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데님...작업복~반항아 아이콘…젊은날의 푸른 초상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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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3   |  발행일 2020-07-03 제37면   |  수정 2020-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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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S/S Agolde에서 선보인 포근하고 세련되면서 실용성과 멋스러운 매력을 겸비한 '집콕스타일' 커버올. (출처: wgsn.com)

친환경이 '선택'이 아니라 당연한 필수로 자리하고 있는 요즘, 패션에서 지속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온종일 편안함을 제공하고 오래도록 애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의 증가를 부추겼고, 이러한 맥락에서 '데님(Denim)'은 다시 한번 트렌디 하게 부활하는 중이다. 데님은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친밀하고 클래식한 소재로 1960년대부터 새로움을 찾는 청년 문화의 상징으로 부각 되면서 패션의 발전과 함께 세기를 이끌어가는 아이템으로 주목받아왔다.

최근에는 포근하고 세련된 감성을 갖추면서도 실용적이고 멋스럽고 절제된 베이직 아이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은은한 색감의 데님 원단으로 실내복으로나 외출복으로도 손색이 없는 우아한 아이템의 출시가 늘어났다. 소재 자체뿐만 아니라 염색이나 워싱 기법에 이르기까지 관심의 범위가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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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진을 입고 일하고 있는 1850년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광부. (출처: https://han.gl/ka7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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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후반 리바이의 데님 작업복 광고. (출처: https://han.gl/mcLxD)

데님은 16세기 직물 산업의 중심지였던 프랑스 남부의 님(Nimes) 지방에서 생산된 능직의 면직물 "님의 서지(Serge de Nimes)"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되었는데, 이후 데님 원단이 영국에 전파되면서 발음이 어려웠던 프랑스어가 영국 원단 도매업자 사이에서 '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데님(Denim)'이라는 명칭이 되었다고 한다. 데님과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로 우리에게 친숙한 '진(Jeans)'을 들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이탈리아의 제노아(Genoa) 지방에서 생산되던 직물의 이름이다. 데님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상의 실로 제직하는 것과 달리 진은 같은 색상의 두 가지 실로 제직된 것으로 '블루데님'을 즐겨 입었던 제노아의 선원 '제노이스(Genoese)'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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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이 입었던 데님. (https://han.gl/uJtFX)

항만과 공업이 발달했던 두 도시에는 노동자와 선원들이 많이 거주하였고, 자연히 그들의 작업복에 알맞은 직물의 개발이 활발하였다. 튼튼한 면직물이었던 데님 혹은 진은 이에 가장 적합한 소재였고, 이들 도시를 중심으로 발달하여 영국 등 유럽 각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노동자·선원들 입기 편한 실용적 직물
질기고 값싼 텐트 원단 활용한 블루진
2차대전 후 군인 데님 유니폼 팔며 유행
무비스타가 입은 청바지 젊은층 열광
편안함·멋스러운 '오버핏 진' 최신 유행



유럽에서 만들어진 직물의 이름이었던 데님 혹은 진이 오늘날 의복의 한 복종으로서 파급력을 가지게 된 출발은 미국의 골드러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고, 금에 대한 붐이 일어나면서 금광 채굴에 따른 노동자들이 질기고 값싼 튼튼한 작업복이 필요하였다. 1853년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텐트 원단을 활용하여 노동자들이 착용할 수 있는 데님 오버올(Denim Overall)을 제작하였는데, 이것이 세계 최초의 청바지 '블루 진'(Blue Jean)이었다.

데님의 세계적인 보급은 2차 세계대전(1941∼1946)에 참여했던 미국 군인의 유니폼에 데님이 사용되고, 전쟁 후 유럽에서 유니폼을 공급하던 상점에서 남아 있는 데님을 팔기 시작하면서 유럽 전역에 유행하게 되었다. 또 2차 대전 중 많은 여성에게도 데님이 착용되었는데, 이는 여성들이 남성들의 영역이었던 과중한 산업노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많은 여성이 처음으로 데님 작업복을 입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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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미국 배우 제임스 딘이 1956년 'Giant'를 촬영하면서 입었던 데님 청바지는 이후 반항의 아이콘이 되었다. (https://denimmania.wordpress.com/2015/04/27/denim)

1950년대의 미국은 TV 광고나 영화 등 대중매체에 의해 상품의 대량생산·판매·소비 시대가 열리면서 일반인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였으며, 미국의 10대들은 패션 시장의 주역으로 급부상해 드디어 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 데님 팬츠가 대량 생산되기에 이른다. 할리우드의 영화배우 말론 브랜도(Marlon Brando)와 제임스 딘(James Byron Dean), 로큰롤 스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착용한 데님 팬츠를 젊은이들이 모방하였으며, 이때부터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체제와 양식에 대한 하나의 거부의 표시로 데님 팬츠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1960년대부터 데님 팬츠는 점차 일상화되어 남녀 공용의 캐주얼 패션으로 착용하게 되었으며, 1970년대는 영화와 TV·광고·대중음악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데님 스타일은 매우 다양해지기 시작했으며, 색상에 있어서도 바랜 블루부터 블랙까지 변화하며 전개되었다. 특히 찢어진 데님은 반항의 표시로서 그 시절 젊은이들에게는 패션을 선도하는 상징적인 아이템이 되었다. 그렇게 데님은 민주주의의 확산과 함께 계급 차별이 없는 옷으로 인식되어 보다 넓은 계층에서 착용되는 가장 보편화된 20세기의 룩이 되었다.

2000년 이후의 데님은 수많은 패션디자이너의 컬렉션 런웨이에서 독창적이고 고급화된 패션아이템으로 각광 받아 왔다. 독특한 워싱 처리와 화려한 디테일의 데님은 개성에 따라 스타일링 표현의 폭이 넓고, 같은 아이템으로도 남들과 차별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데님은 스타일링에 있어서도 힙합룩·스포츠 룩에서부터 보디 라인을 부각시켜 주는 글래머 룩으로까지 표현이 가능하여 많은 디자이너는 시즌마다 캐주얼 웨어뿐만 아니라 데님 드레스, 슈트, 팬츠까지 다양한 아이템으로 확장하며 디자인을 발전시키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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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이렇듯 데님 아이템은 오랜 기간 대중화된 착용으로 인해 여러 가지 환경적인 문제가 유발되기도 하였으나, 최근 순환 경제를 염두에 두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워싱 기법의 사용과 윤리적으로 생산·조달된 원사를 선택하려는 데님 브랜드와 소재기업들의 혁신적인 움직임들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업무나 휴식, 여가 활동을 모두 아우르며 오랫동안 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중의 애환이 서린 클래식 아이템 데님을 보다 멋스럽게 스타일링 하기 위하여 이번 시즌에는 자신 있게 오버핏 진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집 안에서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라운지웨어와 같이 여유롭게 떨어지는 스타일에 편안하고 신축성 있는 소재와 은은한 색감으로 온종일 입을 수 있는 트렌디한 스타일로 완성된 데님 룩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참고자료

△ F/W 21 코어 아이템: 데님-wgsn.com △S/S 21 데님 디자인 캡슐-wgsn.com △ 2020 봄 리테일 분석: 데님-wgsn.com △데님 패션에 나타난 해체주의 탈현상-장만(학위논문, 2017) △ 데님(Denim) 패션 디자인 연구-김민아(학위논문, 2003) △데님(Denim)을 이용한 패션 디자인 연구-최혜숙(학위논문, 2009) △wgsn.com △ google.com △pinter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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