이용시 35㎝ 이상 거리를 띄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여기에 수업 사이 쉬는 시간에는 창밖의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을 볼 수 있도록 해 눈의 조절을 풀어주는 것도 좋고, 50분 간격으로 5분 이상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매일 햇빛을 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영남대병원 김원제(안과) 교수는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스마트폰을 갑자기 너무 오래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설득하고 실천하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가장 쉬울 것 같으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생활습관의 변화겠지만, 생활에서 이 작은 변화는 근시진행을 늦춰주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영남대병원 안과 김원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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