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완 칼럼] 강남 불패·불로소득이란 적폐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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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9   |  발행일 2020-07-09 제26면   |  수정 2020-07-09
무주택자 '불가촉천민' 自嘲
부동산 투기, 노동가치 훼손
자산 불균형·지역 격차 심화
文 정부 대책 변죽만 울려
'다주택=화수분' 공식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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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고전경제학 창시자 애덤 스미스는 저서 '국부론'에서 개인의 이익 추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공의 이익으로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맛있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이익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오래 기간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순기능을 뒷받침하는 핵심 화두였다.

하지만 불로소득이 보편화·고착화돼도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할까. 굳이 고기를 팔고 빵을 굽는 노역을 할 이유가 있을까. 누구든 불로소득이란 화수분을 움켜쥐면 계속 노동에 천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불로소득의 폐해가 어디 근로의욕 상실뿐이랴. 자산 불균형의 골을 더 깊게 패고 자금 흐름을 왜곡하며 교육 불평등과 지역 격차를 심화시킨다.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건 말할 나위가 없다. 예나 지금이나 불로소득의 숙주(宿主)는 부동산이다.

서울의 종합소득 상위 10%는 하위 10% 소득의 194배다. 종합소득 중엔 당연히 부동산 매매차익, 임대소득이 포함돼 있을 터다. 또 지난 30년간 임금이 5배 오를 때 서울 강남 부동산은 20배 상승했다. 임금소득 증가와 부동산 상승 간의 갭을 불로소득으로 유추한다면 그 규모를 어림잡을 수는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처럼 불로소득이 근로소득을 압도한다. 미래통합당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불로소득주도 성장"이라고 비아냥댈 만하다.

문 정부는 3년간 만단(萬端)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변죽만 울렸다. 워낙 자주 손을 대 양도세는 난수표처럼 어렵고 너덜너덜해졌다. 한데 정작 시장을 안정시킬 강력한 한 방은 없었다. 집값 상승 수혜자인 집권세력이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남발했다는 비난이 빗발친다. 정책 헛발질 와중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소유한 서초구 아파트는 4년간 23억원 올랐다. 비바, '강남 캐슬'.

우리나라 부동산 상위 1%의 1인당 보유주택은 2008년 2.8채에서 2019년 9채로 늘었다. 집값 앙등의 원흉이다. 불로소득을 몰아내려면 '다주택=화수분'이란 공식을 깨야 한다. 보유세에 답이 있는 듯하다. 다주택자의 도피처가 되고 있는 임대사업에 대한 혜택도 당연히 축소해야 한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게 보유세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7%로 OECD 국가 평균 0.396%보다 훨씬 낮다. 미국은 보유세가 주마다 다르다. 가장 높은 뉴저지주는 2.38%다. 뉴저지에 비하면 우린 소꿉장난 수준이다.

투기꾼들이 잔머리 굴리고 주산 알 튕기는 덴 귀신이다. 부동산 투기 수요 급증? 남는 장사니까 몰리는 거다. 부동산을 보유해도 건질 게 없고 세금 압박만 가중된다면 수요가 넘쳐날 까닭이 없다. 북한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5일 "남조선에선 초고가 주택을 여러 채씩 사들이는 재산 불구기(불리기) 놀음이 성행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어쩌다 우리 부동산 정책이 북한의 조롱거리가 됐나 싶다.

더는 헛다리를 짚어선 곤란하다. 불로소득 고착화로 노동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건 사회 공동체가 위험해졌다는 신호다. 무주택자들이 불가촉천민이라고 자조(自嘲)한다니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다. 아파트를 투자개념이 아닌 주거개념으로 바꿔야 한다. 묵묵히 생업에 종사해온 양민들이 불가촉천민으로 전락해서야 되겠는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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